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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현장실습’ 교육인가 노동착취인가
김용택 | 2021-10-14 08:59: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사람이 무섭다. 묻지 마 범죄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19 때문도 아니다. 민주시민으로서 자본주의에 사는 사람들의 인간관이 그렇다는 얘기다.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출범한 민주주의가 인간을 알기로 우습게 아는 인간관이 두렵고 무서워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민주주의가 금조옥조로 알고 있는 ‘천부인권설’이며 ‘인내천 사상’은 무엇이며 ‘헌법이 추구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인가?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서울시청 앞에서 고교 현장실습생 산재 사망사고를 막아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나눌수록 커지는 것. 어쩌면 상호·모순관계에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자유와 평등조차 서로 나눌 때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평등을 침해하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폭력이다. ‘자유를 침해하는 평등’도 마찬가지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니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의 생명 따위야 우습게 아는 민주주의가 무서워서 하는 말이다.
 
지난 10일 ‘ㅅ요트’ 업체 현장실습 중 사망한 홍정운군의 얘기다. 홍군은 요트에 붙은 조개를 제거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현장실습계획서’에는 홍정운(18세)군이 요트에 탑승한 관광객 안내 등의 업무를 배운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로 A군은 7t급 요트 바닥에 붙은 해조류와 조개류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 작업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서 금지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수영도 잘하지 못하는 학생을 10㎏짜리 벨트를 차고 그것도 ‘2인1조’가 아니라 혼자서 작업을 하다 화를 당한 것이다.
 
<실습생 사고 일지>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과로에 의한 뇌출혈 사고, 2012년 12월 한라건설 해상 크레인작업선 전복 사망사고, 2014년 1월 CJ제일제당 사내 괴롭힘과 폭행에 의한 자살, 2014년 2월 울산 현대자동차 하청업체(금영ETS) 야간작업 중 공장지붕 붕괴 사망사고. 지난 5년간 언론에 보도된 실습현장의 사고 소식이다. 실습생의 반인권적 노동착취와 고위험군에 내몰린 실습생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는 ㅌ 외식업체 김 아무개군의 사례에서 그 참상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장실습제도란?>
 
현장실습이란 무엇인가? 현장 실습제도란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실습하면서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경험을 쌓게 한다는 취지에서 1960년대에 도입된 제도다.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3학년 2학기가 되면 의무적으로 현장실습을 해야 했던 제도로 학생들의 노동력 착취와 인권유린, 학습권 침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참여정부 때 폐지됐다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부활했다.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제도는 3학년 2학기가 되면 교육과정으로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되는 ‘교육과정’이다. 1963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실제적인 업무를 배우고, 일자리 연계를 통해 취업 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산학교육진흥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2014년, 현대공업고등학교 3학년 김대환(19) 군이 현장실습 도중 폭설로 공장 지붕이 무너지며 사망하는 사고, 2017년 서귀포산업고등학교 3학년 이민호(19) 군의 제주도에 위치한 음료 공장에서 현장 실습하던 중 정비하던 기계에 깔리며 숨진 사고,... 사고가 나면 사후약방문으로 ‘철저조사’를 반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다.
 
말로는 실습생이지만 실습현장에서 학생은 일반 노동자와 똑같다. 3학년 2학기가 되어 현장실습에 나가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6개 학기 중에서 한 학기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된다. 공납금을 내고 있어 신분은 학생이지만 실습기간동안 학생들은 실제 제품생산 과정에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노동자다. 일은 다른 노동자와 똑같이 하면서 저임금, 단순 노동력 수급 장치로 변질되고 적절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고 있어 노동자로서 권리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현장실습에 나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도 한학기 내내 실제 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홍군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밝힌다. 홍군의 사망 앞에 가슴이 내려앉은 모든 분들께 교육부 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송구하다”, 해경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입건해 조사 중이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시·도교육청은 합동으로 전국 현장실습 실태조사 점검에 나서고 보완책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해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점검해 “법 위반사항을 발견하면 엄정조치하고, 현장실습 기업들이 현장실습생 안전보건 관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되는 귀가 아프도록 듣는 ‘철저히 조사, 송구, 엄벌’이다. 사람의 목숨보다 자본의 이익이 더 소중한 민주주의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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