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검찰 스스로 표적수사였음을 자인한 사건

최근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건설업자인 한만호 사장(한신건영)이 3차례에 걸쳐 9억 원의 정치자금을 한 전 총리께 제공한 사실이 있다는 혐의로 검찰이 기소하여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던 사건입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최근 한만호 사장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이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께서 이 사건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하여 2010년 당시 곽영욱 사건을 포함, 한만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한명숙 전 총리 관련 모든 공판을 방청하며 집중 취재한 서프라이즈 신상철 대표의 게재글을 다시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공판] 검찰 스스로 표적수사였음을 자인한 사건
한 사장,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허위사실이다” 진술 번복

(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0-12-21)


쏘다 남은 포 쏜다면서 안개 낀 날씨가 뭔 상관인지, 점심 지나 오후 1시가 넘었는데도 포를 쏘니 마니 뒤숭숭한 뉴스특보가 흘러나오는 TV를 뒤로하고 올라간 509호 법정.

지난 번 공판 때에는 검사가 셋이었는데 오늘은 한 명이 더 합류하여 넷이 자리를 하였고 그래서인지 재판 진행절차를 놓고 예민한 사안마다 너도나도 의견을 내고 돌아가며 재판부나 변호인단에 설득, 항의, 압박, 간청을 하는 바람에 검찰 측 발언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던 공판이었습니다.

저번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한 사장 사건은 연초의 ‘대한통운 곽영욱 사장 사건’과 너무나도 빼다 박은 복제판일 뿐만 아니라 한 사장 스스로 ‘곽 사장 사건’을 언급할 정도로 그 사건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지 않는 데에서 엿볼 수 있듯이, ‘외압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는 본질을 있는 그대로 실토한 또 하나의 동종 사건인 것입니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던 공판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보도된 기사들을 접하셨으리라 생각되어, 우선 ‘전체적인 사건의 개요’를 짚어 보는 글을 시작으로 몇 편의 분석글을 통해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 사장은 어떤 사람 ?

증인 한 사장은 한신건영을 경영하던 중 사업이 어려워져 2008년 3월 31일 최종부도를 맞고 고소를 당해 그해 6월 중순 구속되어 내년 2011년 6월 출소 예정인 사업가로, 당시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분양하려던 사업이 실패했던 것이 치명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집안은 경기 고양 일산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집안으로 부친은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였던 재력가로 주변에 많이 베풀며 사신 분이었는데, 아들의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집과 땅 모두를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 사장은 구속 후 건강이 악화되어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할 정도였으며, 그런 중에도 피해자 95%와 합의를 보았을 정도로 사태수습과 회사를 다시 일으키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 검찰의 증인 심문을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2. 한 사장이 한 총리께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발언하게 된 배경

이 사건에는 남모씨라는 제보자가 존재합니다. 이 사람은 한신건영의 감사직을 맡았던 사람으로 평소에 한 사장과는 교분이 없었는데 한 사장이 부도가 난 이후 등장하여 도와주는 역할을 하던 중, (한 사장의 주장에 의하면)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서류와 인감등을 활용하여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주인을 바꿔버린 당사자라고 합니다.

결국, 한 사장은 부도와 구속으로 인해 활동이 제약된 상황에서 남모씨에게 회사를 빼앗긴 꼴이 되었고, 이에 억울함을 느낀 한 사장은 남모씨를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재판에서 지고 무고죄까지 덮어 쓰게 되어 순리대로 풀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완전히 접게 되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러던 중 남모씨가 ‘한 사장이 한명숙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있다’는 제보를 함으로써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으며, 남모씨는 한 사장에게 ‘서울시장선거’를 들먹이며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협조를 잘하면 회사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줌으로써 한 사장이 적극 검찰에 협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즉, (아직 그 이유에 대한 언급은 없으므로)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남모씨는 검찰에 한 사장이 한 총리께 정치자금을 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제보를 하였고, 그와 동시에 남모씨는 한 사장에게 협박과 회유를 통해 허위진술을 강요하였으며, 한 사장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것을 받아 들여 허위 소설을 작성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3. 핵심 사항은 무엇 ?

3억씩 세 번에 나누어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것인데, 한 번은 길에서 차를 대어 놓고 실어 주었고, 두 번은 집으로 찾아 가서 놓고 나왔다는 것이 공소내용이었습니다만, 한 사장은 오늘 증언대에서 <그 모두가 사실이 아니며 자신이 허위진술 한 것>으로 기존의 진술을 번복한 것입니다. 

