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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홍콩의 벤처이야기 “캘리포니아 냉장고” 15-1
대한민국 최초 중공 시장 (No Frost Type) 냉장고 수출실화
향암 | 2019-08-09 05:04:0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5. Good-bye SSEC

1) 사표

1985년 3월 1일 일요일 대한항공을 타고 홍콩에 급파되어 참으로 쏜 살 같이 지나온 세월이었다. 홍콩에 나올 때에는 해외주재원은 대개 3년 근무 후 본사 복귀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해외 근무가 점점 중요해져 기간이 연장되거나 본사 복귀했다가 다시 해외로 발령나는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자녀 교육이 염려되기도 했다. 노보특 과장은 어느덧 주재 발령 4년이 막 지났을 때이기도 했다.

@회사

그 동안 근무 잘하고 실적 좋았다는 평가를 받아 본사 해외본부 가전수출부의 성 과장은 다른 사업부의 부장으로 승진 전보되었고, 김행수 대리는 1호봉 특진과 함께 본인의 전공대로 중국어를 보강할 수 있도록 회사가 대만 유학을 보내 놓은 상태였다.

만약에 홍콩을 비운다면 누가 있어야 할까를 생각해보니 십중팔구 김행수 대리가 노보특과장의 교통사고를 빌미로 회사는 대만 유학중인 김행수 대리를 중도에 불러들일 것 같았다.
중공과 홍콩의 가전수출 업무를 가장 많이 알고 있으며 중국어 전공이므로 다른 사람들은 노보특과장 그 다음이 김행수 대리이고 성 부장은 이미 다른 사업부로 떠났으니 여전히 가전수출부 소속인 김행수 대리가 홍콩으로 발령 날 것으로 짐작됐다.

6개월의 짧은 대만 유학이라는 기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4개월 만에 홍콩으로 발령 받게 될 것 같은 김행수 대리가 아쉽기는 해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에 불행 중 다행이고 모두 노보특 과장이 본사로 가도 부장으로 승진되어 가전수출부를 맡아서 김행수 대리와 함께 다시 그 호시절을 부활해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다음 날 노보특과장은 대만 유학 중인 HS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안부와 함께 학교가 교외에 있어서 자주 타이페이 시내에 나가지는 못해도 더러 상상전자 대만지점의 한강호 지점장을 만나며 형님의 입사동기라서 더러 화제를 삼기도 한다고.

그리고 부디 유학 끝나고 다시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제는 HS의 아내도 대만에 나와서 안정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대만지점에 발령받고 얼마 안 되었지만 혼자 뛰고 있는 입사동기 한강호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한 지점장, 오랜만이야?”
노보특과장이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어~! 노보특 과장, 많이 다쳤다는데 어때?”
반갑게 한 지점장이 답을 해주었다.

“응, 집에 쉬고 있어 다름이 아니고 혹시 대만 보인대학에서 교육받던 김행수 대리를 만나본 적이 있나?”
“응, 만났었지. 왜?”

“내가 본사 발령을 받아서 후임자로 예상되는데 사실은   중공시장이 냉장고는 이제 종을 친 것 같은데 아쉬운 대로 충원 없이 내가 근무를 계속 할 수 있으나 팔을 목에 삼각대로 걸고 일하게 하고 싶지 않아 홍콩법인장님이 본사에 발령을 내준 것 같아. 내가 염려하는 것은 회사가 유학을 보냈지만 공부를 다 못 마치고 홍콩으로 발령 받았다가 실적이 부족하면 당연히 주재원을 정리할 텐데 그리 되면 김행수   대리가 가장 먼저 이동 대상이 될 수 있어. 그럴 경우에 본사로 돌아가게 하지 말고 대만지점으로 잡아당겨 달라고. 한 지점장은 그 정도 힘은 있잖아?”

“응. 알았어. 잘 살펴보고 있을께. 회사 일 너무 걱정 말고 몸부터 추스려.”이렇게 통화는 끝났지만 목소리에서 한강호 동기의 진지한 이해를 느꼈다.

