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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후배 기자님들 전 상서
강기석 | 2020-03-26 11:04: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KBS 부사장을 역임한 정필모씨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8번에 이름을 올린데 대해 KBS 내부에서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부사장으로 재직한 인사의 총선 출마는 KBS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처신 아니냐는 것이다.

선거 때나 정관계 인사철만 되면 언론계에서 늘 벌어지는 소동이다. 권력과 언론 간 유착을 경계하는 언론인의 기개가 빛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정관계로 가는 선배 동료들을 매도함으로써, ‘남은 자들’이 “우리는 이 정도로 권력과 거리를 두고 일하고 있다”고 선전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번 KBS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의 정필모씨에 대한 비판이 어떤 경우인지 따져 보기 전에 우선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하나, 지금 KBS 보도는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을 만큼 공영방송으로서 충실한가.

여기에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더 할 말이 없지만, 그나마 양심이 있어 ‘그러지 못하다’고 대답한다면 두 번째 질문이다.

그러면 그러지 못하는 것이 KBS가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부족해서인가, 내부 구성원들(기자들과 노조원들)의 저널리즘적 치열함의 부족 때문인가.

셋, KBS의 신뢰성이 허물어진 것은 몇 사람이 정관계에 진출했기 때문인가, 역(逆)으로 정관계에 진출하지도 않은 내부 구성원들이 정관계와 유착해 편파보도를 일삼기 때문인가.

(정식 질문에 넣기에는 아주 사소하긴 하지만 “언론계 출신은 정관계에 진출하면 안 되는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정관계에 진출할 수 있다면 언제 회사를 그만 두고 가야 하는가”는 질문도 하고 싶다)

나는 아마도 위의 질문들에 대해 KBS 후배 기자들, 노조원들과 생각이 다른가 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성명이 ‘권력과 거리를 두려는 자부심’ 보다는 정필모씨를 희생양 삼아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들의 빈약한 보도행위에 대해 알리바이를 꾸미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기자협회는 성명서에서 “정당의 애완견으로 바뀐 현실에 괴로워하는 후배들에게 정 전 부사장은 답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볼 때는 KBS 기자들이 아직 당선되지도 않은 정 전 부사장에게 답을 요구할 것이 아니다. 기자들이 먼저 스스로 시청자들에게 답해야 마땅하다.

언론계 후배들이 선배들의 정관계 진출에 대해 의견 표시하는 것은 얼마든지 옳다. 특히 공영언론, 진보언론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사람과 경우를 구별해 비판해야지, 보도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계적 중립에 빠져 아무나 아무 때나 무조건 조져놓고 보는 것이 다 옳을까?

(사익에 눈이 먼) 나쁜 사람이, (허위보도, 편파보도를 일삼는) 나쁜 기자질을 하다가, (정치권과의 결탁, 혹은 대가라는) 나쁜 경로로, (나라에 해악을 끼치는) 나쁜 정치세력에 몸담는 경우는 반드시 비판을 가해야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공정보도를 위해 애쓰다가 시민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정치권에서 공정언론을 위해 힘쓰겠다는 인물을 도맷금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KBS에서 멀리 벗어날 것도 없이 KBS 출신에는 정 전 부사장도 있지만 어제 기어코 미통당 공천을 따낸 민경욱 같은 인물도 있지 않은가.

KBS 기자협회는 정 전 부사장이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진실과미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아 인적청산 작업을 진두지휘 했고,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 보도 논란이 벌어졌을 때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해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했다”고 머리를 숙인 사실을 두고 “정 전 부사장이 재임 시절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와 KBS의 이익 중 어느 것을 중시하며 직무를 수행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무엇을, 왜 의심하는가. 정 전 부사장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빌붙고, 검찰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에 아부하는 내외부 세력에 맞서 KBS의 이익을 중시하며 직무를 수행한 것이다. 그것을 의심한다면, 의심하는 당신들이 의심 받는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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