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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사건] 조작+억지+허위의 ‘꼴라보’
박근혜 정권, 정보당국과 언론의 공모
강진욱  | 등록:2018-08-13 22:10:39 | 최종:2018-08-13 22:23: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김정남 사건의 재판이 곧 종결될 모양이다. 결과가 어떠하든 이 사건은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근혜 +황교안 정권’의 청와대와 이병호의 국가정보원, 얼치기 의원들, 사이비 전문가들, 한국과 일본의 쓰레기 언론, 말레이시아 경찰과 검찰 및 변호인들이 벌인 광란의 춤판으로 기록돼야 한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려는 미국의 비열한 전술에 장단 맞추고 추임새 넣으며 미친듯이 또 한 판 놀아난 것이다. 이 나라 역사에 또 한 개 치욕의 낙인이 아로새겨졌다. - <1983 버마> 저자 강진욱 -

1. 박근혜 정권 살릴 ‘신의 한 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9시경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내 자동발권기 앞에서 항공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서 있었다. 2017년 2월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뒤 일정을 마치고 예정대로 출국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Siti Aishah.25)와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29)이 다가와 김정남의 얼굴에 뭔가를 발랐다.

김정남은 6분 뒤 - 6분간 행적 불명(화장실?) - 안내창구로 가 고통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했고, 곧이어 공항 직원들을 따라 의무실로 걸어 간 뒤 의식을 잃었으며, 병원으로 가는 도중 구급차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의료 당국은 화학무기에 속하는 VX신경작용제가 사인이라는 소견을 발표했다. 독살당했다는 말이었다. (북한 측은 독살이라는 결론을 거부하며 단순 심장마비라는 입장이지만, 김정남이 살해당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사인이 VX신경안정제인지 외력에 의한 심장마비인지는 논외임.)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만인 2017년 2월 15일 흐엉을, 다음날인 16일에는 아이샤를 체포했다. 이들만으로는 배후가 북한이라고 몰고 갈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즉시 북한을 배후로 몰고 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부터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및 국회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들까지 ‘북한 배후설’을 퍼뜨렸다. 이것부터가 수상한 일이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겨우 수사에 착수한 시점이었다. 사상 처음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다리는 박근혜 정권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할만한 사건이었다.

2. 결정적 단서 ‘제임스’

범행의 진상을 밝힐 단서가 있었다. 단서가 너무 쉽게 나오는 듯 했다. 아이샤를 범행에 끌어들인 자의 이름이 ‘제임스’이며 일본인 행세를 했다는 진술이 나왔고, 그녀의 휴대폰 속에 그의 사진(아래 왼쪽)과 동영상이 들어 있었다. 범인의 사진이 나왔다면 사건은 절반은 해결한 셈이다. 잡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1년 반 동안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제임스’의 소재는 물론 그가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사실 그의 입출국 기록이 없었다.

한.일 양국 언론은 ‘북한이 리지우를 빼돌렸다’고 떠들었지만, 모두 헛소리다. 입.출국 기록도 없다면,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샤를 꼬드긴 것을 끝으로 ‘종적이 소멸’됐다고 봐야 했다. 유일한 실마리가 사라지면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수사는 답보하게 된다. 그래야 정상이다.

문제는 10월초 병합심리가 시작될 때까지, 그의 신병이 증발된 사실을 ‘대외비’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신병이 이미 증발해 버린 상태에서 ‘제임스 =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 리지우’라는 ‘출처 불명의 정보’가 흘러나왔고, 모두들 이에 눈이 멀어 그와 동일한 국적의 다른 사람들을 범인으로 모는데 앞장섰다. 다시 말하면 김정남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자들이 ‘제임스 =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 리지우’라는 정보를 흘리고 그의 여권 또는 여권 사진(위 오른쪽)을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 슬쩍 전하면서 ‘북한 배후설’을 조장했다 말이다.(물론 리지우가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라는 정보나 그의 여권 사진 또는 여권 등이 조작됐을 수도 있다. 본고는 그가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라고 가정한다.) 

우선 리지우 신원 정보가 나왔을 때 그 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확인했어야 했다. 누구도 그의 신병 확보 여부를 묻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말레이시아에 은신해 있는 것처럼 거짓 정보가 유포됐다. 만일 그의 종적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의 신원 정보의 입수 및 공개 경위를 의심했을 것이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할 수 없이 정보 입수 경위를 밝혔을 것이다. 그랬으면, ‘북한 배후설’은 일찌감치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리지우의 여권 사진 또는 그의 신원 정보는 누가 제공했을까? 일본인으로 행세했다는 ‘제임스’가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 리지우’라는 사실은, 그의 신병과 그의 여권을 확보한 - 또는 확보했던 - 자들만이 알 수 있는 정보다. 북한 당국이 알아서 그의 신원 정보를 공개했을 리도 없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또는 누군가 리지우의 여권을 우연히 습득했거나 훔쳤다는 이야기도 없다. 리지우의 신원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북한이 김정남의 사망 사건의 배후로 몰렸다면, 그 정보의 출처는 바로 김정남 사건을 연출하고 기획했으며 실행한 조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3. 제임스의 ‘증발’ 또는 ‘소거’