김행수 대리는 일 잘 하고 친화력이 좋다고 여기저기에서 호평을 받았으니 한 지점장에게는 탐 나는 인재일 텐데 복이 굴러 들어올 수 있다는 정보를 준 셈이니 든든한 밑천으로 소화할 수 있겠지…

@아버지

노보특 과장은 이어서 계속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며칠 후,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안녕하세요? 혼자 계시기에 적적하지 않으세요? 저는 아무래도 회사를 그만둘까 합니다. 많이 다친 것이 첫째 이유이고 그래서 이전만큼 왕성하게 일 하기 힘들 수도 있어 차라리 제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제가 장남이라서 아버지께 허락받고자 합니다.”

“무슨 말이냐? 네 인생은 네 것이다. 네가 알아서 해야 한다. 네 인생에 아버지는 계산하지 말거라. 장남이란 것도 계산하지 말거라. 오로지 네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장으로서 임무를 다하면 된다. 이미 네 맘 속에 그만 둘 생각을 했다면 너는 그 회사를 네 발로 걸어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이고 월급쟁이가 조직의 생리나 규칙에 어긋나게 되거나 파벌에 쏠리게 되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가장 비참한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보특 과장은 아버지께 다시 여쭈어 보았다.

“만약에 제가 홍콩에서 무역업을 하겠다고 회사에 사표 내면 아버지를 못 모시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으시겠냐고 말입니다.”

아버지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했다.

“이미 네 입에서 사표소리가 나왔다는 것은 앞으로도 그만 둘 생각이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모두가 일 잘한다고 할 때에 나오는 것이 낫겠다. 왜냐면 지금까지 네 노력에 비해서 회사로부터 대접을 제대로 못 받은 것으로 보였고 네 성격상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출세보다도 좋다고 여긴다. 단, 네 스스로 생계는 물론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자신감이 충만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에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면 아버지도 평생을 독학으로 전기기술자가 되었고 스스로가족의 부양정도만 해왔지 사업은 안 해봤지만 꼭 당부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업은 좋은 직업이고 사업가는 훌륭한 사람이다.

첫째, 사업을 해서 많은 이익을 내고 나라에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을 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월급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셋째, 사업을 해서 세금도 월급도 해결하고도 여유나 능력이 있다면 기부를 많이 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당부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다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네 인생은 네 것이다. 네 인생 속에 아버지도 그리고 네가 장남이란 것도 상관이 없다. 네 길을 가거라.’라고 말이다.”
 

어머니 산소

@사업시장

병가가 진행 중이었는데 6월 4일에 중공 북경에서 천안문 사태라는 난리가 터졌다.

CNN이 생중계하는 북경의 거리에는 작년에 출장 갔을 때 지나쳤던 고궁이나 인민광장 등이 보였고 그 길을 탱크가 지나가는데 그 탱크 앞에 홀로 저항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고 탱크도 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노보특은 그 때에 깨달았다. 중공이 격변하겠구나.그리고우리 나라와 반드시 특별한 관계로 경제적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예감하면서 이런 불황 같은 시기에 기존 사업자가 아니어도 실력으로 기회를 만들 수도 만날 수도 있겠다고 예감하면서 현지 사표와 함께 홍콩 창업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과연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홍콩에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애들을 제대로 가르치면서 인생을 누릴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이 안 나왔으나 적성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게 되었다.

더구나 가진 것도 뒷배도 없는 노보특과장으로서는 국내에 들어가서 취업, 창업, 투자 모두 쉽지 않을 것이라 여기었고 여전히 한국은 수출지향적 정책이 지속될 실정이므로 해외에서 바이어가 되어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무역사업으로 수출애국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아내

평생 가장 소중한 아내의 이해와 결심이 필요했다. 장남이지만 아버지도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아내도 남편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 살 것이라고 하니 모든 책임은 노보특 과장이 지어야 하고 결심도 노보특 과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보특 과장은 아내에게 말하기를 시작은 성공을 바라보고 희망을 걸지만 결과는 모른다. 다만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력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성공인가를 함께 생각해보자. 용기를 가지고~! 나는 행복이 희망이고 성공이고 생계와 교육을 위한 기초 생활이 필요하나 그것도 적응하며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운명이고 숙명이라 여긴다. 당신이 내 아내라는 사실이 바로 운명이고 숙명인 것처럼~! 여보, 내 사랑과 열정을 믿지? 나를 믿고 따라 줘! 결심했다! 내일 사표 내고 홍콩에서 창 하겠다.