첫 번째 자금 3억에 대한 공소내용은 <일산의 한적한 도로변에서 혼자 차를 몰고 온 한 총리 차 뒤에 한 사장이 차를 세우고 현금과 달러 3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전달했다>는 것인데 오늘 증언에서 그것은 허위로 진술한 것이며, 사실은 ‘김모 실장에게 개인적으로 차용해 준 것으로 일부 변제를 받고 일부 보관케 하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자금 3억에 대한 공소내용은 <한 총리 자택에 찾아가 3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열어서 전달하고 나왔다>는 것인데, 오늘 증언에서 한 사장은 그것 역시 허위진술이며 그 돈은 H교회 신축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박모씨+김모씨>가 있는 201호로 찾아가서 달러만 전달하고 현금은 한 사장 개인이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자금 3억에 대한 공소내용 역시 <한 총리 자택에 찾아가 3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현관 입구에서 전달하고 나왔다>는 것인데, 오늘 증언에서 한 사장은 그것 역시 허위진술이며 그 돈 역시 두 번째 자금과 마찬가지로 H교회 신축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박모씨+김모씨>에게 전달하였다는 것입니다.

4. 남아 있는 쟁점은 ?

일단 한 사장의 증언이 180도 뒤집어 짐으로 인해 ‘한 사장이 한 총리께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제보와 그것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하여 기소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종결이 되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장 오늘 한 사장의 진술번복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검찰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고, 법정에서 증인심문 시간을 최대한 길게 끄는 한편 한 사장으로부터 2차, 3차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박모씨 + 김모씨> 두 사람을 서초동 법정으로 오도록 하여 한 사장과 대질심문을 벌이겠다고 재판부에 긴급요청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재판부에서 절차상 문제를 들어 받아 들이지는 않았지만, 박모씨와 김모씨는 한 사장으로부터 일체의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분명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검찰이 불렀을 것이고, 박모씨나 김모씨 입장에서는 만약 한 사장의 증언이 사실로 드러나면 최소한 <알선수재>로 인한 형사적 처벌을 면키 어려울 터이니 말입니다.

문제는 전달된 자금이 현금과 달러라는 사실입니다. 온라인으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 현금과 달러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주장만 있을 뿐 증거로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따라서 검찰은 “진실은 바깥(법정 밖에서 대기중인 박, 김 두 증인을 지칭)에 있다”며 한 사장이 증언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해 보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5. 검찰은 수사를 어떻게 한 것일까 ?

지난 번 글에서도 제가 언급하였습니다만, 돈을 그것도 몇 천만 원 단위도 아닌 ‘3억’이라는 돈을 전달하면서 날짜와 시간도 특정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수사를 제대로 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듯이 어떻게 그런 상태로 기소가 가능한지도 의문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한 사장이 증언한 내용만으로도 검찰의 부실 수사는 도마 위에 오르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입니다. 오로지 ‘돈을 주었다’는 한 사장의 증언만 존재했지 어떠한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하다못해 도로위에 있는 CCTV 뿐만 아니라 아파트 입구나 엘리베이터에 있는 CCTV 조차도 조회하지 않았다는 결론인 셈입니다.

만약 그러한 수사 정도라도 한 결과를 쥐고 기소한 것이라면 오늘 한 사장이 “아파트에 가서 전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증언을 번복할 때 검찰은 CCTV 자료를 내밀며 “무슨 소리냐. CCTV에 가방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여기 있지 않느냐”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검찰 수사결과 나온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파트 CCTV를 뒤져 보기는 한 것일까요, 아니면 애초 뒤져볼 필요 조차 없이 조각조각 만들어진 사건임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일까요. 그 조차도 의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정도 기초적인 수사증거도 확보하지 못하고 어떻게 이렇게 무지막지한 사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길거리에 한 발 내딛으면 CCTV 천국인데, 어떻게 전직 총리까지 지낸 분이 국회 회기중에 기사나 수행비서도 없이 혼자 차를 몰고 가서 도로변에서 007 영화 촬영하듯이 돈 가방을 주고 받았다는 내용을 전 국민 앞에서 펼쳐 낼 수가 있는가 말입니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검찰이 이 정도여서야 어찌…

6. 한 사장은 왜 거짓 진술을 했나 ?

