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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건설에도 박근혜식 ‘은폐와 농단’
‘눈속임‘에 터 잡은 11조원짜리 ‘애물단지’
육근성 | 2017-03-15 17:48: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토의 동남권에 ‘관문’ 역할을 할 신공항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가 나온 건 오래전 일이다. 참여정부 등 역대 정부들도 동남권 항공수요 증가를 감안할 때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필요한 일이라며 공감해 왔다. 그러다 2007년 제17대 대선, ‘신공항’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된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었다.


정치라는 안경을 끼고 신공항 바라본 이명박

이명박 정부는 타당성 평가를 진행했다. 하지만 2011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성 부족. 하지만 더 큰 사정이 있었다. 지지층의 분열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안방’인 영남에서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질 경우, 정권에게 가해질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김해공항 전경 / 출처: 오마이뉴스>

그러나 ‘신공항’은 백지화되지 않았다. 제18대 대선이 되자 부활의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호남이 ‘안방’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신공항 부산가덕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PK의 표심 공략은 물론, 박근혜 후보를 곤란하게 만드는 ‘묘수’로도 작용했다. 박 후보는 이중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PK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가덕도 신공항’ 지지를 표명해야 했고, TK 지역에 가서는 ‘가덕도 신공항’ 얘기를 쉬쉬해야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며 TK의 눈치를 살폈다. TK의 지역정치권은 가덕도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밀양을 신공항 후보지로 강하게 제안했고, 또 일각에서는 대구공항을 확장이전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2016년 6월 신공항 건설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PK와 TK의 지역갈등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신공항에도 박근혜 식 ‘은폐와 농단’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을 포기하는 대신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대안을 선택한 이유로 우선 비용문제를 내세웠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용(최대 10조 5800억 원)이 김해공항 확장비용(4조 17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정말 비용 때문일까?

줄곧 국민의 눈을 속여 온 정권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그러나 무엇에 익숙하다는 게 곧 탁월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박 정권은 눈속임에 익숙하지만, 탁월함과는 거리가 멀다. 쉽게 들통 날 수밖에 없는 아둔함이 뚝뚝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미련한 눈속임’에 터 잡은 ‘은폐와 농단’이 '신공항 추진'에도 동원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은폐. 정부가 대구공항을 사실상 신공항 수준으로 키우기 위한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했다. 그 다음 농단. ‘김해공항의 신공항 수준 확장(김해신공항)’이라는 당초 계획에 칼질을 했다.

KDI는 김해신공항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2040년 여객 수요를 2500만~2800만으로 예상했다. 이것은 당초 예측 3,800만 명(정부 용역으로 파리공항공단이 조사)에 비해 30%정도 낮게 추정된 수치다. 최근 10년간 김해공항의 연평균 여객증가율은 11.4%에 달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예측치는 4.6%에 불과하다.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를 내놓은 것이다. 현재 김해공항 이용객 증가추이를 반영한다면, 정부 예측치(2040년 2,500만~2,800만 명)는 14년 앞당겨 2026년이면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예측을 낮춰 잡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왜 그랬을까?

▲<대구공항 이전 부지 관련해 브리핑하는 권영진 대구시장>


11조 원 들여 ‘애물단지’ 만든다?

동시에 새로운 플랜이 가동되고 있었다. 지난 2월 박근혜 정부는 대구공항 부지 이전과 함께 새로운 부지에 대구통합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대구통합공항’ 사업 소요비용은 7조 2500억 원. 김해공항 확장비용보다 3조 원이나 많다. ‘대구’를 키우는 대신 ‘김해’를 축소하려 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영남권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 두 개의 공항이 들어설 판이다. 대구통합공항 건설과 김해공항 확장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11조 4200억 원에 달한다. 영남권에 대규모 공항이 두 개씩이나 필요할까?

영남권에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항공여객과 화물수요가 수도권 다음으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문공항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대형 여객기(B747-8F, A380-800 등)가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 길이가 3.8km, 폭이 60m 이상 돼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춘 곳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극소수다. 인천공항에 재난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겨 대형 여객기가 회항할 경우 대체할 공항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의 공항’이 되려면

때문에 영남권 관문공항은 인천공항을 대체할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신공항 대신 추진하고 있는 김해공항으로는 어림없다. 김해공항이 확장된다고 해도 대형여객기 이착륙에 적합한 조건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김해신공항 활주로가 3.8km 이상 보장되지 않으면 신공항 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인천공항에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태반의 여객기는 국내가 아닌 일본 간사이나 중국 푸동 공항으로 회항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해공항이 확장된다고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 대구공항을 확장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대구공항이 미군 K-2기지와 활주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인천공항의 대체공항으로 기능을 해내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는 ‘애물단지’ 생산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해 왔다. ‘PK만 배려하느냐’는 TK지역 여론에 밀려 대구통합공항 카드를 꺼내든 박근혜 정부의 잘못이 크다. 신공항 건설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무시된 채 공정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토 동남부의 관문공항은 PK의 것도, TK의 것도 아닌 ‘국민의 공항’이어야 한다. 그나마 사업 초기단계라서 다행이다. 일단 중단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그 후엔 입지문제를 포함한 신공항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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