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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의 세 자녀 아버지가 재단이사인 대학에서 유학
미국 대학에 기부금을 내왔다면 그 돈의 출처를 따져봐야 한다
육근성 | 2018-04-20 11:44:3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입사 후 수년 내 모두 임원으로 점프했다는 것뿐만 아니다. 유학 경력도 특이하다. 셋 모두 미국 서부에 소재한 같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세 자녀 모두 미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장녀 조현아 사장은 Heather Cho, 아들 조원태 사장은 Walter Cho, 둘째 딸 조현민 전무는 Emily Cho로 불린다.


한진 일가의 USC 행

KBS 시사기획 ‘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2014년) 제작진이 조사한 바로는 재벌 일가 921명 중 119명의 출생지가 미국이다. 119명 중 114명이 재벌 3~5세대.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재벌 일가에 ‘까만 머리 미국인’이 많다는 얘기다. 한진그룹 조 회장의 자녀 중에도 이런 ‘미국인’이 있다. 조현민 전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양호 회장은 인하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79년 남가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이하 USC)에서 석사를 마쳤다. USC는 LA에 소재한 대학이다. 1880년 설립됐으며 미국 내에서 명문으로 꼽힌다.

조 회장이 USC에서 돌아오자 한진그룹 일가의 USC 행이 이어진다. 동생 조수호(사망) 전 한진해운 회장은 USC에서 경영학 학사를, 막내 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역시 같은 대학 경제학과를 다녔다. 조 회장의 세 자녀들도 하나같이 USC 출신이다. 장녀와 아들은 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둘째 딸은 커뮤니케이션(학사)을 전공했다.

USC는 재단이사들에 의해 운영되는 사립대학이다. 1990년경 조 회장은 이 대학의 재단이사가 된다. 현재에도 그의 이름이 재단이사 명단에 올라 있다. 18년 정도 USC 재단이사직을 연임해 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의 세 자녀는 아버지가 재단이사인 대학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것이 된다. 바꿔말하면 조 회장은 세 자녀를 자신이 재단이사로 있는 대학을 다니도록 한 셈이다.


아버지가 재단이사인 대학으로 유학

미국의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 ‘동문 기여 입학제도’(Legacy)라는 게 있다. 가족 중에 동문이 있는 경우 그 가족이 학교에 얼마나 기부해 왔는가를 보고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조 회장이 USC 출신이니 세 자녀는 ‘동문 가족’에 해당한다. 그러니 USC에 기부금만 내왔다면 세 자녀에게는 당연히 이 제도의 수혜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USC가 연간 거둬들이는 기부금 액수는 미국 내 주요 대학 중 세 번째다. 1위는 스탠포드 대학으로 16억 3천만 달러, 2위가 하버드 대학으로 10억 5천만 달러, 그다음이 USC로 6천5백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한화로 약 7000억 원 정도다.

<USC 재단이사 명단.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이름이 들어있다/ 출처: USC 홈페이지>

기부금 내역은 규정상 밝히지 않는다는 게 미국 대학들의 공식 입장이지만, 어쨌든 조 회장도 USC에 상당한 규모의 기부를 해온 것으로 봐야 한다.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려진 건 없다. 하지만, 그는 이 대학의 외국인 재단이사다. 그것도 장기 연임 중이다. 그가 USC에 기여한 바가 상당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2006년 조 회장은 USC 총장과 재단 이사 수십 명을 특별기를 통원해 제주도로 초청했다. 대한한공 측은 ‘USC 이사진이 중국 방문 중에 제주도를 찾은 것’이라며 ‘제주도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초청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당시 조 회장의 아들은 USC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중이었다.

2007년 조 회장은 부친의 이름을 딴 ‘조중훈 석좌교수직’을 USC에 기부했다. 이때 대한항공에 비행기를 팔아온 미국 보잉사가 돈을 보탰다. 액수는 백만 달러였다고 알려졌다. 그가 USC에 적지 않은 규모의 기부금을 내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조중훈 석좌교수’직 선정 기념 사진 / 출처: 대한항공 블로그>


회사 돈으로 챙긴 개인적 수혜?

2005년 USC가 선정한 글로벌경영자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한국학연구소 개설을 위해 USC에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LA 경제개발위원회로부터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에디 어워드’상을 USC와 함께 수상했다.

물론 한진그룹 일가만 미국의 특정 대학과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아니다. 다수의 재벌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 두산 일가 중엔 뉴욕대 출신이, SK의 경우 시카고대 출신이 많다. 명문대가 한두 곳이 아닌데도 같은 대학을 고집해 왔다는 얘기다.

미국 대학에 기부금을 내왔다면 그 돈의 출처를 따져봐야 한다. 개인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그랬다면 문제다. 재벌 일가의 개인적 수혜를 위해 회사가 금전적 출혈을 감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인하대는 한진그룹 소유다. USC에 만큼 인하대에도 그렇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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