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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22
온난화는 세계 유산도 좀 먹는다
김종익 | 2021-10-08 09:11:2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 22
- 온난화는 세계 유산도 좀 먹는다 -

모리 사야카森さやか
프리랜서 기상 예보사

1886년 10월, ‘자유의 여신상’이 처음 미국 국민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에서 먼 길을 찾아온 여신상을 환영하려고, 우중의 제막식에는 100만 명에 이르는 관중이 몰렸다고 한다. 제작에는 에펠탑 설계자도 참가하는 등 굴지의 기술이 사용되어,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등재되었다.

미국 이민자의 마음의 지주이자 세상을 비추는 자유의 상징으로 당당하게 횃불을 치켜든 여신상이지만, 사실 조금은 가엾은 신상神像이다.

고향 프랑스의 기후는 온화한데, 이주한 뉴욕은 허리케인과 낯선 태풍에 자주 맞닥뜨린다. 그때마다 가차 없는 바닷물이 몸을 때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동색이었던 외관도 20년 남짓에 청록색으로 바뀌고, 몸 안의 철근도 빠르게 녹이 슬어 버려, 대대적 수술을 벌여야 할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 몇 해는 온난화라는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2012년 10월에 허리케인 산디가 접근했을 때, 자유의 여신상이 위치한 리버티섬 대부분이 침수되었다. 온난화가 진행되면 해수면 상승과 강한 태풍이 출현하여, 자유의 여신상도 직접적인 피해를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전문가는 추측한다. 다행히 자유의 여신상은 버드나무처럼 유연하여, 풍속 67m의 강풍까지는 옆으로 흔들리면서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장차 그보다 강한 허리케인이 엄습하지 말란 법도 없다.

기후 변동은 자유의 여신을 비롯한 많은 세계 유산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자연유산의 사분지 일이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는 자료도 있다. 이번에는, 올여름에 일어난 뉴스로 대상을 좁혀, 세계 유산을 엄습한 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 고대 유적에서 유럽의 기록이

이탈리아라고 하면 아모레(사랑)의 나라지만, 그 사랑으로 세계 유산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건립했다. 올여름 그런 세계 유산 가운데 하나인 시칠리아섬 시라쿠사Siracusa에서, 기상 역사를 뒤흔드는 고온이 기록되었다.

시라쿠사는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인의 식민 도시로 번영해 신전, 극장, 원형 투기장 등 역사적 건조물이 총총하게 늘어선 도시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속에는 멜로스가 달리는 도시이기도 하며,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런 화제에 부족함이 없는 시라쿠사지만, 8월에는 평년 기온을 20℃ 가까이 상회하는 48.8℃가 관측되었다. 이제까지 유럽의 최고 기온 기록은, 약 반세기 전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관측된 48.0℃이니까, 그 기록을 1℃ 가까이 넘어선 고온이다. 정식으로 유럽 기록으로 되는 데는 세계 기상 기관에 의한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아무래도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사람도 공기도 뜨거운 모양이다.

올해 7월은, 세계 전체에서 관측 개시 이후 가장 더운 달이었다고 한다. 온도 상승 요인이 되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해에 기록이 나와 버린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며, 유엔은 “인간에 의한 온난화가 초기의 견해보다도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낙원에서 일어난 플라밍고의 비극

“몹시 덥다는 것은, 몹시 불편한 곳이라는 말이다”라고, 미국 해양대기청 국장은 표현했는데, 물새에게는 불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올여름은 ‘터키의 우유니’로 불리는 세계 유산 후보지에서 비극이 발생했다.

우유니란 세계적 절경 붐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 볼리비아 소금 호수인데, 터키의 Lake Tuz에도 우유니 못지않은 광경이 펼쳐진다. 건기에는 바싹 마른 호수 밑바닥의 염분이 하얀 사막 같은 눈이 부신 광경을 만들어내고, 우기가 되면 거대한 물웅덩이가 거울처럼 하늘을 반사해 숨이 멈출 듯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Lake Tuz는 ‘빛날’ 뿐만 아니라, 높은 염분 덕에 철새의 이상적인 번식지가 되고 있는데, 플라밍고는 매년 만 마리나 부화한다. 그러나 올여름은 이 생물의 낙원에서, 지옥을 방불하는 광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바싹 마르고 틈이 갈라진 호수 밑바닥에는, 깃털과 뼈뿐인 플라밍고의 사체가 무수히 널려 있었다. 막 부화한 5,000마리의 새끼도 모두 숨졌다. 요 몇 해는 농업 관개로 Lake Tuz의 수량이 감소했다고 하는데, 올해의 이상 기후는 박차를 가한 꼴이 되고 말았다.

