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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홍구TV, 거짓과 진실, 그리고 헛소리 7
‘친북 역사학자’의 오만
강진욱  | 등록:2020-12-15 08:36:30 | 최종:2020-12-15 09:04: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홍구TV, 거짓과 진실, 그리고 헛소리 7
- 11월 26일 방송 ‘KAL 858기 폭파사건’에 대하여

강진욱 <1983 버마> 저자

7. ‘친북 역사학자’의 오만

한 교수의 편견은 어쩌면 지적 오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혹시 ‘걸어 다니는 한국현대사 사전’이란 어떤 이의 극찬에 너무 고무됐나. 자신이 안기부가 한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 착각하고 있나. 그가 국정원 진실위에서 ‘대학 대선배님’과 나눴다는 이야기.

[저하고 ... 지금 한국학대학원, 그 저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하고 있는 안병욱 선생님 ... 저의 국사학과 대선배죠. 그분이 국정원 과거사위 간사위원으로 활동을 하다가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도 하고 그랬는데... 그 분하고 저하고 같이 얘길 한 게 뭐였냐면, 안기부가 이런 일을 과연 했을까, ... 안기부가 이 일을 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게 둘의 공통적인 의견이에요. 안기부가 누구를 잡아다가 뚜들겨 패갖고 ... 뚜들겨 패 갖고 고문해 갖고 사건을 조작하는 ... 인혁당 사건이다, 뭐 ...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이다 ... 뭐 이런 사건을 조작해 내는 거는 ...  잘 해도 ... 115명을 죽이는 일을 ... 과연 들키지 않고 할 수 있을까, ... 그리고 그걸 할 만한 ... 뭐랄까, ... 배짱이 있는 조직이냐, ... 그리고 그걸 해 놓고서, ... 이렇게 솜씨가 ... 탄로나지 않게 ... 몇 십 년 동안 탄로 나지 않게 ... 이렇게 깨끗하게 끌고 갈 만한 조직이냐 ... 뭐 아이, 인도네시아 도청하다 걸리고 뭐 하다 걸리고 ... 민간인한테 걸리고 ... 김대중 납치 사건에서는 어땠어요? 아이, 저 유리컵에다가 지문 남겨놔 갖고 그 ... 그래서 안기부가 .. 그럴만한 ... 능력도 배짱도 없는 조직 아니냐. 그리고 그 후에 사건을 완벽하게 이렇게 감출 수 있을만한 ... 그런 조직이 아니다.]
 
한 교수와 그의 ‘대선배님’ 같은 이가 국정원 과거사위 조사 책임자였다는 사실이 새삼 한탄스럽다. 국정원(과거 안기부)은 KAL 858 사건을 저지를 능력도 배짱도 없는 조직이다?  사람이나 잡아다 패고 도둑질하다 들키는 동네 양아치들? 사람 납치하러 가 물 컵에 지문이나 남기는’(?) 쪼다들? 자기네들이 국정원을 얼마나 알아서 이런 오만을 떤단 말인가. 국정원 과거사위 최고 책임자급에 있는 이들의 정신 상태가 이 모양이었으니 KAL 858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될 리가 있나. (이명박 정권 말년에 나온 우파 매체가 안병욱 전 진실위원장을 인터뷰했다.
“「 참여정부가 오히려 안기부에 대한 의혹을 풀어주었다」참조”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108)

‘한국현대사’ 분야에서 두 사람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안다(두 사람의 후배들도 지금 활약이 대단들 하다. 언제부터 국사학과 출신들이 한국 현대사 연구를 독점했을까). 두 사람은 국정원이 과거 안기부 또는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저지른 숱한 못된 짓에 대해 꽤 많이 - 어쩌면 누구보다 많이 -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못된 짓들’에 대한 두 사람의 문제의식은 수박 겉핥기다. 인혁당 조작 사건과 남조선해방전략당 조작 사건을 겨우 애먼 사람들 잡아다 ‘뚜들겨 패고 고문해’ 간첩을 조작한 사건이 아니다. 앞서 얘기한 그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소치다. 그 역사적 연원을 훑어야 한다.

