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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홍콩의 벤처이야기 “홍콩수출짐꾼2” 15
아버지 임종 GOOD BYE FATHER
향암 | 2019-09-27 12:23: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5. 아버지 임종
GOOD BYE FATHER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는 맏아들인 노보특이 태어나면서부터 호칭이 아무개에서 아무개 아버지로 바뀌었을 것이다.

노보특도 맏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호칭이 일반적 남자에서 아무개 아버지로 바뀐 셈이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영원히 아버지라고 부르며 무릎 꿇고 큰절 올릴 수 있던 유일한 천연적 혈연적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홍콩 영주권자가 세계 어디에서 라도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다고 하여 조국이고 고국인 한국에 들어와서 그나마 오랜만에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을 때에 노보특의 아버지는 불편하게 부자유스럽게 내 집이 아닌 요양 병원에 계셨다. 어릴 적 동네나 학교가는 자전거 통학길에 볼 수 있었던 기억에 남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상당수 요양 병원에 비슷한 증세로 함께 계시었다. 나이 들면 그렇게 모두 깜박깜박해지는 것인가? 그 때는 일상이 경황이 없어 그런 줄 알고 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많이 후회스럽고 죄송스러운 점이 많다.

공교롭게 아흔이 넘으신 노보특의 장모님도 사돈지간인 노보특의 팔순 아버지와 같은 군산시 개정동 봉정요양병원에 계셨다. 요양병원의 환자로서는 두 분 모두 양호한 편이었다. 외국에 살고있다 보면 특히 맏아들의 경우에는 일 년 중 두 번의 특별한 날에 상당히괴로워진다.자유롭게 아무 때나 오고 갈 수 있다면 덜 하겠지만 명절 때와 한식날이다. 명절은 국제공항이 있는 서울이 아닌 전라북도 군산시까지의 교통편이 만만치 않고 성묘하고 산소를 돌보는 청명 한식일에는 역시 자유롭게 올 수 없으니 그런 셈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임종을 못하고 저 세상에 가시게 했다는 죄책감과 미련으로 천추의 한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 노보특에게 그나마 다행스럽게 외아들이 아니라서 누이동생들이 있기에 요양병원에 모시게 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또는 평시에도 때때로 동생들이 찾아 뵙지만 정작 맏아들 노보특은 그 마저도 여의치 못하기에 괴로웠다.

그래서 서울 출장 길에 군산까지 들려서 아버지를 보고 가면서 요양병원의 수간호사가 누이동생의 친구라서 상의를 했다. 맏아들 노보특이 할 수 있는 것이 돈 말고도 있다고 여기는데 기억이 깜박깜박하는 치매환자에게는 왕성했던 시절의 사진이나 녹음이 원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여기므로 그걸 시도할 테니 도와 달라고 했다. 즉, 편지를 부쳐도 보기는 하지만 읽을 수 없고 글씨도 쓸 수 없으나 들을 수는 있으니 대신 읽어주고 보여줄 수 있는지 부탁을 겸해서 상의했던 것이다. 전화통화도 못하니!

그렇게 동의를 받고 홍콩에서 이메일로 아버지께 편지를 쓰면서 과거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에 좋았던 몸으로 자식들과 소풍을 갔거나 노래자랑에서 노래 부르고 상도 받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이메일 첨부로 보낸 것이다. 그러면 수간호사가 출력해서 모두 함께 있는 병실에서 아버지께 육성으로 읽어주면 그렇게 미소와 함께 뿌듯해하시고 그 편지를 병원 게시판에 부착해서 모두 읽어보게 하고 사진은 아버지의 머리맡에 두었더니 식사도 잘 하시고 병원 규칙도 잘 지킨다는 효과를 발견하여 개정봉정요양병원은 성공적인 임상효과로 논문을 보고했다고도 했다.

그래서 노보특의 얼굴을 모두 알아보게 되었다.

그런 세월도 마냥 이어질 수는 없던 것이었다.상태가 좋다던 장모님이 돌아가시어 홍콩에서 딸이 왔고 사위도 마침 한국에 있었기에 영결식에 참석하고 이제 딸은 홍콩으로 돌아가려는 날에 시아버지인 노보특의 아버지께서 위급하다는 연락을 막 장모 초상 치루고 구미에 돌아가 있던 노보특 사장에게 날아든 것이다.

