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의 고전소통]人物論 중국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장사꾼

[여불위 呂不韋] 왕조를 사들여 정치를 경영한 천재적 상인 - 上 -

크게 한탕 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 잘한 것인지는 여전한 의문이다.

세계에서 장사를 가장 잘하는 민족은 어느 민족일까? 많은 사람이 유대인이야말로 셈이 빠르고 철저하여 상업적 수완이 가장 뛰어난 민족이고, 중국은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경시했던 만큼 경제활동에 가장 둔한 민족이라고 말한다.

사실 고대 중국의 상업은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인들을 사회의 해충, 즉 노동하지 않고 기생하는 존재로 치부했던 것이 중국의 전통적인 관념이었다. 상인들은 아무리 부유하다 해도 청빈한 서향세가(書香世家.-지식인 집안을 일컬음)의 제자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정인군자(正人君子)의 범주에 들지 못했다. 사서에 기록되고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패방(牌坊.-궁궐이나 능, 절이나 도시의 십자로 등에 세우는 기념물로, 위에 망대가 있고 문짝이 없는 대문 모양의 건축물)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명군이거나 명재상, 또는 열녀 공신들이었지, 상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전 세계 문명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사려는 대상은 특정한 재산이 아닌 하나의 국가 즉, 왕조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장사가 어렵지 않게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전국시대 양적의 상인이었던 여불위(呂不韋)! 그가 바로 정치에 대한 상업적 투자로 가장 효과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그는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면서 왕조를 송두리째 사들였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수반되었다.

전국시대 말기 진(秦)나라와 조(趙)나라는 빈번하게 전쟁을 벌였다. 먼저 진이 조를 여러 차례 공격하여 적지 않은 성지를 빼앗긴 했지만, 조나라에는 염파 등 우수한 장수들이 있어 매번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나중엔 별수 없이 조나라와 화친을 맺어 외교적인 방법으로 점차 조를 정복하기로 하고 다른 나라들을 먼저 공격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기원전 279년, 진과 조는 화친을 맺고 당시의 관례에 따라 서로에 대한 신임을 위해 군주의 친척을 볼모로 교환하게 되었다. 진 소양왕은 손자 이인(異人)을 조나라에 볼모로 보냈다. 하지만 진은 6국을 통일하겠다는 대망을 하고 있었기에 볼모 하나 때문에 조를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화친이 맺어진 지 오래지 않아 과연 진나라는 병력을 파견하여 조나라를 공격했다. 특히 기원전 260년에는 진나라 장수 백기가 투항한 조나라 병사 40만을 산 채로 매장하여 조나라와 인근 제후국들로부터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진나라는 왕흘(王齕)과 정안평(鄭安平) 등 장수들을 보내 조의 도성인 한단을 공격하여 조나라를 일거에 멸망시키려고 했다. 당시 조나라는 매우 위급한 상황 가운데 성안에 식량마저 떨어져 사람을 잡아먹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위나라 공자 신릉군(信陵君)이 10만의 병력을 지원해준 덕분에 간신히 진군을 물리치고 잠시 나라를 보전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볼모가 된 이인의 처지가 어떠했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번 진나라에 기만을 당한 조나라 효성왕은 이인을 죽이고 분을 풀려 했지만, 평원군이 나서서 말렸다.

“진 소양왕에게는 자손이 아주 많고 태자 안국군(安國君)도 아들이 스무 명이 넘기 때문에, 이인을 죽인다 해도 안국군이나 진왕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이인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자손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차라리 그를 잠시 살려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쓸 데가 있을 것입니다.”

조왕은 평원군의 말에 따라 이인을 살려두긴 했지만, 이때부터 그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 궁문 밖으로 나갈 때도 수레가, 주어지지 않았고 시종도 따르지 않았다. 먹고 입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 관원들의 멸시와 천대를 당하면서 보통 백성들보다도 못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

이때 여불위라는 상인이 이인의 처지를 전해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원래 양적 사람으로, 한단으로 장사하러 왔다가 우연히 이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평소 큰 장사 기회를 찾고 있었으나 줄곧 고생만 하고 있던 여불위는 이것이야말로 큰 장사라고 무릎을 쳤다. 그에게는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는 즉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에 들어갔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만 하면 나라 전체를 사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큰 손해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먼저 장사 경험이 풍부한 부친을 찾아가 이 문제를 상의했다. 처음에는 부친도 여불위의 황당한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여불위가 물었다.

“농사를 짓는다면 대충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까?”

“열 배쯤 되지 않겠느냐!”

