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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원 著 <두 섬 : 저항의 양극, 한국과 오키나와>
정운현 | 2017-10-02 12:58: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우리의 영토(북한 포함)를 흔히 한반도(韓半島)라고 부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때문이다. 반도면 반도지 한반도는 ‘섬’은 아니다.

그런데 한반도를 ‘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은 최근 펴낸 <두 섬 : 저항의 양극, 한국과 오키나와>(삶창 펴냄)에서 “걸어서 국경을 넘지 못한다면 섬”이라고 말한다. 그가 한반도를 ‘섬’이라고 한 것은 단순히 지리적, 지정학적 조건만이 아니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사상의 폐쇄성으로 한반도는 고립된 ‘섬’과 같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명원 저 <두 섬 : 저항의 양극, 한국과 오키나와> 표지

2.
한국(조선)과 오키나와(沖縄, 옛 琉球)는 그 역사성에서 마치 일란성 쌍생아와도 같다. 근대 일본 제국주의 시절 모두 일본의 식민지였다. 일제의 입장에서 조선은 북진, 오키나와는 남진의 양극(兩極)이자 교두보와도 같았다. 일제말기의 소위 ‘대동아공영권’은 조선과 오키나와를 양극으로 하는 식민지 공동체였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제에서 미군으로 점령자만 바뀌었을 뿐이다. 현재 두 곳은 극동 최대의 미군기지가 밀집돼 있다. 전전, 전후를 통 털어 이 두 지역은 강대국의 패권과 헤게모니 다툼 와중에 ‘인질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민주화의 가속화와 민도(民度)의 진전으로 자기결정권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식민주의의 양극’에서 ‘저항의 양극’으로 변모하였다. 과거의 비극을 딛고 역동적인 주체로서 거듭나고 있는데 저자는 이 두 섬이 연대 혹은 연합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면 동아시아 역내(域內)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3.
오키나와를 떠올리면 나는 두 가지가 생각난다. 태평양전쟁 말기의 오키나와 전투, 그리고 미군기지. 이 책에 따르면, 오키나와 전투(전쟁) 때 희생자는 총 24만 명이라고 한다. 그 중 일본군이 9만 8천 명, 미군이 1만 4천여 명, 조선인 노무 징용자와 위안부가 1만여 명, 그리고 오키나와 주민 9만 8천여 명.

역사학자 신주백의 연구에 따르면, 오키나와 본도(本島)에만 대략 130여 곳의 위안소가 있었다고 한다. 조선인 ‘위안부’는 줄잡아 1천여 명. 그러나 그들의 생사여부와 신상명세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은 대체로 16~19세의 전라도와 충청도 출신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군은 조선인 노무자들에게 스파이 혐의를 씌워 처형했는데 이들은 죽으면서도 “덴노 헤이카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연구는 일본이나 오키나와 학자의 연구결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조차도 자국사나 자국민의 관점에서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정부가 조선인의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상 이 분야 연구는 순전히 우리 몫이다. 저자는 관련기록을 읽어나가면서 “한없는 비통함과 무력감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우리 역사학계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오키나와 전쟁은 미군의 승리고 끝났다. 미군은 탱크와 불도저를 앞세우고 오키나와 주민들의 토지를 수용한 후 대규모 미군 기지를 건설하였다. 미국의 점령 통치는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면서 끝이 났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일본 본토에 있던 미군 기지들이 오키나와로 대거 이전되면서 오키나와는 ‘기지의 섬’이 돼버렸다.

상처가 아물려면 통증이 뒤따르는 법. 오키니와인들은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미군 기지 없는 ‘평화의 섬’을 만들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전후 70년을 맞은 2015년에는 ‘오키나와 독립론’을 주장하며 섬 전체가 들고 일어섰다. 독립, 자치, 자립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키나와 아이덴티티 찾기에 나선 것.

그럼 우리의 제주는? ‘국제자유도시’ 광풍이 몰아치면서 지역경제와 환경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섬 전체가 거대한 투기의 현장으로 탈바꿈하였으며, 강정 구럼비 바위는 해군기지 건설로 사라지고 말았다. 사드에 앞서 제주 해군기지는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1, 2부가 다소 학술적이라면 3부는 현장 보고서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오키나와 현지 얘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지에서 관련 문건을 탐사하고, 필요한 곳을 답사하고, 또 현지인들을 만나 듣고 나눈 얘기가 생동감을 준다. 특히 일본인의 시각이 아니라 한국인의 시각에서 역사를 더듬고 써내려간 점이 눈길을 끈다.

지역학 연구자도, 역사학자도, 사회학자도, 민속학자도 아닌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주제와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통섭의 자세로 마치 우리의 반쪽과도 같은 오키나와를 문헌과 현지취재를 통해 고금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써내려간 것이 마냥 부럽고 또 놀랍기도 하다. 마지막 3부는 채 읽지 못한 채 1, 2부에서 기억나는 대목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몇 자 메모해 둔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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