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태우 죽음을 애도할 수 없는 이유

그렇습니다, 그 고견에 깊이 공감합니다.
피해 당사자로서 노태우의 사죄의 한 마디가 더욱 목마르셨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참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전교조가 아직도 민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 해직 교사분들이 백발이 다 되어 방황하고 있다는 현실이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그의 죽음은 애도합니다!
허나 국가 지도자들의 역사적 책임은 죽어서도 영원한 것입니다.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고 잠시 맡긴 민중의 준엄한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노태우 씨는 회고록에서 광주의 비극은 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탓에 시작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거짓됨이 일단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것을 해야했던 유일한 사람이 노태우 그 자신이었지만, 그는 끝내 외면했습니다. 이제 남은 한 사람 그가 이것을 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전두환은 역시 회고록에서 같은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남지역의 경찰관들이 소극적으로 진압했기에 시위가 폭동으로 변했다고 학살의 책임소재를 의도적으로 옮겨놓고 있습니다.
첫 단추가 제대로 채워져야 비로소 옷을 입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첫 단추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고, 잘못 채워졌기에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되고 기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을 국가장으로 예우한다면, 그들로 인해 피흘려 죽어간 광주의 영령들, 그 가족들, 그날의 진실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은 폭도가 되는 해괴한 역사의 공식이 성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괴상한 역사의 옷을 입은 채, 옷의 단추만을 누가 더 화려하게 만들 것인지에 진영으로 나누어 경쟁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바로 서면 진영 자체는 성립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난 세월을 거쳐오면서 칼858기로, 천안함으로, 세월호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 과정들이 역사가 아님을 매번 확인해왔습니다.
역사는 어디로 간 것입니까? 역사 속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역사가 사라진 이 땅에서는 오늘도 많은 이해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노태우의 국가장도 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의 인간으로서의 죽음은 애도합니다. 허나 대한민국으로서는 거기까지입니다. 친일의 나라, 한국에서는 그들의 지도자였으니 서운할 수밖에 없겠지요.
광주학살의 진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을 틀어막기 위해 광주학살 직후부터 대응책으로 준비해왔던 프로야구 출범(1982)과 서울올림픽 위원회 출범(1980), 영화산업!
스포츠, 섹스, 스크린(3S 정책)으로 광주는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사회에서 그 흔적이 지워져 있었습니다.
1991년, 청문회를 대비하기 위해 각본을 짜고 예행연습까지 마친 육군본부를 필두로한 군부의 치밀한 기획조작극(511위원회)이 성공하여 결국 여야간 격돌하면서 광주가 완전히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하자, 다시 광주의 기억을 불러오기 위해 투신과 분신으로 산화해 간 13분의 학생과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한국정치 상황은 저들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1992년, 우리가 남이가!는 그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저들 스스로의 위기의식이었지요!)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의 행보입니다.
오늘 전두환 정권에 부역할 수 없다며, 판.검사의 길을 거부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해 광주를 사회적 어머니로 선언하면서 그의 정치인생을 시작한 이재명이 광주에 빚이 많은 노태우를 찾았습니다.
이 만남이 무슨 의미일까,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과 관련해 예사롭지 않은 청명한 복선이 깔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태우 씨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분들에게는 광주에 거주하면서, 남은 생애 동안 소유와 재산을 아낌없이 나눈다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드립니다. 가족들의 마음이 진실한 것이라면 이 방법이 광주의 마음을 가장 확실하게 얻는 길이 될 것입니다. 이런 진실한 행동이 남은 또 한 사람에게는 몇 백번의 타이름보다 조용히 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청명함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태우 씨가, 대북정책에서 민족화해정책으로 그 틀을 조금이라도 바꾼 노력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주목하고 계승해나아가야 할 통일을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노력에 대해서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평안히 가시오! 사람으로 태어나거든 다시는 그런 죄는 짓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