■ 줄어드는 산과 사상 초유의 비

북유럽의 자연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선주민과 공존하는 원시림으로는 세계 최대이며, 세계 유산에 등록된 스웨덴 Laponian area에서는, 산의 표고가 낮아지는 현상이 멈추지 않는다. 그 산은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스웨덴의 최고봉 케브네카이세산이다. 빙하로 덮인 남쪽 정상은, 바위가 드러난 북쪽 정상보다도 표고가 높은 게 통례였는데, 남쪽 정상의 빙하 융해가 진행되어, 2년 전에는 관측 사상 처음으로 1위와 2위가 역전되었다. 그런 경위가 있는 산으로, 올여름 다시 남쪽 정상의 높이를 측정했더니 그때보다도 1m 더 낮아진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 측량이 행해진 날 그린란드의 표고 3,200m에 설치된 관측소에는, 사상 초유의 비가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의 최고 기온은 여름 평균을 18℃나 상회하는, 0.6℃까지 상승했다. 이상 고온은 기탄없이 그린란드의 빙하를 녹여 상실된 얼음의 표면적은 8월 중순에 관측 역사상 최대가 되었다. ‘그린란드’란 그 옛날 얼음에 덮인 불모지에 이주자를 늘이기 위한 거짓 선전으로 붙여진 이름이었는데, 이대로는 진짜로 그렇게 될 모양이다.

■ 산불과 신형 코로나의 뜻밖의 관계

얼음이 사라지고, 대신 모습을 드러낸 대지는 활활 타올라 올여름도 ‘북반구의 한극寒極’ 시베리아에서는 사상 초유의 산림 화재가 발생했다. 세계 유산인 레나강의 석주石柱에도 불길이 미쳐 벌겋게 탔다. 봄부터 계속되는 고온과 극도의 건조가 원인으로, 화재로 소실된 면적은 일본 국토의 40% 이상에 해당하는데, 마찬가지로 기록적인 산불이 일어나고 있는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미국, 카나다 등 모든 산림 화재의 면적을 다 더해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산불의 연기는 3,000㎞ 떨어진 북극에도 도달해 사상 처음일지도 모른다고 NASA는 혀를 내둘렀다.

그렇지 않아도 귀찮기 짝이 없는 산불인데, 그 연기는 코로나 감영 확대에 한몫할지도 모른다고 하버드대학 교수들이 발표했다. 8월에 과학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산불의 연기에는 직경이 사람 머리카락의 1/5에 불과한 작은 입자가 포함되어, 그것이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이 바이러스와 싸울 힘을 잃고 쉽게 감염된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미국 서부 세 개 주에서 2만 명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750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기후 변동에 따른 피해는 이미 얼렁뚱땅 내버려 두고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게 되었다.

■ 구멍 난 일본의 유적

산불이 늘어나는 지역도 있다면, 올여름 일본처럼 빗줄기가 거세진 나라도 있다. 8월은 규슈를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예를 들면 사가현 우레시노시에서는 연간 강수량의 반에 해당하는 1,200㎜의 비가 내렸다. 만약 깊이 1.2m의 텅 빈 야외 풀이 있었다면,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가득 차 버렸으리라.

큰비가 내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대기의 강’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수증기를 듬뿍 머금은 공기가 수 킬로에 걸쳐서 몰려오는 데 있다. 온난화가 진행되면 비의 원천이 되는 수증기가 늘어나서, 호우가 한층 일어나기 쉬워진다고 한다. 올여름은 나가사키현의 하라조原城 유적지에 함몰 구멍이 나타난 이외에, 호류지法隆寺 벽의 회반죽이 벗겨지는 등 국내 세계 유산에도 피해가 번졌다.

지금부터 100년 전, 일본은 전염병 유행과 천재지변에 휘둘렸다. 그 전염병인 천연두는, 일설에 따르면 견당사 등에 의해 국내에 유입되어, 국민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마음 아파한 쇼무 천황이 액막이와 안녕이라는 소원을 담아 명한 것이, 세계 유산인 도다이사東大寺 대불 건립이었다. 나라 안의 동을 모으고, 찬동자와 기부를 모집해 완성한 대불은, 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선을 보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전염병과 기후의 이중 위기에 직면한 일본이지만, 대불 건립 대신 거액의 자금을 들여 행해진 것이 올림픽이다. ‘코로나를 이겨낸 증표’로 개최가 추진되었는데, 그 개회식에 관중은 없고, 횃불도 사람들의 불안을 불식할 재료가 되지 못했다. 당분간 끝나지 않을 듯한 이 위기를 견디어내기 위한 마음의 버팀목은 어떤 것일까. 마스크와 백신과 비상 봉투만으로는 너무나 마음이 헛헛하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1001&table=ji_kim&uid=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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