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 시] 거울 속 풍경

거울 속 풍경
 
                               오영수


외출을 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선다
그때 신발장에 붙어 있던 거울이
나를 급히 불러 세우고 내 상태를 살펴본다
 
거울은 나의 드나듦을 24시간 감시하며
외출을 할 때마다 점검하면서 참견을 한다
 
끼어든 거울 속의 인물이
거울 밖 사람에게 매무새를 고치라 명령한다
 
내가 본 거울의 세계는 온통 좌빨의 세상이었다
나의 오른손과 오른쪽 귀는
거울 속에선 좌편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렇듯 새롭게 투영되는 형상을 통해
지시를 받고 있는 밖의 사람은
거울 속 인물이 시키는 대로 순종하며 치장을 다시 한다
 
지금까지 그와 다퉈 한 번도 이긴 적이 없기에
나는 그저 묵묵히 그가 시키는 대로 복종할 뿐이다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그의 뜻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팅이 끝나자
그제야 비로소 외출 허가가 떨어진다
 
그의 도움으로 보편적 치레로 무장한 나는
 
거울로부터 외출증을 받고 거리에 나서면
구석구석 숨어있던 CCTV가
나의 일투족을 감시하며 작은 몸짓까지 저장한다
 
CCTV에 기록된 나의 모습은 허상이었을 뿐
저 깊숙한 내면은 찍히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퍽이나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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