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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감사’로 쓴 한 기업인의 ‘사모곡’
[서평] ‘부치지 못한 1000통의 감사편지’
정운현 | 2014-02-22 10:43: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위대한 스승이셨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는 저의 영원한 스승이십니다. 제가 지금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주 조그마한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는데, 어머니, 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일관된 모습을 보여 주실 수 있었습니까? 아둔한 저는 ‘1000 감사’를 쓰는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87쪽)

박점식(59) 천지세무법인 회장이 최근 펴낸 <어머니>(올림)가 세간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있는 어머니, 그 흔하디흔한 주제이기도 한 ‘어머니’ 얘기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박 회장의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박 회장의 ‘사모곡(思母曲)’이 특별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박점식 회장이 펴낸 <어머니> 표지

청상과부가 된 박 회장의 모친은 다섯 살 된 아들을 데리고 흑산도로 들어갔다. 남의 집 품팔이와 뻘밭 일을 하면서 혼자 외아들을 키웠다. 여자 혼자 집안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린 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키우려 애를 썼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검정고무신 대신에 운동화를, 빡빡머리 대신에 하이칼라 머리를 해주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이 어렵자 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술과 담배를 입에 댔다. 그러나 어머니는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서 목포상고에 입학한 아들의 등록금을 댔다.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온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이웃집 염소를 잡아먹었다. 별 생각 없이 한 일이었다. 그리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뭍으로 나갔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어머니는 아들의 하숙방을 찾아가 아들의 책을 모두 불살랐다.

“넘의(남의) 염소를 멋대로 잡아묵어? 내가 ‘ 경우 바르게’ 살라고 했냐?, 안 했냐? 사람이 그런 나쁜 짓을 험시로(하면서) 공부는 해서 뭣하나?”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흑산도에 무장공비 사건이 터졌다. 당시만 해도 해안가에선 그런 일이 왕왕 있었다. 군부대의 작전으로 조명탄이 터지고 포격 소리가 요란했다. 아들이 이불속에 웅크리고 잇을 때 어머니는 문에 이불을 덧씌우고 아들에게는 이불을 더 꺼내 덮어 주었다. 그리고 어머니 자신은 이불 밖에서 사태가 잘 수습돼 아들에게 별일이 없기를 기도를 올렸다.

 어린시절 박점식 회장과 모친

어머니가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사랑했던 그 아들은 고교를 졸업해도 마땅한 취직자리가 없자 어머니를 섬에 남겨두고 홀로 ‘무작정 상경’을 했다. 장갑공장, 백화점 막일 등을 하면서 주경야독으로 세무사 공부를 했다. 얼마 후 아들은 꿈에도 그리던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지금은 국내의 대표적인 세무법인의 회장이 되었다.

아들의 어머니는 연세가 들면서 치매에 걸렸다. 아들은 정성으로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새삼 어머니의 고마움을 깨닫게 됐다. 아들은 그 고마운 마음을 ‘1000 가지 감사’로 적어 내려갔다. 700가지 감사를 썼을 무렵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고, 아들은 이를 어머니 관 속에 넣어드렸다. 그리고 나머지 ‘300 감사’를 마치면서 이번에 <어머니> 책을 펴냈다. ‘부치지 못한 1000통의 감사편지’라는 부제는 그런 사연을 담고 있다. 어머니 생전부터 쓰기 시작한 아들의 ‘1000 감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1.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감사합니다.
2. 제가 어머니 아들인 것에 감사합니다.
3. 정신이 혼미한 지금도 ‘제가 누구냐?’고 물으면 ‘내 아들’이라고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어머니가 그렇지 않으랴마는, 저녁에 아들이 잠이 들면 어머니는 늘 아들 머리맡에 삶은 고구마 바구니를 놓아두었다. 아들이 아침에 눈 뜨면 배고플까 봐. 귀한 음식이 생기면 늘 아들 몫으로 챙겨두었다. 아들이 ‘어머니 드시라’고 하면 늘 똑같은 말로 “난 많이 먹는다.”고 했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아들은 중1까지는 동네에서 매를 제일 많이 맞는 아이였다. 중2가 되자 어머니는 매를 내려놓고는 말씀으로 나무랐는데 아들은 “매보다 열 배는 더 아팠다. 차라리 때려 달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 담배를 했다. 고교 진학이 어려운 상황 등 자신의 처지를 과장되게 비관한 탓이었다. 당시 아들이 다니던 중학교는 고교 진학률이 10% 정도였다. 술 담배를 하고 집에 갈 때면 아들은 냇가에서 세수를 하고 냄새를 없애려고 입을 헹구고 솔잎을 씹곤 했다. 그러나 그 냄새가 어디 가겠는가. 좁은 방에서 분명 냄새가 났을 텐데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혼을 낼 법도 한데 그랬다. 아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심지어 아들이 1980년 혼란기에 깡패 단속에 걸려 구속되었을 때도 왜냐고 묻지 않고 아들을 믿고 기다려주었다.