의사가 ‘마음을 준비하고 빨리 오시라’는 전화에 노보특은 “아니 어제까지 좋았는데 위급이라니요?”라고 물으니,의사는“노인건강이 원래 그런 것입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시간 여유가 얼마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자정까지는 여유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노보특은 다시 서둘러 차를 몰아 군산에 도착했다.

누이들은 이미 와 있었고 막내 아우만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었고, 의사는 이미 모르핀으로 연명을 시키고 있었다. 점점 의식이 흐려지고 피부까지 차가워지기 시작하자 주사를 놓아도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의사는 아직 의식이 있으니 말은 못해도 들을 수 있으니 하고 싶은 말들을 해보라고 했다.

딸들과 며느리들이 모두 인사하고 맏아들 노보특이 다가가서 손을 잡고 인사를 하니 노보특의 손을 꽉 잡는데 그 힘이 팔순의 죽어가는 분의 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도저히 노보특의 힘으로 손을 뺄 수가 없었다. 순간, 노보특은 이것이 인간의 생명력이고 집착이구나라고 여겼다. 평소 정신이 좋을 때에 요양병원에서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었고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나 듣고 싶은 말을 물어도 분명한 목소리로 없다고 하셨던 분이라서 산소호흡기 착용으로 기도가 막힌 아버지를 괴롭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 밤, 맏아들 노보특은 아버지의 사랑이 맏아들보다 막내 아들에 걸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막내 아우가 병실에 들어서면서 목소리가 들리고 울음 소리를 듣자마자 아버지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막내 아들의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자 아버지는 축 쳐지는 것이었다. 그 때의 시간이 자정 15분 전이었다. 아버지의 병상 주변에는 다섯개의 모니터가 있었다. 의사에게 이제 볼 사람 다 보았으니 고통스럽게 모르핀 주사를 그만 놓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의사는 말하길, ‘저 다섯대의 모니터가 동시에 모두 정지되어야 저의 의료행위는 중지됩니다. 그 전에 중지하면 저는 살인죄에 해당됩니다. 저는 죄를 짓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새벽 두 시가 지났다. 여전히 모니터는 파형을 그리고 있었다. 모르핀 주사를 놓을 때마다 거의 죽어가는 아버지의 신체가 병상에서 들썩하고 튀어 오르듯이 고통을 감당하는 것이었다. 보기가 민망하고 고통스러웠다. 의사는 다시 말하길 ‘참고 더 기다리세요.’라고 하면서,’이 시간에 어디로 가시려고 그럽니까? 어차피 날이 새야 장례식장에라도 옮길 텐데 조금 더 연장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주사를 놓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죽어가는 사람이 주사의 아픔과 함께 사망의 고통을 감당하게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모니터는 날이 샌 시간에 모두 정지되었다. 2007년 12월 중순이었다.

이렇게 사망진단 받기가 어렵고 다섯개의 모니터가 그 근거가 되는 ‘죽었다’는 결과를 받기가 보기에는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았다.

그렇다면 부디 죽겠다는 말보다는 살겠다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아버지께서 영면하신 것이다.

이제 아버지를 부를 수도 없고 손을 잡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소리 내어 통곡한다고 아버지께서 들으실까?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뜨실까? 궁금해서 물어보기라도 할까? 다 소용없는 짓이 된 것이다. 이제는 가슴 속에 묻어야 한다.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해야 한다.

장례식장을 정하고 시신을 영안실의 냉동고에 모셔두고, 마침 살아 계실 때에 모든 간호사와 환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죽으면 화장하고 이미 산소에 있는 어머니도 파묘해서 화장하여 합장하라고 유언하시듯이 노보특의 질문과 부탁을 승낙하셨기에 그렇게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모두 산 사람을 위한 행사요 절차가 되었다.

초상을 치르는 노보특에게는 객지나 다름없었다.

홍콩에 살면서 수출출장만 다녔지 한국까지 상가에 많이 오지 못했고, 친구들과 동창들 그리고 동기들에게 연락은 됐지만 모두 매일 산다는 게 그리 복잡한 세상인지라 조화나 조위금만 온다. 그나마 동생들의 조문객들이 많았었다. 역시 노조가 있는 조직이나 단체 그리고 회사는 조문 방식과 규모도 달랐다.