이승만 정권 시절 보도연맹 사건 등 빨갱이몰이로 전국 각지에서 최소 20만 명의(희생자 유족들은 1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국민들을 살처분’(스스로 땅을 파게 하고 죽여 묻었다!)하고, 박정희 시절 정체불명의 무장괴한들을 풀어 전국 각지에서 양민들을 살상하고, 전두환 시절에는 아예 내국인들을 상대로 상상불허의 끔찍한 테러를 자행한 국가범죄조직의 한 분파가 국정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은 통혁당 사건(1968.8) 조사 과정에서 불똥이 튄 것이니 ‘죄 없는 사람 잡아다 뚜들겨 팬 사건’으로 친다 해도,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과 박 정권을 떠받치는 어떤 세력이 분단체제에 저항하는 이들을 말살하기 위한 ‘10년 장기 프로젝트’였다(분단체제 저항 세력을 살상하는 일은 1948년 분단정권이 수립될 때 시작돼 1960.70.80년대까지 계속됐고, 그 이후에도 학생운동권이나 시민사회 일부를 ‘좌빨’로 몰아 탄압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좌 : 1973.8.7 동아일보 - 김구 선생 암살)
(사진 중 : 1961. 8.29 동아일보 - 조용수 등 사형)
(사진 우 : 1975.4.10 동아일보)

박정희 정권 1기와 2기(1972년 ‘10월 유신’ 선포를 전후로 나눈다면) 개시 시점인 1964년과 1974년 두 차례에 걸쳐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기어코 그 관련자들을 법살했다. 1차 사건 때 몇몇 법관들의 비협조로 이들을 법살하려다 실패하자, 이후 10년 동안 불의에 저항하는 법관들을 다 내 쫓으면서 ‘인혁당 파일’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일을 벌인 것이다.

이 조직이 뭐, 그런 일을 몇 십 년 동안 숨길 조직이 아니라고? 지난 33년 동안 KAL 사건의 내막을 감추고 있는 게 바로 국정원 아닌가. 1940년대 말부터 50년대 초까지 집중적으로 남녀노소 양민을 빨갱이로 몰아 죽여 놓고 ‘인민군, 빨갱이의 소행’이라고 거짓말한 뒤 그 사실을 반세기 가까이 숨겨온 건 국정원 아냐? 7년 가까이 중앙정보부장을 지내며 박정희 정권을 세우고 떠받쳤던 ‘정보와 공작의 귀재’ 김형욱을 파리로 오게 만들어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하고 지금까지 그 내막을 꽁꽁 숨기는 건도 국정원이잖아?  

허고, 국정원이 115명의 내국인들을 죽일 배짱이 없어? 국정원 직원 누구나 붙들고 물어보면, ‘절대로 그런 일 못 한다’고 할 것이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일을 하겠다고 하나! 그러나 각각의 조직과 각 팀이 ‘테러 방지 작전’이라는 미명 하에 이런 저런 ‘분업’을 수행하면 ‘내가 115명을 공중 폭살한다’는 생각이 들까, 안 들까?

국정원이나 이 조직의 상·하 또는 좌·우로 연결된 다른 국내외 조직들은 세계 각지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인다. 국정원은 외딴 조직(국민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이 아니라 미 CIA와 일본 내각조사부 및 공안조사청, 유럽 각국의 정보기관과 연결돼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하위 동맹국이듯 국정원 등은 어떤 일에 있어서는 미 CIA의 하부 조직처럼 움직인다. 그 ‘어떤 일’은 북한이나 중국 또는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어떤 작업(작전)일 것이다. 

동백림 사건 때 유럽 각국에 흩어져 사는 한국인 120여 명을 납치해 오는 게 당시 김형욱네 중정 단독 작품이었을까? KAL 858 사건(1987.11.29)이나 버마 아웅 산 묘소 테러(1983.10.9) 및 최근 일어난 말레이시아에서의 김정남 살해 사건(2017.2.13) 등을 국정원 직원들끼리만 했겠어?

국정원에 대한 한 교수의 무지는 빨갱이몰이나 무장간첩 사건들이 이 땅의 분단체제를 심화하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는 ‘남북 분단체제의 핵’이 남녘의 대북 적대감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모를 것이다. 그러니 남녀노소 양민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나중에는 무장괴한들을 풀어 양민을 살상하고, 그 분단체제의 심도를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을 때(한.미.일 3국이 소련과 북한의 공멸을 추구할 때), 내국인들을 무차별 살상하는 자작테러가 연발했다는 사실을 그가 알 턱이 없다.
(필자는 무장괴한을 풀어 양민을 살해한 뒤 ‘남파간첩들이 했다’고 거짓말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울진.삼척 사건(1968)을 꼽는다.「이승복 논란과 울진.삼척 사건의 진상 ①」<진실의 길> 2018.12.11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690 외)