아이샤를 범행에 끌어들인 리지우는 어디로 갔을까? 그는 어쩌다 자신의 조국을 궁지에 몰려는 자들과 한통속이 됐을까? 물론 그는 자신이 아이샤를 끌어들이는 단계에서는,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을 것이다. 아이샤와 흐엉은 공공장소에서 행인의 얼굴에 베이비오일을 바른 뒤 깔깔대며 웃는 비디오를 찍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고, 실제로 이들이 그런 예행연습을 여러 번 한 사실이 밝혀졌다.

리지우는 어쩌다 저들과 한패가 됐을까? 자유세계를 만끽하다 자발적으로 ‘탈북’해 돈벌이에 나섰을 수도 있고, ‘북한 이탈자’ 대개가 그렇듯 남한 정보당국의 꾐에 빠져 강요와 협박을 당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아이샤와 접촉할 때까지 그는 ‘김정남 공작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한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종적이 사라진 이유이다. 그것은 아마도, ‘김정남 공작’에서 그가 더 이상의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범행 현장에 함께 있기만 했어도, - 그 후 그가 어찌되건 상관없이 -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를 북한으로 몰고 가기가 훨씬 쉬웠다. 최소한 그를 범행 현장까지는 데려왔어야 ‘김정남 공작’이 제대로 풀릴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가 범행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가 추가적인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 추가적인 협조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략 짐작할 수는 있다. ‘김정은의 친필명령 또는 정찰총국의 명령을 받고 김정남 살해에 가담했다’고 증언하라는 요구였거나 - 김현희나 김신조의 경우처럼 - 그 비슷한 요구였을 것이다.

아무튼 그는 자신의 여권 및 신원 정보만 남긴 채 - 빼앗긴 채 - ‘사라져야’ 했고, 정보는 말레이시아 경찰을 ‘낚기’ 위한 떡밥으로 활용됐다. 아이샤의 휴대폰 속 인물 ‘제임스’가 바로 북한 국적자라는 신원 정보가 나왔으니 말레이시아 경찰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4. ‘정찰총국 리정철’ 정보… 누가 조작했나?

그런데 리지우만 갖고, 단지 그와 국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북한 국적자들을 범인으로 모는 것은 무리다. 증거를 더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북한 정찰총국’이다. 제대로 된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한 정찰총국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가짜뉴스들이 국내외 신문과 방송을 탔다. 그런 여론몰이 속에, 김정남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월 17일 새벽 중무장한 경찰 병력들이 ‘정찰총국 출신일 것 같은’(?) 북한 국적자(말레이시아 거주자) 리정철(46)을 체포하는 쇼를 연출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또 속아 넘어간 것이다.

리정철은 2주 뒤 무혐의로 풀려나지만, 리정철 체포 쇼를 전후로 그에게 ‘화학무기 전문가’ ‘독극물 제조책’ 등의 해괴한 딱지를 붙이는 언론플레이가 기승을 부렸다. 그가 가족(부인과 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가 VX 신경작용제 제조공장이라도 되는 양 떠벌렸다. 이런 미치광이 짓거리를 벌이고서야 리지우와 리정철 외 다른 북한 국적자 6명을 범인으로 몰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 6명은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말레이시아 공항을 통해 출국한 북한 국적자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 네 명과 이들의 출국을 도운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등이다.

김정남 사건을 기획한 자들이 리정철을 ‘화학무기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것은 그를 포함한 북한 국적자들을 범인으로 ‘엮기 위한’ 각본에 따른 것이었다. 김정남 사건의 기획자들은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북한 국적자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드나드는 북한 국적자들이 누구누구이고, 이들이 언제 들어와 언제 나갈 예정인지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 항공사의 스케줄과 예비 탑승자들의 명단을 미리 파악한다.) 사건 당일 북한 국적자 4명이 출국한다는 정보도 갖고 있었을 것이고, 북한대사관이 리정철 명의의 차량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벌써 파악했을 것이다. (북한대사관이 자기네 직원도 아닌 리정철 명의의 차량을 사용한 이유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런 사실에 착안해 저들은 리정철에 대해 VX 제조책 또는 운반책이라는 허위 정보를 퍼뜨렸고, 그의 명의로 돼 있는 차량(밴)을 타고 공항에 온 북한 국적자 4명과 이들의 출국을 도운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및 고려항공 직원 등 6명을 범인으로 몬 것이다. 이런 치밀한 각본이 있었기에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과 청장이 2월 19일과 22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국적자들을 배후로 지목하도록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5.영상과 사진을 조작하다

북한 국적자 리지우의 신원 정보를 넘기고 - 만들어 내고 -, 아무 죄도 없는 북한 국적자 리정철을 화학무기 테러리스트로 몰아 체포하는 쇼를 연출함으로써, 리정철 명의로 돼 있는 차를 타고 공항에 온 북한 국적자 4명과 이들의 출국을 도운 다른 2명 등 6명을 범인으로 만드는 공식이 완성됐다.

