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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불확실성을 우리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의 ‘의원외교‘에도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권종상  | 등록:2019-07-31 09:42:28 | 최종:2019-07-31 09:57:4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내년 3월이면 저는 미국에 온 지 만으로 딱 30년이 됩니다. 한 세대가 되는 거지요. 그렇게 미국에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딱 잘라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워낙 다양한 국가에서 다채로운 사람들이 건너와 만드는 나라이니까.

그러나 요즘의 미국은 지금까지 제가 이곳에서 살면서 봤던 이래 가장 이상합니다. 뭔가 커다란 반동의 움직임이 하나 지나간 후, 다시 진보의 물결이 조금씩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미국이 다시 변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은 거대한 분열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이끌고 있는 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가 재선을 위한 자기 정치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미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왔던 가치 - 비록 그것이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더라도 - 를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랍계, 히스패닉계, 그리고 더 나아가 흑인 정치인들을 상대로 거의 언어의 테러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이런 속내를 가진 정치인들이 자기 입밖으로 이런 말을 꺼내 놓았다면 아마 거의 밟혔을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무것도 거칠 것 없다는 듯이 막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좋게 말해 주자면, 트럼프는 지금 시대가 갖고 있는 불만과 변화의 흐름을 읽어낸 겁니다. 가난한 백인들이 가진 불만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것을 그대로 꺼내어 자극함으로서 지금껏 그런 백인들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울분에 불을 지르는 방식, 즉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그 방식을 조금 더 그대로 꺼내놓고 있는 거지요. 그러면서 과거엔 자기들의 인종차별 성향을 감추고 있던 사람들이 그것을 조금 더 쉽게 꺼내놓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사회는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게 되지요. 그리고 그것은 트럼프에 대한 극단적 호불호를 불러오게 만듭니다.

참고로, 트럼프가 지금 공격하는 의원들의 지역구는 절대로 공화당 표가 나올 이유가 없는 곳들입니다. 트럼프는 영리하게도 접전 지역이 될 수 있다던지, 공화당 우세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해서는 이런 말을 꺼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는 어차피 자기가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니 그쪽 의원들을 공격하고 표를 잃는 건 자기가 손해보는 게 아니라는 계산이 서 있는 겁니다. 게다가 승자독식이라고 하는 독특한 미국의 선거제도는 트럼프에게 이런 '모험'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계산을 서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그의 정치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유화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트럼프는 한국의 평화 같은 걸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철저히 이것을 계산 관계로 따질 겁니다. 한국에 방위비 분담료를 올리라는 통지를 날릴 수 있는 것도 그가 철저하게 사업가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일본이 방위비 문제에서 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면 트럼프의 계산은 또 달라질수도 있을 겁니다. 단지, 지금은 북한이 그에게 있어서는 재선을 담보할 수 있는 좋은 미끼일 뿐이고, 한반도에 대한 평화 스탠스 역시 그가 갖고 있는 포커판의 칩 정도로 여겨질 거라는 걸 요즘 미국의 상황을 보며 어렴풋이 감이 잡힙니다.

지금 우리가 트럼프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과의 '의원외교'에도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아무리 미국이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라 해도, 의회는 행정부의 권력을 견제하고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은 내년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의 폭주 때문에라도 미국 국민들은 지금까지의 관행을 볼 때 그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에 의석을 더 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지금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마치 확실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누구도 모릅니다.'

우리 민족의 문제를 보다 확고하게 미국 안에서 아젠다로 제대로 끌고 가려면 의회간의 교류도 강해져야 합니다. 제가 늘 총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금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이득을 보는 쪽을 선거를 통해 걸러내야 한다는 글을 쓰는 것의 큰 이유 중 하나도 우리의 의회 권력 구조가 크게 변화하면 그것이 미국 의회에도 어느정도 자극이 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나경원이 볼튼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미국의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것 때문에라도 미국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의원 외교도 행정부 단위의 외교에서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다행히, 올해 미국에서는 동포 단체들이 본격적으로 미국 정치권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한국전쟁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같은 것이 통과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트럼프가 계속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심갖게 만들어 줘야 하지만, 그의 알 수 없는 저 행보에서 보듯, 그 결과를 낙관할수만은 없기에 의회 단위에서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갖도록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 동포들도 열심히 할 테니, 한국에서도 의회권력을 평화희구 세력으로 꼭 교체해 주실 것을 바랍니다. 이제 총선도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걸 바꿔내야만 평화도 더 확실히 정착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변화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그 불확실성을 잘 활용한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에게 더 없는 기회가 될 겁니다. 그리고 총선을 통한 의회권력의 확실한 교체는 그 밑거름이 되어 줄 겁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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