 학창시절의 박점식 회장

평소 ‘호랑이 어머니’였지만 자상함만은 어느 어머니 못지않았다. 아들이 제기차기 한창 재미 붙일 때 엽전이랑 습자지를 구해서 제기를 만들어주었고, 대보름 쥐불놀이에 사용할 깡통이나 잡목 같은 것도 손수 구해주었다. 연 만들기에 들인 정성은 가히 압권이다. 흑산도에서 어렵사리 참대를 구해 와서는 일부러 풀을 쑤고 연 종이를 오리고 스웨터를 풀어 연실을 장만하였다. 그리고는 목수에게 특별히 얼레를 부탁했다. 연싸움에서 이기라고 유리를 빻고 물을 쑤어서 일일이 연실에 먹여주었다. 아들의 연은 동네에서 가장 멋졌다.

2011년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들은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하라’는 지극히 평범한 얘기가 가슴에 사무쳤다. 어머니가 생전에 그토록 경원시했던 흑산도. 어머니로서는 차마 잊을 수도, 한편으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애증의 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아들에게 흑산도는 ‘추억의 땅’이기도 했다. 아들은 흑산도에 있는 각 동네 노인회관에 필요한 전자제품들을 구입해 보내주었다. 어머니와 자신을 품어 안아준 데 대한 고마움을 담아서.

박 회장은 평소 사람들한테서 ‘쌀쌀맞아 보인다’, ‘날카로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일전에 필자가 만나 본 박 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담한 체구에 말 수가 적고 자애로운 인상을 주었다. ‘감사’가 몸 밴 때문일까? ‘감사를 매일 5개 이상씩 3주일을 쓰면 내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3개월을 쓰면 남이 내가 변화하는 것을 알게 된다’. 박 회장은 2010년부터 ‘감사나눔운동’에 동참해 왔다. 개인은 물론이요, 이를 회사에도 적용해 ‘감사경영’을 도입했다. 그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진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또 주변에 감사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같으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절감하게 됐다. 그런 마음에서 가족은 물론이요, 부하직원, 고객,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감사편지를 써서 건넸고 그들로부터 감동적인 반응을 얻었다. ‘행복해서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해서 행복하다’는 말을 저절로 공감하게 됐다. 지금 박 회장은 ‘감사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전도사가 됐다.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박 회장은 세무사로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리고 있다. 세무 전문지인 <조세일보>는 2010년 박 회장을 ‘명품세무사’로 선정했다. 세무사나 기업 회계담당자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현대식 회계프로그램을 처음 개발하고 컨설팅 지사를 설립하는 등 업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여기에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으로 나눔 실천에도 앞장서온 점도 감안됐다. 박 회장은 어린이 재단, 푸르메재단, 평화복지재단 등 10여 군데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회원이기도 하다.

포스코 ICT 사장 시절 박 회장처럼 ‘감사경영’을 실천했던 허남석 포스코경영연구소 감사경영추진반 사장은 박 회장이 펴낸 <어머니> 책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지은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감사하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실감한다. 그는 만날 때마다 점점 더 얼굴이 밝아진다. 1000 감사를 쓰는 동안에는 어머니가 등 뒤에서 안아주시는 듯한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행복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가슴이 뿌듯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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