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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 수즉부족(守則不足),공즉유여(攻則有餘)
이정랑 | 2021-05-17 14:25:5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키는 것은 부족하기 때문이고 공격하는 것은 남기 때문이다.

수비하는 것은 공격하기에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며, 공격하는 것은 지키고도 힘이 남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형편(形篇))

역시 같은 편에는 “적이 아군을 이길 수 없는 것은 아군이 수비하기 때문이며, 아군이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적에게 공격할 빈틈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목도 보인다. 적이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려면 ‘수비’ 태세를 취해야 하고, 내가 적을 이기려면 ‘공격’ 태세를 취해야 한다. ‘수비’에 ‘공격’이 배제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비’라는 방식을 통해 ‘이길 수 없게 하는’ 조건을 창출하고, 기회를 잡아 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병력의 많고 적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주로 승리의 조건을 가리키는 것이며 먼저 이기고 나중에 싸우는 것을 말한다.

전쟁을 수행하다 보면 간혹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세에 놓인 쪽이 상대의 공격 의도‧방향‧병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전략을 세우려다 보면 적의 방향과 지형 등으로부터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에 곳곳을 돌아보고 여러 곳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 병력이 부족하고 허술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세를 취하는 쪽은 지키는 쪽의 빈틈이나 허술한 부위를 찾는 데 전력을 기울여 수비하는 쪽보다 절대 우세한 병력으로 공격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격하는 쪽이 남고 지키는 쪽이 모자랄 것이 틀림없다.

전국시대 오‧초 전쟁에서 오군은 정예병3만으로 20만 초군을 격파했다. 3만 병력으로 수비한다면 병력이 절대 부족이지만, 공격을 가한다면 공격 시간과 공격 지점에 대한 주도권이 있기에 집중된 병력으로 역량이 분산된 병력을 공격하게 되어 ‘공격하여 남는’ 경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술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공수 쌍방의 병력이 엇비슷할 때 수비하는 쪽이 요충지를 거점으로 삼아 단단히 지키려 할 것인바 공격하는 쪽에서 그것을 공격해 이기려 한다면 반드시 적의 병력보다 우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경우에는 지키면 남고 공격하면 모자라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전쟁 경험을 통해 볼 때, 부족한 병력으로 진군하고자 할 때는 일시적으로 ‘수비 태세’를 취할 수 있는데, 이때 지형의 도움을 받으면 ‘지키면 남는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에서 “병사의 많고 적음을 알아 활용할 줄 아는 자가 승리한다”고 한 것이 바로 이 이치다.

쌍방의 병력이 어떠한가에 근거하여 각각 다른 전법을 채용하는 것이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다. 역량이 우세하면 공격하여 이길 것이고, 공격해 이기기 부족하면 지켜서 자신을 보존할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적은 병력으로 공격하면 부족하겠지만, 그 병력으로 지키면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심장한 ‘공(攻)‧수(守)의 변증법적 관계’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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