한 교수는 박정희 전두환 시절 남북관계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을 알고는 있지만,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은 모두 그 사건들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육군방첩대와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이 쓴 각본에 근거한다. 그에 대한 모든 의혹을 외면하고 그 각본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그런 일을 저지를 능력도 배짱도 없다고 말한다. 한국 현대사에 이렇게 무지한 이들이 국정원 진실위 조사 책임자가 돼 더러운 역사를 또 은폐하는... 나라의 불행이고 국민의 불행이다(반대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한 교수의 또 다른 오만. 그는 자신을 ‘친북.종북 역사학자’라고 자임하면서, 국정원 과거사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들의 ‘진보’ 이력을 들먹인다. 그러면서 자신들이야말로 KAL 사건에 대해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그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자 .. ‘한홍구’ 하며는.. 대한민국의 친북 종북 역사학잡니다. 그리고 거기에 ... 그 국정원 과거사위에 이름을 올린 민간위원들이 ... 뭐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 다 ‘친북’ 소리를 듣는 냥반들이에요. 그런데 결론이 어떻게 났습니까? ‘이거는 북한 소행이다’ ... 라고 나왔거든요. ... 우리가 그래도 진보진영 .. 시민사회에서 대표선수들이 추천을 받아서 들어갔습니다아∼. 그래서 뭐 ... 인권 쪽이든 역사학 쪽이든 ... 그런데서 추천을 받아서 인권 활동 열심히 한 사람들, 그리고 민변 변호사님들, 또 그 다음에 역사학자들, 현대사에 나름 .. 그래도 관심 있고 활동 많이 했던 사람들이 대표선수로 추천을 받아서 들어갔는데에∼ ... 그런 사람들이 열심히 조사해서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안 믿잖아요. 안기부가 얘기했었으면 어땠겠습니까?]

(사진 :한홍구tv)

진위를 알 수 없는 항설에 편승한 듯 호기롭게 ‘닭론’을 편 것처럼, KAL858 사건의 진위 판단을 소위 ‘진보 성향’이 대신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닭론’은 비겁하고 ‘진보’ 운운은 오만하다.

[일반 시민들 중에 .. 는 ... 인제 ... 뭐 저희같은 사람들 .. 다 .. 그 .. 어 .. 민주화운동 열심히 했었던 사람들이 위원으로 들어가서 .. 조사해 보니까 ... 북한 .. 소행이 맞는 ... ‘맞습니다’ ... 라고 발표를 했는데도 여전히 ... ‘안기부의 소행이다’라고 믿고 계신 분들이 ... 생각밖에 많아요 ... 오가다가 많이 부딪칩니다. 많이 뵙게 되는 데에 ... 그런 상황이에요 .. 그런 상황이라서어∼]

우리 사회의 진보 진영에 속하는 이들은 사고가 유연하고 그 반대 진영에 속한 이들과 달리 이북을 맹목적으로 적대시하지 않는다. 또 진보 진영에 속하는 이들이 덜 사악하고 덜 이기적인 것도 사실이다. 필요할 때는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실천적 행동에도 나선다. 그나마 우리 사회가 올바른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적 성향이나 좋은 품성이 어떤 사실 또는 사건의 진위를 판별하는 능력을 보증할 수 없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는 ‘북한 관련’ 사안은 진보고 나발이고 없다. 북에 대해 욕지기 한 번이라도 해야 ‘종북’ 딱지가 붙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칭 ‘종북.친북’이라는 한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북한이 그런 짓을 한 게 참 안타깝구요. 그런데 북한 그 뭐 ... 대남사업본부에서는 ‘야호!’했을 겁니다. ‘봐! .. 지금까지도 ... 안기부가 했다고, 전두환이 했다고 믿는 사람이, 진보진영에 저렇게 많잖아!’ ... 그러면서 희희낙락하고 있는 놈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사진 : 한홍구tv)

한 교수의 말은 그가 가끔씩 비웃는 어떤 ‘극우 꼴통 논객’이 하는 말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표현만 조금 부드러울 뿐이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이적시하는 것도 마찬가지.

[오늘 뭐 제가 이걸 얘기한다고 해서 ... 이 얘기 듣고 생각을 바꾼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 또 여전히 소신을 갖고 안 믿고 계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어 .. 저는 ... 확실하게 생각을 합니다. 김현희는 북한 공작원이 맞고, 이 사건은 북한이 저질렀고 ... 북한의 정보기구 ... 쪽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 인제.. 많이 얻었다. 즉 안기부와 전두환 정권이 .. 흉악범으로 만드는 ... 그게 .. 30년 동안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KAL 사건을 전두환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북한을 이롭게’ ‘북한의 닭같은 X들을 즐겁게’ 한다는 말이다. KAL 사건을 전두환 정권의 자작극이라고 보는 사람들을 향해 ‘당신들 모두 이적행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진보’의 능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8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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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파르티쟌  2020년12월15일 10시18분    
좋은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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