“진주나 보석을 사다 팔면 이윤이 몇 배쯤 되겠습니까?”

“보석 장사를 한다면 이윤을 백 배는 남겨야 하겠지.”

“그럼 돈을 들여 군주를 세움으로써 한 나라를 평정한다면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허! 그건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부친과의 선문답을 마친 여불위는 이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만한 보물이라 판단하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행동은 이인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이인은 물심양면으로 곤경에 있는 데다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처지였기 때문에 여불위가 조그만 관심을 보이자 금세 그의 미끼에 걸려들었다. 이인을 찾아간 여불위가 말했다.

“진왕은 나이가 많아 머지않아 그대의 부친인 안국군께서 황제의 자리에 앉게 될 것입니다. 그대의 부친이 즉위하면 곧 태자를 세우려 할 텐데, 부친께서 가장 총애하는 화양부인(華陽夫人)에겐 친아들이 없는 것이 문제지요, 결국 그대의 형제 스무 명이 전부 태자 후보가 되는 셈이지만 그대가 화양부인께 효성을 다하기만 한다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여불위의 말에 이인은 몹시 감격하며 말했다.

“전들 어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국 타향에서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뿐입니다.”

여불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금 수천 냥을 마련해드릴 터이니 사람을 시켜 이를 화양부인께 바치십시오. 단 모든 일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이인에게는 여불위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 같았다. 이인은 그 자리에서 여불위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어르신의 큰 은덕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여불위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 함양으로 갔다. 그는 아직 때가 이르기 때문에 섣불리 화양부인을 찾아갔다가는 의심을 사기 쉽다고 판단하고 먼저 화양부인의 언니를 찾아가 후한 선물을 바쳤다. 아울러 따로 벽옥과 황금 등의 예물을 건네주면서,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는 이인이 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양부인의 언니는 조나라에 잡혀 있는 이인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뿐 아니라 선물까지 보내온 데 대해 몹시 신기해하며 물었다.

“제 조카 이인의 근황은 어떻습니까?”

“조왕은 진이 여러 차례 조를 공격하고 지금은 조의 도성인 한단을 포위하고 있어 일찌감치 이인을 죽일 생각이었으나 다행히 조나라의 대신들이 그를 지켜주어 화를 면할 수 있었지요.”

이 말에 화양부인의 언니는 더욱 신기해하며 다시 물었다.

“혹시 조나라가 우리 진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닙니다. 만일 조가 진을 두려워했다면 그를 죽이면서까지 진에 거역할 생각은, 못했을 것입니다. 단지 이인의 학문이 뛰어나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데다가 훌륭한 효자이기 때문에 모두들 그의 목숨을 아깝게 여겼던 것이지요.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이인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태자와 부인의 생신을 맞을 때마다 이인은 항상 향을 피우고 서쪽을 향해 절을 올리면서 두 분의 장수를 기원했습니다. 또한, 이인은 천하의 인재들과 교우하기를 좋아하여 각국의 제후들이 앞다투어 조왕에게 그의 목숨을 보전해줄 것을 권했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볼모로 잡혀 있다면 벌써 백 명도 넘게 살해됐을 것입니다.”
여불위의 설명에 화양부인의 언니는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불위는 그녀의 얼굴에 희색이 가득한 것을 보고는 틈을 주지 않고 얘기를 계속했다.

“화양부인께서는 진왕의 총애를 받고 계시니 다른 소원은 없으신 줄 압니다. 단지 친생자가 없으시니, 장차 연로하시면 누구를 의지하시겠습니까? 혹시 무슨 대책이라도 있으신지요?”

화양부인의 언니는 오히려 다급한 표정으로 여불위에게 무슨 좋은 생각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태자의 수 많은 아들 중에 이인보다 적합한 인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재덕이 뛰어날 뿐 아니라 조나라에 볼모로 있으면서 큰 공을 세웠으며 더 중요한 것은 태자와 부인께 효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인께서 이인을 아들로 삼으신다면 화양부인께서는 아들이 생겨 장차 의탁할 곳이 없는 걱정을 덜어서 좋고, 이인은 모친이 생겨 당장 의지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화양부인의 언니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이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동생을 위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동생에게 아들이 없는 이상, 장차 태후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고, 설사 태후가 된다 해도 안정되지 못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생모가 살아 있는 아들을 태자로 세우는 경우엔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이인의 생모는 세상을 떠났으니 그를 아들로 삼아 태자로 세우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인이 그토록 극진한 효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下 에서 계속됩니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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