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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 기리는 기념사업회 뜬다
정운현 | 2014-02-27 13:15:3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동안 2월 14일은 소위 ‘밸런타인데이’로 대중들에게 널리 회자돼 왔다. 이는 얄팍한 상술이 빚어낸 국적불명의 기념일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날은 안중근 의사가 숙적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몇몇 언론매체와 유명 인사들이 이날이 안 의사 사형선고일임을 상기시키면서 분위기가 예전과 크게 달랐다. 특히 안 의사의 모친 조 마리아 여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안 의사에게 보낸 편지가 돌연 화제가 됐었다.

조 여사는 편지에서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고 썼다. 안 의사는 한 달 보름 뒤인 3월 26일 순국했다. 이후 조 여사는 상해임시정부와 관계하면서 독립운동에 참여하였고, 정부는 2008년 조 여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안중근의사와 모친 조마리아 여사

일제 때 독립투쟁에 나선 사람은 남자들만이 아니었다. 조 마리아 여사처럼 독립운동가를 뒤에서 뒷바라지한 어머니나 아내도 있었고, 더러는 직접 항일투쟁 대열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이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은 거의 지워지다시피 했거나 아니면 빛바랜 기록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왜 일까? 우선 그들의 삶을 제대로 조사하고 기록하는 자가 없었고, 또 그들의 활동을 제대로 현창하는 기념사업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훈처에 따르면, 2013년 11월 현재 독립유공 포상자는 외국인 46명을 포함해 총 13,403명에 달한다. 물론 이 숫자가 전체 독립운동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광복회는 대일 항쟁기에 독립운동에 참여한 숫자를 300만 명(연인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자발적으로 독립투쟁을 벌이다 전사·옥사·병사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는 15만 명 정도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시 조선 전체 인구(2000만 명)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그러나 구한말 의병부터 시작해 광복군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족히 수십만 명에 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 독립운동가는 몇 명이나 될까? 현재 정부로부터 독립유공 서훈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는 모두 223명이다. 그러나 유관순 열사 등 한두 명의 유명 인사를 빼고는 이름조차도 알려져 있지 않다. 항일 독립투쟁사 가운데 사각지대가 바로 여성 독립운동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보훈처가 독립유공자 심사 때 작성한 ‘공적조서’를 능가하는 인물연구나 행적조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근년에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다>(얼레빗)를 펴낸 이윤옥 시인은 “유관순과 같은 17살에 함경북도 화대장터에서 만세를 부르다 서대문형무소에 잡혀 와 숨진 동풍신 애국지사는 A4용지 한 장 정도가 자료의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여성독립운동가 몇 사람을 소개하면, ‘3.1만세의거의 꽃’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백범 김구 선생의 모친이자 독립운동가의 대모 곽낙원 여사, 안중근 의사 모친 조 마리아 여사, 윤희순 여성 의병대장, 여성 광복군 1호 신정숙, 임시정부의 안주인 정정화 여사, 남자현 의사, 동풍신 열사, 박차정 여사, 14세 여자독립군 오희옥, 조선의용대 처녀 독립군 전월순, 이육사 시신 거둔 이병희, 제주 해녀 부춘화, 신사참배 거부한 김두석, 임시의정원의 홍일점 방순희 등이 그들이다.

역사의 그늘에 묻힌 이들의 항일투쟁 공로를 기리기 위해 뜻있는 인사들이 기념사업회 발족에 나섰다. 참여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제정에 앞장선 김희선 전 의원을 필두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회’ 창립을 준비해 3.1절 95주년인 3월 1일 오후 3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여옥사(女獄舍)에서 창립대회를 갖는다. 여성계 인사로는 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가 지도위원을 맡았으며, 양경숙 시립대 교수, 윤정란 서강대 교수 등이 이사로 참여했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창립대회 포스터

이들은 초대의 글에서 “오늘날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된 듯 하지만 정작 여성독립운동에 대한 연구조사, 기념사업은 너무나 미진한 상태”라고 지적하고는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역사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기꺼이 자신을 헌신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제대로 찾아 기념하여 미래세대가 본받을 교훈으로 삼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앞으로 역사 속에 묻혀있는 여성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하여 재정리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공동선을 향한 우리사회의 발전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창립총회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의 특강을 마친 후 여성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다례(茶禮)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강연에서 이 소장은 해방된 지 70년이 다 된 지금 왜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발족 준비위원장은 맡은 김희선 전 의원은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일제 36년 통한의 세월이 왜곡되고 뭉개지고 묻혀버린 채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이 땅의 할머니, 어머니, 고모, 이모, 누이들의 항일투쟁, 독립운동사를 발굴·기념하고, 실천단계부터 하나씩 미래세대와 소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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