노보특의 말이 떨어지자 아내는 마치 꼭꼭 숨겨둔 보물처럼 간직한 홍콩은행 통장을 내놓는 것이다. 그동안 반찬 값과 남들 쇼핑할 때 구경만 하고 따라다니면서 모은 돈을 저축해 두었다고 했다. 결혼하자 마자 사실상 분가하듯이 장남이지만 시부모와 따로 살았는데 처음 아들집에 오신 시어머니께서 아들이 출근한 후에 큰며느리를 앉히고 저금통장 가져와봐라 하시었는데, 월급 받으면 항상 모자란다고 했다가 호되게   혼난 기억이 있다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뭐 하나 남처럼 안 사 입으며 아내가 모은 돈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여보, 혹시 사업하려면 은행에 가야하고 은행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신용장 여는 한도도 안 준다.”고 들었는데 그 때에 써보라며 US$ 몇 천불에 불과했지만 매번 저금한 액수와 기간이 눈물을 핑 돌게 했다.

노보특은 아내를 꼬~옥 안아주며 고맙다고 했다.

@사표수리

홍콩법인은 노보특과장의 출장 중 교통사고로 인한 휴식은 병가 기간까지 집에 머물 수 있다고 했으나 인사발령은 병가 중에 진행되었다. 그래서 결국 대만유학을 중단시켜 김행수 대리가 홍콩 법인으로 부임하게 된다. 1989년 6월 8일 밤에 김행수 대리가 ‘홍콩공항에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고나서야 노보특과장은 사직원을 작성한다.

(얼마 안 지나 홍콩지점주재원이 된 김행수 대리는 냉장고 실적재생회복이 불확실해지자 홍콩지점에 주재하지 못하고 본사로 철수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어, 노보특 과장이 한강호 대만지점장에게 미리 당부한 대로 본사보다는 대만지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충분히 그 임무를 소화할 수 있는 김행수 대리를 대만지점으로 이동하게 한다.)

그 날 오후에 노보특 과장은 다음날 후임자도 있으니 회사로 출근하여 달라는 홍콩법인장의 지시를 전하는 홍콩법인 관리과장의 연락을 받아두었다.

6월 9일 회사에 출근한노보특과장은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는 자연스럽게 해남도 출장 중 교통사고로 수술하고 병가 중에 본사 발령이 난 노보특 과장과 그로 인해서 대만유학을 중단하고 홍콩지점에 발령이 나서 부임하게 된 김행수 대리가 화제가 되었다.

홍콩지점장은 평소 김행수 대리가 노보특 과장의 분신처럼 일을 잘 한다는 말을 본사 가전수출부 금충복 부장으로부터 들었었고 특진도 된 인재이기에 김행수 대리에게 현재 중공시장의 전망과 홍콩 항구 CY에 정박중인 싱가포르 고압무역공사의 냉장고 수출물량 2,000대의 대금 결제에 대해서 의견을 물었다. 김행수 대리는 슬쩍 노보특 과장을 보고는 거침없이 말하기를 ‘중공시장의 전망은 잘 모르겠습니다. 냉장고 2,000대의 대금결제 문제는 일이 많이 방치된 것같다고 여깁니다. SHIPBACK이라도 해야 하는 게 답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노보특 과장은 바로 상기된 표정으로,
“김 대리!‘방치’가 무슨 뜻인가?”라고 물으니,’사실 저도 대만에 유학 중이었고, 노보특 과장님도 병가 중이었기에 그렇게 말씀드린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회사가 조직으로 일 하는데 왜 두 사람이 그런 상태라고 그렇게 방치되었다고? 노보특 과장은 거듭 회상되었다. 아무도 일 하지 않고 구경꾼들만 있는 회사라는 말인가? 처음부터 반드시 나중에는 SHIPBACK을 고려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말이다.

