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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가서 유족 사칭하다 적발된 기자
사고 발생 뒤 나오는 보험금 보도, 언론사 관행이 됐다
임병도 | 2019-06-07 09:01: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6월 5일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한 정부 브리핑이 현지에서 있었습니다. 한국과 헝가리 구조단의 수색 진행 상황 등을 설명한 이상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 팀장은 브리핑이 끝난 뒤에 기자단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합니다.

“이상 브리핑을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기자단에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어제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기자로 추정되는 한국인이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병원에 입장하려고 했기 때문에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기자단들이 (병원에) 출입을 하거나 가족을 접촉하거나 (헝가리) 병원 당국을 접촉하는 것은 자제되었으면 좋겠단 말씀을 드립니다” (이상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 팀장)

한국인 기자가 유가족을 사칭해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출입하려다 적발된 것입니다. 어느 매체냐는 질문에 이상진 팀장은 ‘그것은 정확히 말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헝가리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정부 관계자가 오죽하면 기자들이 병원에 출입하거나 가족들을 접촉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겠습니까?

<재난보도 준칙>
제7조(비윤리적 취재 금지) 취재를 할 때는 신분을 밝혀야 한다. 신분 사칭이나 비밀 촬영 및 녹음 등 비윤리적인 수단과 방법을 통한 취재는 하지 않는다.

제8조(통제지역 취재) 병원, 피난처, 수사기관 등 출입을 통제하는 곳에서의 취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관계기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기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취재를 합니다. 문제는 취재 과정과 보도 방식에서 사고와 관련이 없는 자극적인 인터뷰와 뉴스를 내보낸다는 점입니다.

사고 발생 뒤 나오는 보험금 보도, 언론사 관행이 됐다.

▲5월 30일 헝가리 유람선 사고 이후 중앙일보의 보험금 관련 보도

헝가리 유람선 사고 다음날인 5월 30일 <중앙일보>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보험 보험금 최대 1억원’이라는 제목으로 보험금 예상 액수를 구체적으로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대한민국 언론사들이 유람선 침몰 이후 아직 생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구조 작업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금 관련 보도를 내보낸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보험금 보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 재난 사고에 대한 보도준칙을 지키자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여전히 사고가 발생하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보험금 보도를 관행처럼 보도합니다.

<중앙일보>는 보험금 기사에 관한 비판이 이어지자 기사 제목을 ‘헝가리 유람선 침몰’ 처벌·배상은 헝가리서 진행…여행사도 책임’으로 바꿨습니다.

<재난보도 준칙>
제13조(유언비어 방지) 모든 정보는 출처를 공개하고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제14조(단편적인 정보의 보도) 사건 사고의 전체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꼭 그렇게 인터뷰를 해야만 했나

이상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 팀장이 기자들에게 피해자 가족 접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그동안 대한민국 기자들이 자극적인 인터뷰를 여러 차례 해왔기 때문입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당시 유가족과 생존자를 인터뷰한 SBS 모닝와이드와 YTN. ⓒSBS,YTN 화면 캡처

2014년 2월 17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돼 부산외대 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자 언론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언론의 자극적인 인터뷰는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딸의 사망으로 슬픔에 잠긴 아버지에게 “딸 (시신) 확인했을 텐데 상태는 어땠나”라고 묻는 기자는 유가족의 슬픔을 화면으로 내보내겠다는 잔인함이 드러났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학생을 인터뷰하는 모습에서는 ‘알 권리’가 아니라 사고의 충격을 리얼리티 예능처럼 보여주겠다는 집착에 가까웠습니다.

<재난보도 준칙>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한다.

유명무실한 재난보도준칙

▲2014년 9월 언론인단체가 모여 ‘재난보도준칙’을 발표했다. 당시 조선일보 주필이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은 ‘한국 언론의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보

2014년 9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 단체들이 모여 ‘재난보도준칙’을 발표했습니다.

송희영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은 ‘재난보도준칙은 한국 언론의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징표이다’라며 재난보도준칙 제정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이 반성한다며 만든 재난보도준칙은 과연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언론의 무검증 속보와 피해자와 유가족을 무시한 자극적인 보도는 여전히 포털 뉴스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장 기자나 데스크나 ‘재난보도준칙’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저 언론사마다 누가 더 빨리,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지 경쟁하는 모습만 보입니다.

기자들은 ‘기레기’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합니다. 나는 열심히 취재하고 제대로 기사를 쓰는 데 왜 기레기라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기자도 있습니다.

기자가 기레기라고 욕 먹지 않으려면, 언론계 내부에서 기레기를 퇴출시키면 됩니다. 언론 단체들이 스스로 만든 ‘재난보도 준칙’을 지키지 않는 기자를 제명하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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