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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1)
김용택 | 2022-06-21 09:22: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상상해 보라, 종교 없는 세상을. 자살 폭파범도 없고, 9·11도, 런던 폭탄테러도, 십자군도, 마녀사냥도, 화약음모사건(1605년 영국 가톨릭교도가 계획한 제임스 1세 암살미수 사건)도, 인도 분할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도...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대량학살도, 유대인을 ‘예수 살인자’라고 박해하는 것도, 북아일랜드 ‘분쟁’도, 명예살인도,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번들거리는 양복을 빼입은 채 텔레비전에 나와 순진한 사람들의 돈을 우려먹는 복음 전도사(‘신은 당신이 거덜 날 때까지 기부하기를 원합니다’)도 없다고 상상해 보라. 고대 석상을 파괴하는 탈레반도, 신상 모독자에 대한 공개처형도, 속살을 살짝 보였다는 죄로 여성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행위도 없다고 상상해 보라.” 옥스퍼드대학 석좌교수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의 서문 가운데 한 부분이다.

<학교는 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가?>
 
진나라 시황제가 사상통제의 일환으로 농서 등을 제외한 각종서적을 불태우고 수백명의 유생을 생매장한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왜 일어 났는가?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崔萬理)는 왜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한 상소문을 올렸는가? 이승만의 ‘빨갱이’와 박정희의 ‘반공정책’의 진의는 무엇인가? 조선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학생들이 배우는 ‘국민윤리교과서’에는 ‘공산주의=악마’라는 이데올로기로 채워져 있었다. 조선 세종임금 때 과거시험 문제에 ▲’노비 또한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그처럼 대대로 천한 일을 해서 되겠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됐으며 성종은 ▲ ‘국가의 법이 엄중하고 정밀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범법자가 줄어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명종은 ▲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를, 광해군은 ▲ ‘공납을 장차 토산품 대신 쌀로 바꾸어 내도록 하자는 의견을 논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관념철학을 배운 사람들은 ‘철학=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중등학교 국민윤리교과서에 소개하는 종교단원에는 관념철학 그것도 운명론에 가까운 이데올로기로 채워져 있다. 철학이란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가장 근본적 문제들을 이성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관념철학’과 ‘유물철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빨갱이’나 ‘반공’이데올로기가 필요한 나라에는 생각하는 교육이 아니라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프랑스의 중등과정 졸업시험 문제인 ‘바칼로레아’ 문제를 풀이할 수 있겠는가?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
 
유물론 철학은 ‘사적유물론’과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대별될 수 있다. 역사의 발전은 역사의 합법칙성에 의거하여 ‘노예제-중세 봉건제-근대 자본주의-공산주의’라는 단계로 이행한다는 사적유물론은 철학이라기보다 차라리 경험이론에 가깝다. 사회과학을 공부한 학생들은 ‘생산요소’니 ‘토대’와 ‘상부구조’, ‘계급과 국가’ 그리고 ‘사회혁명’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 사적유물론을 탐구하기도 한다. 삶의 철학 생활철학은 사적유물론보다 변증법적 철학으로 접근해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철학의 기본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물질과 의식의 관계에서 어느 것이 일차적이고 어느 것이 2차적인 가’하는 문제다. 관념철학에서는 정신과 물질이 따로 존재한다고 (정신이 1차적이고, 물질이 2차적) 보지만 유물론에서는 물질이 정신보다 먼저 있어서(물질이 1차적이고 정신이 2차적) 물질이 정신을 탄생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철학의 둘째 문제는 ‘인간이 물질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다. 변증법적 유물론에서는 물질세계는 인간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의식에 반영되어 세계를 있는 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관념론은 그 반대다. 물질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세계는 ‘물질이 변화한다는 것과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성립되는 철학이 변증법적 유물론이다.

유물변증법은 그 밖에도 ‘범주, 원인과 결과, 본질과 현상, 내용과 형식, 필연성과 우연성, 일반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다. 철학에 아무리 고매한 뜻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일상의 삶과 무관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철학 없는 학문은 자칫 ‘권력은 위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다’는 독재권력의 정당화라는 이데올로기에 빠지기 안성맞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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