냉장고 2,000대는 홍콩지점장도 싱가포르 은 사장이 같은 대학 선배라고 홍콩지점장도 함께 어울려 좋다고 해놓고는 노보특 과장이 교통사고 난 후 홍콩어드벤티스트병원에서 퇴원하고 서울로 가기 전에 그토록 SHIPBACK을 건의해도 돈을 받아 야지 SHIPBACK은 역적이나 생각할 수있는 것이라고 들은 척도 않더니 이제는 담담히 SHIPBACK이란 단어를 듣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노보특 과장이 본사로 발령 났으니 스스로 나서서 김행수 대리와 둘이서 해결하라는 암시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가전수출 부장 진급을 고려한 냉장고 수출 과장이 아니고 세탁기 수출 과장으로 발령이 4월 1일 났는데 발령장은 나중에 받게 되므로 이장봉 대리가 알려준 대로 홍콩법인장은 노보특 과장을 속이고 있던 것이었다.)

노보특 과장은 회의 말미에 별도로 홍콩법인장 면담을 요청하여 준비한 사직원을 6월10일자로 제출한다.

그러나 법인장은 이미 본사소속으로 발령 났으니 가전수출부 금충복 부장에게 제출하라며 사직원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는 이미 금충복 부장도 다른 사업부로 전배 되었기에 철저히 속였던 셈이다.)

홍콩법인장은 그 동안 노보특 과장의 사직이 염려는 되었으나 결국 사표로 인사를 하느냐고 서운하다고 하면서 즉시 본사에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 때가 점심 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마자 회사에 노보특과장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상상그룹 홍콩총괄임원 김이진 전무가 보자고 하였다. 김 전무께 인사드리며이미 사표를 냈으나 본사 귀임부터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며 상상전자 금장국홍콩법인장을 불러 호통하는 것이었다.

“간부가 출장 중에 상해를 입어 병가 중인데 어떻게 본사발령을 낼 수 있으며 이런 사표수리를 왜 그룹 총괄임원과 상의도 없이 본사 보고부터 했냐?”고 질책하자, 홍콩법인장은 ‘이미 본사에 보고됐고 자기 손을 떠난 일이 되었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결국 상상전자 홍콩법인장은 상상그룹 홍콩지사 총괄체제도 무시하였고 해외본부 관리부와 본사 관리본부 인사부하고도 일치하지 않은 처리로 회사 질서를 망가뜨리고 만다.

6월 10일 이후에도 노보특과장은 여전히 사표 수리는 되고 있지 않았음을 나중에 본사 관리본부 인사부장과의 퇴직금 정산과정에서 드러난다. 이유는 발령이 나서 본사 가전수출부로 전보되었기에 한국에 이삿짐에 도착해야 본사귀임 사직 처리된다는 것이었지만 허구였다.

즉, ‘발령 났으니 당장 서울로 이삿짐이 들어가야한다’는 셈이었지만 이것도 거짓으로 관리본부 인사부의 정산과정에서 드러난다.

노보특과장은 원래 현업부서인 홍콩법인이나 해외본부와 관리본부 인사부 시각은 서로 다를 수 있기에 그런 처리도 있나 보다 여기고 침묵하였다.

노보특과장은 어차피 그만 둘 것을 결심했고 사직원도 제출했으나사표수리를 본사 가전수출부장에게 하라는 홍콩법인장의 말도 있고 해서 인사 겸 서울에 갔고 본사에 찾아갔더니 이미 가전수출부 금충복 부장은 다른 사업부로 전배됐고, 해외본부 관리부 공추일 부장이 엉뚱한 애기를 들려주었다.

발령에 대해서 홍콩지점장 보고로 본사 귀임을 즉각 반응 안 해서 [명령불복종]으로 관리본부에 보고된 상태라 해외본부는 이제 무관하니 사표 수리는 본인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병가중이었고 이렇게 본사에 왔는데 무슨 명령불복종이냐고 하니, 이삿짐이 안 들어왔으니 귀임한 것이 아니고 명령을 따르지 않은 셈이라며 이미 해외본부를 떠났으니 자기와 거래하려 들지말라고 했다.그러면서 떠나는 김에 인심 쓰고 나가라고 했다.

