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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와 법인카드
정운현 | 2014-02-21 12:59: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얼마 전 서울시는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온 성북구의회 의원들에게 1,400만원을 환수하라고 성북구에 통보했다. 이들은 2011년~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북유럽·몽골·동유럽·터키 등을 방문했는데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상약·안주류·간식비 등을 의정운영 공통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터키 방문 때는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의 여행상품과 똑같이 패션문화지구·성당·박물관·시장 등을 관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유람을 다녀온 셈이다.

최근 야당 등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재직 시절 유흥업소뿐만 아니라 고급 음식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수십 차례 고액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는 유흥업소 등에서는 결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경남 사천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재철 전 MBC 사장 역시 법인카드 부정사용 등으로 물의를 빚고서 수사를 받기도 했다. 국민세금으로 결제되는 법인카드를 마치 제 주머니의 쌈짓돈처럼 멋대로 썼다는 얘기다.

 1906년 황해도 장련 광진학교 교사시절의 백범 김구(뒷줄 붉은 원내) 선생

황해도 해주 출신의 백범 김구 선생은 젊어서는 황해도 지역에서 교사로 활동했는데 주변사람들로부터 신망이 매우 높았다. 하루는 장련 군수 윤구영이 백범을 초청해 가서 만났더니 해주에 가서 뽕나무 묘목을 수령해오는 일을 좀 맡아 달라고 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양잠업을 장려할 목적으로 해주에 뽕나무 묘목을 내려 보내 황해도 각 군에 분배해 심도록 했다. 그런데 다들 서로 자신이 가겠다고 나서자 윤 군수는 관아의 우두머리인 정창극의 추천을 받아 백범에게 이 일을 맡겼던 것이다.

해주로 출장을 떠나기 전 정창극은 백범에게 200냥을 여비로 주었다. 그리고는 “해주에 가면 관찰부에서 농상공부 주사들이 뽕나무 묘목을 가져왔을 터이니 한번 그들을 불러 연회나 열고 부족한 금액은 나중에 다시 청구하라”고 했다. 정창극은 말을 타든 가마를 타든 교통편은 편리한대로 하라고 했으나 백범은 걸어서 해주로 갔다. 농공상부 주사를 만나 품질이 좋은 뽕나무를 골라 말 한 필에 싣고 장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출장 여비를 정산한 후 정창극에게 130여 냥은 돌려주었다.

정창극은 백범이 제출한 여비사용 내역서를 보고 또 다시 놀랐다. 내역서에는 백범이 출장기간에 사용한 돈의 내역이 “짚신 한 켤레 얼마, 냉면 한 그릇에 얼마, 떡·마대(馬貸)·밥값을 합해 총 70냥”이라고 조목조목 적혀 있었다. 정창극은 백범더러 “우리나라의 관리가 다 김 선생 같으면 백성의 고통이 없겠다”느니, “박가나 신가가 갔다 왔으면 적어도 몇 백 냥은 더 청구했으리라”고 말했다. 이 일이 소문이 나자 백범이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이 담뱃대를 감추고 경의를 표하였다.(<백범일지> 중에서)

 1939년 중경 시절의 백범 3부자. 왼쪽이 장남 인

백범은 아들 둘을 두었다. 장남 인(仁)은 상해에서 지하공작을 하기도 하고 광복군의 일원으로 부친을 도와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인은 해방 5개월 전인 1945년 3월 29일 중경에서 폐병으로 요절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 27세였다. 당시 임시정부가 있던 중경은 기후와 공기가 좋지 않아 외국의 영사관이나 상인들은 3년 이상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한국 교민들 중에서도 폐병으로 사망하는 자가 속출했는데 인(仁)도 그 과정에 폐병에 걸린 것이다. 백범은 인의 죽음을 두고 “알고도 불가피하게 당한 일이라 좀처럼 잊기 어렵다”고 <백범일지>에 썼다.

전언에 따르면, 인이 폐병으로 투병하자 그의 아내이자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안미생이 시아버지를 찾아가 “남편에게 페니실린을 맞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을 했다. 백범이면 페니실린을 구할 수 있었고, 또 페니실린 한 방이면 인을 살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백범은 단호했다. “나의 노(老)동지들에게 해 주지 못하는 것을 아들이라고 해서 해줄 수 없다”며 며느리의 간청을 거절하였다. 병중의 자식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백범인들 왜 없었을까. 그러나 백범은 사사로운 정보다는 공(公)을 앞세웠던 것이다. 우리 공직사회가 되새겨 들을 교훈이 아닐까 싶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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