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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하는 ‘죽음학 전도사’ 정현채 교수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으로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다.
정운현 | 2018-06-20 13:07:4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죽음이란 무엇인가
2. ‘좋은 죽음’이란 어떤 죽음인가
3. 죽음은 왜 두려운 걸까
4.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5. 언제 어떻게 죽음을 알릴 것인가
6. 후회 없는 죽음은 없는가
7.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8. 자살은 죄악인가
....

2년 전 이맘때쯤, 대략 위와 같은 내용으로 책을 하나 준비한 적이 있다. 가제는 <죽음이여, 내게로 오라>. 국내 ‘죽음학’ 권위자인 모 의대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골자로 책을 엮을 예정이었다. 이 작업은 평소 가까이 지낸 출판사 대표의 권유로 시작된 일이었다. 나로선 생소한 분야여서 집필을 위해 죽음학 관련 서적 6~7권을 정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이 잘 안 풀려서 책 집필은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그 출판사 대표한테서 장문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긴 글을 읽고 난 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연인즉슨 그 교수님으로부터 근 2년 만에 연락이 왔는데 그 분이 암에 걸렸다고 했다. 그래서 정년을 2년 앞당겨 올 8월에 조기퇴직을 하시고, 치료와 더불어 평소 본인이 강의한대로 ‘죽음 준비’를 하신다고 했다. 갑작스런 그 분의 암 투병 소식은 놀라웠고, 막상 현실로 닥친 ‘죽음 준비’ 얘기는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 교수님이 출판사 대표 앞으로 1,300매 분량의 죽음학 책 원고를 보내왔다고 했다. 전에 우리가 내고자 했던 죽음학 책 원고라고 했다. 그런데 출판사 대표는 그 원고를 다시 내게 보내와서는 나더러 원고를 좀 다듬어 달라고 했다. 국내 최고의 죽음학 권위자가 쓴 원고를 문외한인 내가 손본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한사코 사양했더니 교수님께 양해를 구한 일이라며, 또 이 원고를 살펴볼 사람은 주변에서 찾기가 어렵다며 한사코 부탁을 했다. 마지못해 결국 승낙을 했지만 나로선 몹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국내 죽음학의 최고 권위자이자 ‘죽음학 전도사’로 불리는 서울대 의대 정현채 교수

그날 오후 나는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다 암 투병 중이시라니 위로전화라도 드리는 게 예의 같았다. 그런데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교수님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밝았다. 위로 차 드린 전화가 무색할 정도였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몇 가지를 여쭈었더니 암 발병 사실 등을 별 거리낌 없이 답변해주셨다. 그리고는 실명과 함께 자신의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해도 무방하다고 허락해주셨다. (그 교수님의 소속과 성함은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정현채 교수님이다. 원고 다듬는 과정에서 정 교수님이 자신의 암 발병사실을 이미 밝혀두신 걸 뒤늦게 확인했다)     

금년에 104세인 호주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스위스로 가서 안락사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 사실이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구달 박사는 자신의 소원대로 베토벤 9번을 들으며 편안하게 잠들었다. 구달 박사의 ‘선택’이 보도된 후 질병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초 고령화 사회에서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부여하는 문제를 두고 우리사회에서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네덜란드에서는 죽음 역시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고 있는데 국민의 85%가 안락사를 지지하고 있다. 스위스에서의 안락사는 약물을 준비해 놓으면 환자가 스스로 복용하여 삶을 마감하는 ‘조력자살’의 형태이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모르핀을 주사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환자가 직접 의사 표시를 하면 문서로 남기지 않아도 된다. 단, 두 명의 의사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검토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정현채 교수가 10년 전부터 준비한 영정사진

우리사회도 이제 연명치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즉 환자 본인이 동의할 경우 과도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법적인 문제 이전에 환자의 인권에 관한 문제다. 죽음의 문제를 환자 본인이 아닌 의사가 결정한다는 것이 분명 온당한 것은 아니다. 이는 사람의 생명은 신이 주신 것이므로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거나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서 기인한 것이다. 죽음학에서는 이를 ‘침묵의 음모’라고 부른다. 지난달 20일 타계한 구본무 LG 회장도 연명치료를 거부한 바 있다.

죽음은 찬양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피하거나 터부시할 것도 아니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참 인상적이다. 경남 통영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 시비에는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고 적혀 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가 자못 경이롭다. <술은 익어가고 도는 깊어지고>라는 책에도 그런 내용이 실려 있다. 한 노승이 나이가 들어 죽자 어떤 선사가 이런 글을 썼다.

“사방은 먹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고 향기로운 실바람 부드럽게 불어오면 온 산은 아무런 소란함 없이 조용하도다. 쉽게 바스러지는 육신을 버렸으니 오늘 이 기쁨이 어찌 크지 않겠는가? 이제 노여움도 걱정도 없으니 어찌 축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죽음학 전도사’ 정현채 교수의 암 투병소식, 그리고 평소 그 분 지론대로의 ‘죽음 준비’는 나로 하여금 죽음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 역시 죽음학 관련서적을 탐독하기 전에는 죽음에 대해 부정적이고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도 이제는 ‘죽음이란 이 방문을 열고 나가 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할 정도다. 오늘로 정 교수님의 원고 1300매 다듬기 작업을 모두 마쳤다. 출판사 계획대로라면 8월경에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 사이에 교수님의 건강이 크게 호전되길 기원한다.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으로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다.”

여러분은 이 말을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는지요?

죽음은 꽉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으로 또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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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gosong  2018년6월21일 20시26분    
우리나라에도 안락사법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정 교수께는 G. Edward Griffin의 World without cancer를 일독해 보실 것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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