‘무슨 인심이냐?’고 물으니까, ‘나가는 한 사람이 고과를 E를 받으면 있는 사람 한 명이 고과를 A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언제는 개인별 사업부제 전세계 일등이라고 평가하더니 이제는 이렇게 다루느냐? 고 했더니 조직을 이끌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말레이지아로 해외본부장 안주학 전무를 출장 수행하면서 홍콩 카이탁 공항에서 [포기하지마]라는 전화를 걸어주었던 해외본부 공추일 관리부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관리본부 인사부에 갔더니 심정우 부장이 상세한 설명과 함께 간곡한 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인사부란 똑 같은 회사 직원이면서 직원들을 마치 자산으로 여기는데 이렇게 우수한 사람이 퇴사한다고 하니 많은 손실을 느끼게 된다면서 부디 퇴사하는 과정에 혹시라도 서운한 것이 있어도 잘 참아 달라고 하며 딱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퇴직금이 최종 급여 3개월 평균으로 계산하기에 주재원이 현지 사직 처리할 경우에는 그걸 [명령불복종]이라고 해서 해고처리도 하는데, 이렇게 귀국해 찾아왔으니 해고처리는 안 하겠지만 퇴직금을 국내 급여로 해서 남들과 같게 할 수 있도록 양해하여 달라는 것이었다.노보특이 퇴직금에 욕심 없으니,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까, 회사가 하는 대로 국내에 귀임한 것으로 해서 퇴직금 지불을 3개월 지연시키거나 소급해서 정산하면 좀 일찍 지불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편리한대로 하고, 퇴직증명서와 경력증명서를 발부해주고 어차피 퇴직금은 한국에서 지불될 터이니 우리 가족이나 대리인에게 나중에 지급해 달라고 했다.

인사부장은 ‘그렇다면 아무 문제는 없겠다’고 해서 홍콩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인사부장은 노보특 과장의 누이동생에게 퇴직금을 수령하게 하면서 각서를 동시에 받는다.

*위 금액을 상상전자 홍콩법인에서 근무하다 1989.6.10. 일자로 퇴직한 노보특 과장의 퇴직금으로 정히 영수하며 향후 위 퇴직금품정산으로 인한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겠음을 합의함. =1989.7.10.

그러니까 공식적으로는 홍콩법인 현지 사직이고 퇴직금 정산은 국내 귀임 후 사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서 과연 상상전자는열심히 일하던 간부가 해외 그것도 주재국 외의 출장중의 교통사고 후 사표수리를 어떻게 하는가 지켜보고 있었다.

많은 주재원들도 마찬가지이면서 가까운 후배들은 노보특의 집으로 찾아와 이렇게 조용히 양보만 하면 나중에 후배들은 그 사례로 피해를 보게 될 텐데 좀더 싸우지 않느냐?고 항의도 하기에 노보특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갑작스러운교통사고와 수술 그리고 병가와 인사 발령에서 사표를 내고 퇴직 처리함에 있어서 나는 상상전자라는 회사는 주인 없는 추상명사였음을 발견했다. 우리는 평소 내 회사처럼 일은 했으나 분명히 내 소유는 아니었고, 그 회사의 주인은 사주도 투자자도 아닌 우리들이라고 여기었으나 바로 우리들이란 우리들의 선배 동료 후배로 구성되어 있기에 규칙과 관례에 벗어나면 바로 우리들의 선배 동료 후배가 힘들어 하기에 나는 그렇게 밖에 처리할 수 없었다. 굳이 불만이 된다면 스스로 나와 같은 사고로부터 사표까지를 직접 처리해보라.”고 말이다. 이것은 총체적 실망이었다.

(사실 홍콩에서는 쉬쉬했지만 노보특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소문이라도 들었겠지만 본사나 다른 해외지점에는 노보특의 교통사고는 비밀처럼 다루었기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다친 데는 어떠 한가 보다는 일 잘하던 사람이 저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사표 낸 것으로 치부하고 후진 양성도 포기한 무책임한 사람으로 취급되게 만들었음을 세월이 흐르면서 더 알게 된다. 구제불능의 잘못된 조직 문화이다.)

