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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우’
강기석 | 2021-11-01 10:02: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노태우 씨가 회복하기 어려운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도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또 한 번,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는 구나” 하는 심상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미디어에서는 일제히 큰 기사로 그의 공과를 (과 보다 공을 크게) 평가하고, 여러 사람들이, 특히 그의 국장 예우를 둘러싸고, 격한 찬반의견을 낸다. 그가 5년 동안 군부독재에서 민주화 이행 시기에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나 개인에게, 좋거나 나쁘거나,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기 때문에 그 같은 반응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영향으로 인해 장례 기간 중에 나 역시 가끔씩 ‘노태우’를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그와의 악연을 뒤늦게나마 내 공개 일기장 역할을 하는 페북에 기록해 놓지 않으면 뒤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험악하게 고난을 겪은 것이 바로 노태우 씨가 대통령일 때였다.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직전 나는 경향신문 노동조합을 결성하는데 앞장섰다.(1988년 2월) 올림픽이 끝난 직후 언론노련을 결성하고 전임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1988년 11월) 이듬 해 1년 간의 전임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는 날, 경향신문 경영진은 나를 다른 4명의 초대 노조 간부들과 함께 해고했다. (1989년 12월24일)

우리가 노조를 결성한 것은 오로지 공정보도와 편집권 독립을 얻기 위함이었는데 노태우 정부 최병렬 공보처장이 경향신문 경영진에게 내가 복귀하자마자 우리를 해고하라고 압력을 가한 것이다. 우리는 차디찬 추위 속에서 1백일 동안 언론노련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서 출근투쟁을 하며 부당해고를 호소했다.

그 직후(1990년 4월) 막 출범한 평화방송으로 임시 자리를 옮겼는데 얼마 안 가 이곳에서도 보수 가톨릭교단의 편집권 간섭에 저항하는 파업이 벌어졌다.

나는 노조에 아무런 직이 없었음에도 (아마도 경향신문 해고 전과가 있었기 때문에) 주동으로 몰려 또 해고 당하고 수갑 차고 감옥까지 갔다.(11월)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두 딸이 명동성당 앞에서 ‘추기경님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팻말을 들고 피켓팅까지 했다.   

나는 결국 감옥 안에서 쓰러져 성모병원에 긴급 이송돼 일주일 간 사경을 헤맸다.(1991년 3월 어느 날)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도 제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 한동안 얼이 빠진 상태로 지냈다. 나는 결국 1년6개월 형을 받았으나 건강상태로 인해 감옥에 다시 끌려가지는 않고 집에 유폐상태로 있었다.

당시 신문사 후배 하나가 내 식구들이 먹을 것이 없을까봐 쌀 20kg짜리 둘러매고 우리 집까지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 (이 생각이 떠오르면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눈물이 난다)

이처럼 노태우 씨가 대통령으로 있던 5년 동안은 내 인생 최악의 시기였다. 사람들은 노태우 씨를 ‘물태우’라고 불렀지만 내게는 ‘불태우’였던 셈이다. 나 뿐 아니다. 노태우 정권은 최병렬이 앞장 서 KBS MBC 노조 탄압, 사영방송 SBS 출범 등, 공정언론을 향한 언론계 몸부림을 철저히 탄압하고 방송계를 재편했다(마치 이명박이 최시중을 앞세워 언론을 조중동 위주로 완전 재편했듯).

언론계 뿐인가. 노 정권은 무엇보다 노조에 적대적이었으며 학생들과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온갖 조작과 탄압으로 궤멸시켰다.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직장에서 쫓겨났는가!

나는 1992년 6월 해고무효소송에서 이겨 경향신문에 복직하고, 93년 김영삼 문민정부 들어서자마자 사면복권 되고, 이후 경향신문 편집국장도 되고, 참여정부 때는 신문유통원장도 역임하는 등 지금까지 잘 살고 있지만, 그때 다치거나 직장에서 쫓겨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운이 좋았을 리는 없다.

이런 분들이나, 이런 고초를 직접 겪지 않았어도 우리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이들이 ‘노태우의 국장’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내 경우 내가 겪은 고난에 대한 앙갚음 심정으로 국장을 반대하거나 지금 (내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덕분에 너그러운 마음이 생겨 그의 국장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그저 무언가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그의 국장이 결정된 것 아닌가, 그런 짐작으로 ‘국장’ 자체가 아니라 ‘국장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이 정권 재창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국힘당이 정권을 잡으면
노태우 씨 보다 훨씬 잔인무도한 전두환,
노태우 씨 보다 훨씬 사악하고 야비한 이명박,
노태우 씨 보다 훨씬 어리석고 어두운 박근혜 같은 인물들도
국장 치러 달라고 나대는 험한 꼴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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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바보농부  2021년11월2일 06시21분    
고생 많이하셨군요. 흔히들 물태우라고 하고 호평도 하지만 전대갈과 동지이며 후배이며 동색드리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전대갈은 끝가지 사과는 없고 노태우는 본인이나 가족도 사과를 했다. 심리적으로 평한다면 전대갈은 12.12의 리더로써 지존심을 부여잡고 가려는 것이다. 노태우는 2인자로 여유가 있는 상태다. 전대갈이 사과를 한다면 통치시절 13년간의 모든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될것이므로, 거사는 나라를 살리려는 충정에서 시작했다는 자부심으로 사과는 개나주라는 격으로 버틴것이다. 박정희로 시작한 개상도 신라족들이 통치한 햇수가근 30년이다. 다시 짐당이 집권한다면 나 개인으로 참담한 심정은 백제가 망하던날 초라한 백성의 모습이 될것이다. 역사를 모르는 20-30의 오판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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