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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사전예약 성공기’…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임병도 | 2021-07-22 08:53:3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50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실시됐습니다. 기자는 70년생으로 20일 오후 8시부터 가능했습니다.

20일 오후 7시부터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맥북 프로 노트북, 일반 PC, 업무용 아이폰, 개인용 삼성폰 등 최신 기기 4대를 준비했습니다.

7시 50분이 넘어 혹시나 해서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있는 ‘사전예약 바로가기’버튼을 클릭했습니다. 오후 8시부터만 가능하다는 안내문만 나왔습니다.

드디어 8시, 기기 4대가 동시에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그러나 ‘고객님 앞에 30만명이 대기하고 있다’는 접속대기 안내문만 보였습니다. 그나마 맥북 프로 노트북이 2만 명 정도로 가장 빠른 편이었습니다.

40여분이 지나자 대기자는 1천명 밑으로 줄어들었고, 드디어 기자의 차례가 되는 순간 흰 바탕에 ‘오류’라는 텍스트만 있는 페이지로 바뀌었습니다. 허탈했습니다. 왜? 하는 분노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다시 접속을 했습니다. 다른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여전히 20만명이 넘는 대기자로 대기 시간만 60분이 넘었습니다.

9시가 지나자 컴퓨터가 멈춘 듯 대기 시간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컴퓨터가 다운된 것 같아 재부팅을 했더니 이제 대기자는 50만명까지 늘었습니다. 괜히 재접속했다며 스스로를 원망했습니다.

10시쯤 아내에게 ‘조금 있으면 나는 예약이 가능할 것 같아’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접속이 되더라도 오류가 날 수 있다는 말을 던져 놓고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5분 뒤 아내가 딸아이의 핸드폰으로 사전 예약에 접속됐다고 어느 병원에서 접종할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부랴부랴 맵을 보면서 사무실 근처 병원을 알려줬습니다. 10여분 뒤 카카오톡 ‘국민비서 구삐’ 채널로 1차 예약 확인 안내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내는 우리집에서 가장 성능이 낮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과 고가의 맥북프로 노트북을 제치고 그 어려운 백신 접종 사전예약에 성공한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백신 접종 사전예약을 해냈다는 자부심에 남편은 아내의 도움에 감사하며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21일 오전 6시 10분경에 백신 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한 화면. 대기자도 100여명에 불과했고, 1분 만에 예약이 가능한 페이지로 바뀌었다. 개인별, 지역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취재 결과 새벽에 접속하면 저녁시간보다 대기자도 적고 예약 성공률도 높았다.

기자는 오전 9시 이전에 기사를 발행합니다. 보통 새벽 4~5시부터 일어나 기사를 작성합니다. 21일 오전 6시쯤 혹시나 하고 백신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대기자는 100여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 1분 만에 사전 예약이 가능한 페이지로 접속됐습니다. 이미 20일에 사전 예약을 했으니 또다시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예약이 가능했다면 굳이 전날에 몇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아내도 기자와 마찬가지로 새벽에 백신 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1~2분만에 예약이 가능한 페이지로 바뀌었다며 괜히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백신접종 성공기’라는 이 기사를 쓰는 22일 새벽, 또다시 접속했습니다. 이제 대기자도 없습니다. 곧바로 예약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저녁 8시부터 2~3시간을 기다렸다가 예약한 사람들이 보면 허무할 정도로 너무 빠르고 쉽게 접속도 예약도 가능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백신 접종 사전예약 대기열 뚫는 법

백신 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백신예약사이트 대기열 뚫는 법’이라는 글이 올라와 공유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백신예약 뚫는 법’을 보면 알려진 우회 방법은 ▲대기 화면 상태에서 비행기모드 후 다시 모드를 해제해 바로 예약화면 접속 ▲컴퓨터 시간을 조정해 21일 20시 이후로 변경하면 대기 없이 예약 가능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F12를 누른 뒤 일정 명령어를 입력해 바로 예약 창에 접속하는 방법 등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의 새치기를 단속해야 한다고 하지만 방역당국이 차단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를 하다 보니 접종자와 사전예약 요청 건수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50∼54세(1967∼1971년생) 접종 대상자는 384만 1천267명이었는데 저녁 8시 사전예약 시작 후에는 무려 1000만 건이 넘는 요청 건수가 있었습니다. 19일 예약 대기자도 60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접종 대상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하다 보니 서버가 자꾸 다운됐습니다. 그 이유는 기자처럼 하나가 아닌 여러 기기로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백신접종 사전 예약 홈페이지가 동시접속 상태에서 예약을 처리할 수 있는 양은 대략 30만 건입니다. 당연히 접종 대상자 384만명 보다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모든 접종 대상자가 일제히 접속하지는 않습니다.

사전 접종 대상자가 본인 휴대폰으로만 예약을 하거나 대리인 1명만이 대신 접속을 했다면 1000만 건의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약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기자의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한 명이 여러 대의 기기를 동원해 접속하면서 오히려 서버가 다운되거나 예약이 어려워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기자도 이런 사실을 알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직 백신 접종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사람들이 몰리는 밤 8시에서 12시 사이보다는 새벽에 홈페이지에 들어가길 권유합니다. 50세~54세 사전예약은 7월 24일 토요일 18시까지이니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 등을 피해 예약을 시도하시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예약 오류 사태로 참모진들을 질책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지적이자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접종 예약자들도 새치기를 하거나 무분별하게 여러 대의 기기를 동원하는 일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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