검사가 한 사장에게 물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자금을 박모씨와 김모씨에게 주었다면 그 사람들에게 주었다고 하면 되지 왜 한명숙 총리에게 주었다고 했느냐?”라고 질문하자, 한 사장은 ‘특수부에 와서 고래고래 큰 소리를 지를 수 있을 정도 힘을 가진 제보자 남모씨의 영향력이 무서웠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서울시장선거’를 들먹이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한편으로 <검찰 수사에 잘 협조할 경우 회사를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한 사장은 한명숙 총리가 ‘대한통운 곽영욱 사장 건’으로 고통받을 당시 자신도 곽사장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며 별도의 분석 글에서 집중 논해야 할 만큼 분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측 (한 사장이든 검찰이든) 입장에서는 어차피 한 총리가 곽 사장 건으로 유죄가 될 수밖에 없다면, 정치자금 하나가 더 얹어진다고 해도 충분히 먹혀 들어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을 개연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7. 한 사장은 왜 이 시점에 와서 진실을 말하게 되었나 ?
 
한 사장은 초반부 검찰 심문 때 작심을 한 듯 일어나서 <검찰에서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며 압박에 의해 허위진술 하였다>고 폭로하였습니다.

한 사장은 “왜 지금에 와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동안 한 총리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허위진술로 인해 한 총리님이 서울시장에서 낙선하고 또 기소까지 당하여 고통을 받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한심스러웠고, 죄책감이 밀려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심지어 목숨을 끊으려고 까지 했었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셔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한편으로 “이대로 삶을 마쳐버리면 한 총리님 의혹을 벗겨 드리기 어렵기 때문에 재판이 열리는 오늘을 손꼽아 기다려 왔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또한, 검찰에서 사실을 밝히지 않고 법정에서 밝히는 배경에 대한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그는 “검찰에서 열심히 수사를 해 번복하기 어려웠고, 검찰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언론에서 그저 그렇게 무마되면 세간에서는 ‘그래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밝혀야 한 총리님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 드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8. 검찰 스스로 편파 표적수사를 하였음을 자인하다

오늘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며 얻은 결론은 <검찰 스스로 편파 표적수사임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검사는 오늘 증인에 대한 심문에서 “증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인의 다른 여죄에 대해 불법성을 묻거나 처벌을 하겠다고 압박한 사실이 있나요?”라고 질문을 하였고 한 사장은 “없습니다”라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검찰이 증인에 대해 <어떤 압박도 가하지 않았고 편하게 조사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한 발언으로 비추어졌지만, 사실은 이미 부도로 인해 처벌을 받고 있는 한 사장에 대하여 별개의 조사를 하면서 새로이 드러난 여러 불법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한명숙 총리와 관련된 부분만 집중적으로 조명했다는 것을 검찰 스스로 실토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한 사장이 불법 자금을 조성했다면 <비자금과 관련한 범죄>가 새로이 드러난 것이고, 그 자금을 직원을 시켜 외화로 바꾸었다면 <외환관리법>에 저촉되는 것이고, 일부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면 <횡령>이 되는 것인데, 그러한 범죄에 대해 일체 언급이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외압을 가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다른 범죄를 묵인했다는 것>이며 역으로 <오로지 한 총리 관련부분만 문제 삼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입니다.

이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우리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한명숙 총리에 관련된 사항이니 당신이 이에 대해 잘 협조한다면 다른 모든 새로이 드러나는 불법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일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지 혹은 묵시적 강요를 증인이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오늘 법정에서 한 사장이 <지금까지의 진술이 허위이다>라고 기존의 증언을 번복하고 <박모씨와 김모씨에게 준 것이다>라는 새로운 진술을 한 마당이고 보면, 한 사장이 한 총리께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아무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도 없이 오로지 진술 하나에만 기대어왔던 검찰입장에서는 새로이 드러난 사실에 대해 <박>이나 <김>을 다시 조사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진실이 박, 김 그들에게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마치 증인의 새로운 증언은 무조건 거짓이며 <박, 김의 주장만이 진실>이라고 단정적으로 대변하였던 것은 참으로 의아한 상황이었으며, 그러한 조급하고 황망한 검찰의 모습을 보며 방청석에 앉았던 사람들의 심정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검찰은 좀 헤아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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