초상을 치르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는데 노보특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꼼꼼하신 노보특의 아버지는 장롱속과 금고속에 언제나 정리가 되어있는 소장품과 수첩 그리고 일기장과 앨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단에서 넘어졌던 사고가 결국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몇 년씩이나 병원을 전전하시다 저 세상으로 가셨기에 정작 평소 아끼던 금고는 직접 열어보지 못했다. 그런 날을 예견했듯이 맏아들에게 금고비밀번호를 맏아들 노보특에게만 알려주셨기에 모든 것들을 금고에서 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 것이다. 아끼고 남기는 것보다 평소 보여주고 듣게 하는 것이 남는 것이고 남겨주는 것이라고 노보특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배웠다.

노보특의 아버지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던 분이다. 아홉 살에 어머니를 일찍 여의셨고 6.25전쟁에 자진 입대 학도병이 되어 참전을 하고 부상을 당했지만 원호가족 신청을 안 하고 자력으로 살겠다는 각오로 독학으로 공부해서 전기기술자가 되셨고,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각별하셨던 아버지, 스스로 가고 싶어하는 학교에 응시하게 해준 아버지, 스스로 원한 직업과 직장을 선택한 노보특을 칭찬해준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베필과 결혼하게 해 주신 아버지 또한 ‘네 인생은 네 것’이라면서 장남의 역할과 관계없이 홍콩창업을 허락해주신 아버지를 막상 사업성공을 못 보여드리고 영영 이별을 한 것 같아 죄송스럽기 그지 없다고  느꼈다.

그래도 아들에게 분명한 것을 가르쳤고, 인생은 사람이 죽으니까 사는 것이라는 철학을 중학교 입학했을 때에 가르쳐 주셨고, 남자는 자기 의지로 살아야 한다면서 흑과 백을 분명히 하고 월급쟁이는 항시 사표를 안 호주머니에 지니고 다니면서 월급 도둑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상상전자에 입사했을 때에 가르쳐 주신 아버지, 사업은 좋은 것이고 부디 성공해서 돈 많이 벌기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월급을 주고 그리고도 능력이 되면 많은 사람들을 돕고 기부를 하라면서 홍콩에서 사업한다고 했을 때 가르쳐 주신 아버지이셨다. 그런 아버지를 어디에서 다시 만나리?

아버지 감사합니다.어머니와 함께 합장하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골을 노보특은 사찰에 모신다. 국가는 6.25참전 용사이었지만 원호성금 안 받고 자력으로 살았던 노보특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후에 국가유공자 국립묘지로 불러준다.

노보특이 2010년도부터 전라북도 홍콩국제교류자문관에 위촉되어 초청받은 전라북도 도청에서 만난 미국 시카고 교민이 유행가를 입으로 나팔 소리를 너무 잘 내기에 인사를 드렸더니 6.25전쟁때에 군악대장이었다고 해서 노보특은 아버지 얘기를 하게된다

그 분의 소개로 국가보훈처를 알게 되어 국가유공자가 죽어서야 받는 혜택이 국립묘지 이장이란 것을 알게 되어 구비서류를 갖추어 육군본부 확인을 받아 전라북도 임실호국원에 2011년6월에 노보특의 부모님은 유골함을 모셨던 사찰에서 임실호국원으로 이장 안치된다.

노보특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아버지의 평생 일기장 중 6.25 참전부분은 별도의 책으로 출판을 했다. 6.25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와 군대에 안 갔던 분들에게 진정한 애국과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6.25전쟁속으로(參戰記) 2018-06-11
PDF http://www.upaper.net/joayo21/1119268
EPUB http://www.upaper.net/joayo21/1119395
 

국림임실호국원

<계속>

향암 (香庵)

홍콩 2B1 Limited 회장
홍콩 A-Dragon Corporation 창업, 1989.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과학기술산업융합 최고전략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SPARC 수료 논문 [출판시장의 변화와 전자책의 미래연구] 발표로 장영실상 수상, 2018.8.

필명: 향암香庵~작품속 가명 노보특 (Robert영어이름 대용)

연재소설 [홍콩수출짐꾼2]는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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