그리고 발 없는 소문이 천리를 간다고 노보특의 사고와 사표 소식은 홍콩 교민 사회를 달구고도 남아서 보상받을 비책을 제시하거나 처리내용을 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체 상대하지 않고 스스로 사표를 냈고 곧 홍콩에서 자립적으로 사업을 할 거라 고만응대를 했다.

그런데, 홍콩법인에서 주재원 발령시에 회사가 만들어 준 여권이므로 사표와 함께 회수해야 한다고 하기에 여권을 반납하고 어떻게 활동하고 홍콩 ID Card를 어찌 유지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영사관에서 도와주겠다고 하여 여권을 가족 모두 새로 만들게 됐다.

왜 영사관에서 도와주느냐고 물으니 영사관은 현지 교민을 보호하고 해외교민의 발전을 도모하므로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을 위해 홍콩은행 고위층에 있는 한국인을 소개해주었다. 홍콩은행에 찾아가 그 분께 인사를 드렸더니 이미 사연을 잘 알고 있다면서 직장생활을 그렇게 혼자 손해보듯이 처리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면서 한국에서 제일 막강하다는 KJ법무법인을 소개할 테니 상상전자를 상대로 보상을 받아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노보특은 호의는 감사하나 이미 스스로 사직서를 냈고 그렇게 처리되고 있기에 굳이 그럴 필요 없으며 개인적으로 죽지 않고 살았음에 감사할 뿐이므로 그런 시비나 보상으로 정력을 낭비하거나 시간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나중에 사업상 은행을 이용할 때에 편리를 봐주시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또 다른 교민이 굳이 생각해주듯이 D일보 특파원을 지냈던자기 친형에게 상상전자의 세계 일등 주재원이 회사를 그만뒀는데 좋은 곳에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향우회 회원이 있었다. 백제식품이라는 한국식료품과 선원부식 및 한국 TV드라마 비디오 대여업을 하는 강충성 사장이 있었다.

강 사장의 고집으로 D일보 논설위원인 장형은 마침 자기 맏사위가 상상그룹 비서실에 근무중이라서 노보특이란 사람을 알아보고 싶다 했고 그 사위는 다음 날 출근해서 비밀장부와 같은 비서실의 인사기록을 열람하고 퇴사이유가 “명령불복종”이고 최종고과가 E등급이란 기록을 발견하고 장인에게 그렇게 전달하니 오히려 강충성 사장의 장형은 그런 사람을 소개했느냐고 호되게 꾸지람을 하게 된다.

강충성 사장은 여기에서 함께 생활했기에 노보특이란 사람이 누구이고 회사의 기록은 세계 일등 주재원이 출장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렇게 처리한 것이 상상전자라고 항변하니 어쨌거나 매끄럽지 못해서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는 얘기까지도 노보특에게 전달해주어서 노보특은 움직이지 않고 상상전자의 Dirty Play Record를 일목 요연 하게 확인한 셈이 되었다.

노보특은 내가 십년 넘게 다닌 회사보다 고마운 사람 들과 기관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노보특은 그 동안 연락을 못 드렸던 냉기사업본부 본부장 이조선 상무님께 전화를 드렸다. 무척 반기며 전화를 받은 이 상무님은 들리는 말이 ‘회사를 그만 둔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부디 마음 다치지 말고 나하고 하려던 일마저 할 수 있게 공장으로, 내 밑으로, 오너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노보특은 “그럴 수 없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그냥 제 길을 가겠습니다. 나중에 꼭 찾아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마치었다.

그렇다. 모든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일 알 것이다.

언젠가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스스로 알게 될지 말지는 몰라도 자기도 인생에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다행이고 없어도 그만이라고 여기면서 세상에는 모든 법이 6법 전서에 있다지만 거기에는 6법만 있지 7법이 없다고 들었다. 제7법은 바로 [양심]인 것이다.<계속>

향암 (香庵)

홍콩 2B1 Limited 회장
홍콩 A-Dragon Corporation 창업, 1989.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과학기술산업융합 최고전략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SPARC 수료 논문 [출판시장의 변화와 전자책의 미래연구] 발표로 장영실상 수상, 2018.8.

필명: 향암香庵~작품속 가명 노보특 (Robert영어이름 대용)

연재소설 [캘리포니아냉장고]는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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