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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론 철학자와 시인』을 읽어야 한다
사람일보  | 등록:2021-06-02 09:23:47 | 최종:2021-06-02 09:36: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유물론 철학자와 시인』을 읽어야 한다
[김용옥 시인 독후감] “외세를 몰아내고 조국통일 이루자!” 강대석 유언이 사무친다
(사람일보 / 김용옥 / 2021-06-01)


▲김용옥 시인 / 수필가 © 사람일보

 

데카르트였던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한 철학자는?

생각해야 존재가치가 인정된다는 뜻이겠다.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무슨 수로 생각을 하는가? 무언가 단어 혹은 어휘를 알아야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할 것이다. 삶의 모든 것은 어휘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휘를 알려면 어떻게 하나? 배워야 한다. 어휘 또는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일번지가 독서 곧 읽기다. 생각하는 방법은 참 쉽다. 읽고 배우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하지 않은가.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읽는가? 이게 제일 궁금하다.

죄송한 얘기지만, 현대인은 읽기는 읽되, 단순히 놀이나 재밋거리가 되는 것을 주로 읽는다. 소위 대학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이 흔하지만, 지식인이라고 하는 이들도 단순한 재미나 놀잇감에 젖어 있는 편이다. 교육열 1위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누구에게 무엇을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으랴?

나는 어리석은 독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생각하며 살 줄 아는, 존재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니 주변의 지식인과 특히 젊은 지식인들에게 독서의 가치를 강요하고 싶다. 먼저 읽어야 느끼거나 배워 알고, 알아야 사유의 뼈를 세울 수 있으며 지식인으로서 자존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시인이 권하는 책을 읽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
 
한 사람의 일생이란 행복한 행로인가 고통의 행로인가? 진실로 행복과 고통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면 인간의 희구(希求)는 행복의 길일 것이다. 한 인간은 한 사회의 아주 작은 세포 하나에 불과한 것이 문제다.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지대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이 인권을 쥐락펴락 흔들었던 대한민국에서는 말해 뭣하랴. 그런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너무 쉽게 망각한 채 살고 있다.

▲강대석 유물론철학자와 박해전 시인 공저 『유물론철학자와 시인』 표지.© 사람일보

철학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필요한 사유 사색의 방법이다. 현대인은 소크라테스 이래 관념철학을 견지해온 셈이다. 역사가 긴 만큼 관념철학은 관념적으로 유전되어 왔다. 그러나 인류사회는 철학으로 하여 결코 행복하고 선량한 인생행로를 걸어가게 하지 못했다.

나는 소크라테스와 니체를 나의 이상으로 삼았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였다. 동서양을 막론한 갖가지 철학서와 종교서, 불교 철학을 공부하며 지천명에 이를 즈음 유물론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강대석 철학자 덕분이었다. 인생에 철이 들고 분별력이 생긴 거였다.
 
그때부터 허망한 허구의 정신에서 깨어났다고 할까. 산다는 건 실제인 것이다. 게다가 시인인 나는, 과거의 철학과 예술이 벗어나야 할 허망한 정신이며 낡은 의상임을 절감했다. 이미 현대인의 삶은 과학적 산업적으로 변화하고 평등하게 행복하게 살기를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우리는 조국을 선택하여 태어났는가?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았기에 조국이 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분단된 조국에서 동족끼리 상쟁하는 불운 불행한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왔다. 게다가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정의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5월 24일. 5.18민주혁명 시민에게 발포했던, 계엄군 최병문 씨의 고백을 텔레비전에서 본 날 오후, 이 글의 첫줄을 쓰기 시작했다. ‘5.18 그날’의 실상을 성당의 영사(映寫)를 통해 진즉에 알았다. 강대석 교수는 1980년 5월 19일 저녁 7시에 전독일방송(ARD)에서 특별뉴스로 시청했다고 한다. 군인은 이곳저곳에 쓰러진 젊은이들을 발로 툭툭 차고 부상자의 목을 졸라 확인 살해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하더란다. 국군이 자국민을 무작정 살상하는데, 어찌 한국의 지성인과 위정자는 침묵했을까?

