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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잃어버린 천문학적인 금액
김원식 | 2020-04-08 10:58:3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뉴시스/AP

“철통같은 한미동맹인데, 서로 어려울 때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걸 왜 굳이 문제 삼는지 알 수가 없네요”

미국이 주한미군도 아닌 역외 미군의, 그것도 은근슬쩍 한국에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한 사실에 관해 취재를 시작하자 주한미군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던진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서로 어려울 때 도와야 하는 것이 동맹이고, 최악의 경우인 전쟁에서는 상호방위를 해줘야 하는 것이 동맹이다. 그런데, 미국이 미군의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한국에 좀 부탁한 걸 가지고 왜 취재를 시작한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요새 거의 매일 오후에 본인이 직접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한다. 트럼프나 트럼프 행정부가 기자 브리핑을 싫어해서 백악관 정례 브리핑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 말이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물적 감각으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코로나19는 매일 본인이 브리핑을 한다. 기자라면 콧방귀도 안 뀌던 트럼프가 매일 한 시간 넘게 마이크를 잡다 보니 백악관에는 생중계하지 말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다 죽어가는 데 매일 자기 자랑이고 ‘위대한 미국’만 말하는 트럼프의 말을 더는 듣기 싫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면서 질문을 해도 트럼프는 본체만체다.

“서울 인구가 3천8백만 명이라서 빽빽하다”는 가짜뉴스도 만들면서 한국보다도 월등하게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다들 코로나19에 관해 한국, 한국 하는데 미국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가 코로나 검사 정도는 서로 동맹인데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을 때 바로 떠오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트럼프가 저 말에 동의할까?’ ‘핵항모 함장을 잘랐듯이, 진단 검사 부탁을 한국에 한 관계자를 자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스쳐 갔다.

가정을 해보자.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한국 인근에 있던 미 핵항모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어났고, 다급한 미국은 안 그래도 세계 수준의 진단 실력을 갖춘 한국에 부탁해 신속하게 확진자를 가려냈다면, 그리고 한미 양국이 이런 사실을 동시에 발표했다면.

양국 국민은 동맹의 소중함과 가장 어려울 때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위대함을 느꼈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미 합동군사훈련도 전쟁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천재지변 등 모든 재난사태에도 대비한다고 매번 선전해왔다. 그렇다면 코로나19야말로 세계적인 재난사태가 아닌가. 그런데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응 능력은 폄하하면서 실제로 미군은 한국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언론이 파고들자 뒤늦게 주한미군은 아니었다고 실토하는 수준이다.

이게 과연 대국의 모습인가? 기자의 미국인 친구가 “트럼프식으로 따지면, 한 명당 검사비 1만 달러는 받아라!”고 꼬집는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과 의료비를 생각하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트럼프처럼 될 수는 없다.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기자와 통화하면서 목소리를 높인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미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늘 통화하던 사람이다. 맞는 말인데, 내가 왜 화가 났을까 말이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이 떠올랐다.

서로 어려울 때 돕는 것이 동맹인데, 이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왜 미국은 은근슬쩍 했을까? 핵함모 승무원을 다 죽게 놔둘 수는 없다고 하소연한 함장도 바로 잘렸다. 트럼프 생각에는 ‘위대한 미국’의 함장 자격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겉으로는 ‘위대한 미국’을 외치면서도 몰래 동맹에 부탁하고 그것을 숨기는 것이 미국다운 것인가? 공짜는 없다고, 방위비는 갑자기 6배나 넘게 올려달라고 하면서 급하면 동맹을 찾는 것이 과연 미국다운 모습인가? 더 화가 났다.

사실, 기자는 트럼프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한국 언론 중 누구 못지않게 트럼프 대망론을 펼친 사람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쟁 안 하고 세계경찰도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를 지지한 것이다. 미국 투표권은 없어도 지금도 굳이 택하라면 트럼프를 택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 취재 과정에서 실감나게 동맹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못 사는 나라도 아닌 한국이 미군 수천 명을 공짜로 진단 검사를 해준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마도 트럼프가 알면 엄청난 문제가 될 것이다. 왜 그럴까? 방위비는 한푼한푼 그렇게 돈을 따지는 사람이 ‘x팔리게’ 미군의 진단 검사를 한국에 몰래 요청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알아야 한다. 재임 기간 성취했다고 주장하는 경제 성과도 코로나 사태로 다 까먹고 있다. 그리고도 또 돈만 따진다. 그런데, 동맹을 이렇게 돈으로만 따지면서 상호불신으로 갈라놓은 그 금액은 아마도 천문학적일 것이다. 어쩌면 이번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가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미 언론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됐다고 지적한다.

쉽게 말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 당신이 한국에서 방위비 몇조 원 더 받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이 당신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한미간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미국에서도 최악의 대통령이 되어 간다. 늦지 않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에 게재된 필자의 기사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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