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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성장, ‘관피아’의 전형이었다
대한항공의 도약기 1970년대를 관통하는 그 이름
육근성 | 2018-04-26 08:28:3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해방 직후인 1945년 가을, ‘한진상사’가 인천에서 문을 열었다. 트럭 1대가 전부인 운수업체였다. 이것이 대한항공을 소유한 한진그룹의 시작이다. 한진상사는 주한미군과 베트남 전쟁 덕분에 돈을 벌었다. 군수물자 수송계약을 따냈기 때문이었다.


박정희와 조중훈

한진상사를 설립한 조중훈은 항공물류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민간영역이 항공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69년 기회가 찾아온다. 박정희가 운영이 부실한 대한항공공사를 한진상사에 넘기려 했고, 조중훈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민간이 운영하는 국책항공사 ‘대한항공의 탄생은 이렇게 이뤄졌다.

대한항공은 출범하자마자 국제선 취항에 열을 올렸다. 우선 베트남 전쟁으로 여객과 화물 수송이 많았던 서울-사이공(호치민) 노선 취항을 서둘렀다. 1971년에는 비록 화물 노선었지만 미국행 비행기를 띄울 수 있었다.

이어 1972년 미주 정기여객노선(서울-동경-호놀룰루-LA), 1973년 유럽 화물 노선, 1975년 유럽 정기여객노선(서울-파리), 1979년 서울-뉴욕 여객노선 개설 등이 이어졌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국제선 취항사로서 기본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다. 1970년대는 대한항공이 항공사로서 기반을 다진 시기였다.


대한항공의 도약기를 관통하는 그 이름

대한항공의 도약기였던 1970년대. 한 사람의 이름이 이 시기를 관통한다. 대한항공이 사운을 걸고 국제선 취항에 박차를 가했던 10년 동안 한진 일가와 끈끈한 연을 맺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연은 지금도 대물림되고 있다.

이재철. 그는 항공사업 전반의 인허가권을 틀어쥐고 있던 당시 교통부 차관이었다. 5년 동안이나 차관 자리를 지켰다. ‘장수 차관’이었던 것이다. 재임 기간인 1971년부터 1976년까지 세 번이나 장관(장성환, 김신, 최경록)이 뀌었지만, 차관이었던 그는 여전히 건재했다.

그가 교통부 차관으로 부임할 때 조중훈은 미주 노선 취항에 사운을 걸고 있었다. 미주 노선 취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무렵, 군복무를 마친 대한항공의 장남이 결혼(1973년)을 한다. 신부는 놀랍게도 그 차관의 딸이었다. 자신의 사업에 꼭 필요한 인허가권을 틀어쥐고 있던 주무부처 핵심관료의 딸을 며느리로 들인 것이다.

새로운 취항노선을 개척하던 항공사의 오너가 주무부처 핵심관료와 사돈관계를 맺다니. 조중훈에게 이 사건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오너의 장남 이름은 조양호. 현재 한진그룹 총수다. 차관의 딸 이름은 이명희. 조양호 회장의 부인이자 ‘갑질 삼남매’의 생모다.

대한항공 총수는 자신의 사돈을 살뜰히 챙겼다. 이재철은 1976년 교통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퇴임하자마자 인하대 총장으로 옮겨 앉았다. 인하대는 조중훈이 1968년 인수한 인하학원 계열의 대학이다. 전직 교통부 고위관료가 항공사 오너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의 총장이 된 것이다.


혼인으로 맺어진 ‘관피아’

공직자가 퇴직한 뒤, 관계 기관이나 유관 기업에 들어가 관과 기업 사이에 검은 커넥션을 형성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태를 ‘관피아’라고 부른다. 대한항공과 교통부 전 차관의 관계는 ‘관피아’ 그 이상일 수 있다. 그들의 유착 관계에 자녀의 결혼을 통해 형성된 돈독함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항공사 오너의 아들과 교통부 실세 차관의 딸. 이 둘이 결혼한 직후 항공사는 유럽으로 정기 화물·여객 노선을 개설하고 운항에 들어갔다. 퇴직한 전직 고위관리가 항공사 소유의 대학교 총장 자리에 있을 때, 항공사는 유럽을 오가는 정기 화물·여객 노선을 취항시켰다.

사돈관계가 된 항공사 오너와 유관 부처의 고위공직자. 이후 그들의 아들과 딸은 항공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재벌그룹의 회장과 회장 부인이 됐다. 대한항공의 성공에는 관피아의 그림자가 짙다. 혼인으로 맺어진 ‘관피아’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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