강대석 교수는 그때까지 탐구한 철학은, 조국의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묵은 지식일 뿐인 것을 통절히 느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유물론은 현실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관념론은 인간에게 이상을 심어준다.”라고. 우리 국민이 두고두고 존경해야 하는 이영희 교수, 김남주 시인과 강대석 철학자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사상의 동지였다.

그리고 2013년,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종북좌팔 죄수번호 117’ 딱지를 붙인 일베 회원의 고발로 국가보안법이라는 악의 손길에 걸렸다. 철학자가 고통의 죽음보다 힘든 나날을 견디다 2017년 12월 17일 자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없음’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 고난 고통 속에서 신장암에 걸렸고, “국가의 불의와 싸워 이기기는 죽기보다 어려웠다.”

그렇게 늙어가는 그는 육신의 고통 가운데서도 그가 평생 바라온 조국의 통일을 보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그의 유언은 “외세를 몰아내고 조국통일 이룩하자!”다. 그의 장례식에 걸린 현수막이었다. 생각할수록 그의 유언이 사무친다.

2021년 2월 22일. 미얀마의 소수민족들이 합심하여 민주화 운동을 부르짖고, 군부는 데모진압을 내세워 총으로 국민을 사살하고 있다.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이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5.18민주화운동과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고, 동시에 박해전 ‘사람일보’ 대표를 생각했다.

박해전. 그는 ’79년 늦봄에 군사정권에 의해, 아무런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매국한 사실도 없는 채,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불법 감금된 채 ‘사람이 아닌 짐승 같은 나날’ 32일간을 겪었다. 성실한 중학교 교사 노릇을 할 때였다. 그리고 전두환 군사정권은 그를 ‘아람회사건’에 연루시켜 10년형을 선고, 그는 억울한 옥고를 치렀다. 무슨 뜻인지, 제발 얼른 이해하길 바란다. 영화 ‘26년’이나 ‘남영동’을 관람하신 분은 짐작하실 것이다. 평범하고 영특한 애국청년의 인생을 군사정부의 권력이 짓뭉갠 것이다.

그리고 한참 세월 후 <한겨레정론> <참말로> <사람일보>를 차례로 창간하여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일깨우는 언론인으로 살아왔다. 그는 끔찍한 고문을 받은 사람 대부분처럼, 현재 암을 품고 살고 있다.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불로 데는 것 같다.

그는 <한겨레정론>을 발행하고 ‘민주언론 운동’을 벌이다가 해직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또다시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그는 민주화운동과 통일 염원의 정론을 끊인 적이 없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죄스러웠다. 적어도 나는 올바른 국가관을 견지해야 할 지성인 아닌가.

2009년 5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형사 재심’에서 ‘아람회사건’의 모든 연루자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박해전 시인과 아람회사건으로 죄를 뒤집어쓴 그들의 심신을 병들어 죽거나 지치게 한 후다.

시인의 정신을 가진 박해전은 이 책의 2부인 <조국을 찾아서>에서 433쪽에 달하는 통일염원과 민주정신을 부르짖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그의 애국정신과 애국운동을 배워 알아야 한다. 알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선 조국의 통일과 국민의 안위는 보장되지 아니한다.

나는 박해전 언론인이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정신과, 군사정권 하에서 억울하게 고통당한 민주인사를 대변하는 그에게 겸허히 고개 숙인다. 미안하기 짝없고 감사하기 그지없다. 그에게 제1회 민족언론상과 민족평화상을 수여한 것이 참으로 다행하다. 

▲김용옥 시인 / 수필가 © 사람일보

우리는 아니, 특히 젊은 민중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민주적인 환경에서 열심히 살 수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하는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강대석, 박해전 씨 같은 애국 인사들 덕분에 군사정권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일에 결코 무관심해선 아니됨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읽으시라. 읽은 자만이 눈을 뜬 사람이 된다. 눈뜬 사람이 이 나라가 갈 길을 알고 제대로 살 수 있다.        

<김용옥 시인 / 수필가>

시집 <누구의 밥숟가락이냐>, 수필집 <생각 한 잔 드시지요> <나쁜 운명이란 없다>를 비롯해 18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한국PEN위원회 이사.

출처: http://www.saramilbo.com/sub_read.html?uid=20481&section=sc3&section2=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uid=5141&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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