그런데 리정철은 2주 동안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3월 3일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러면 북한 국적자 8명을 범인이라는 프레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리정철 명의의 차를 타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범인으로 몰았는데, 리정철이 무혐의라면 이들 역시 무혐의다. 게다가 북한 국적자 4명의 출국을 도운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도 조사를 받고 혐의가 풀려버렸다.

(이들이 풀려난데 대해 우리 언론은 하나같이, 북한이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식구 등 9명을 억류한 채 말레이시아와 담판을 벌인 결과라고 강변했다. 당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북한의 인질 외교’ 운운했고, 그 뒤 말레이시아는 자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 노동자 140명을 체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해프닝일 뿐이다. 자국민 수 백 명을 말레이시아에 보낸 북한이 고작 대사관 식구 9명을 인질로 잡고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이들을 빼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첨언하면 라작 총리는 당시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있었고, 미국의 협조가 긴요했다.)  

8명 가운데 3명의 혐의가 풀렸고, 이들을 매개로 엮인 다른 4명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도 증언도 없다. 유일한 사건 해결의 실마리인 리지우는 어디 있는지 모른다. 이쯤 되면 포기하고 손을 드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김정남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조직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들은 다시 말레이시아 경찰 특히, 경찰 특수부(special branch)를 움직여 - (김정남 사건 관련 정보의 출처가 바로 이 ‘특수부’임) - 이미 평양으로 돌아간 4명을 범인으로 조작했다. 혐의자로 몬 8명 중 무혐의로 풀려난 3명 및 실존 여부가 불분명한 리지우 등 4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을 붙들고 늘어진 것이다. 애먼 사람을 범인으로 조작하는 수법은 기발했다.

저들은 평양으로 귀환한 북한 국적자 4명의 사진과 실제 범인 3명의 CCTV 영상을 각각 공개하면서, 두 그룹에 똑같은 사진 한 장씩을 끼워 넣었다. 두 그룹 속 인물들 중 1명이 동일 인물이면, 두 그룹 속의 나머지 3명도 - 얼굴을 전혀 알아 볼 수 없다 해도 - 동일인물로 여겨지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노린 것이다.

아래 두 줄 사진 가운데 두 번째, 노란 모자 쓴 사람의 사진이 그것이다. 사진 윗줄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2월 22일 공개한 북한 국적자들의 모습이고, 아랫줄은 2월20일 말레이시아 현지 신문 <성주일보>를 통해 공개된 실제 범인들의 모습이다. 범행 현장 CCTV 영상을 캡쳐한 사진을 북한 국적자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조작한 느낌도 든다.

사진 한 장을 위 아래 두 그룹에 끼워 넣으면서 선명도를 달리했음을 알 수 있다. 아랫줄 영상 캡쳐 사진들과 화질을 맞추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 서로 다른 사진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랫줄 사진 속 인물들 중 두 번째 ‘제임스’를 제외한 3명은 실제 범행 현장에 있었던 자들이다. 동남아 여성들은 이들을 각각 ‘하나모리’ ‘Y’ ‘창’이라는 별명으로만 불렀으며, 이들 셋과 일본인 행세를 하며 아이샤를 꼬셨다는 ‘제임스’ 등 4개의 별명이 기소인명부(charge sheet)에 올라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 특수부는 위 두 그룹 인물들의 옷차림이 다른데 대해 “범행 후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입고 배낭도 버렸으며 ‘창’은 “염소수염을 깎았다”고 주장했다. 창이 수염을 깎으면 홍송학이 될까? ‘Y’가 옷과 모자를 바꿔 착용하고 배낭을 버리면 리지현이 될까? 그러면 왜 오종길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모자도 바꿔 쓰지 않은 채 사진이 찍혀 여기도 실리고 저기도 실렸을까?

동남아 처자들은 자신들을 범행에 끌어들인 자들 중에는 중국계와 베트남계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 북한 국적자 4명 중 중국계와 베트남계로 보이는 이는 없다. 또 1년 반의 재판에서, 두 여성이 위 4명의 북한 국적자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말이 나온 적이 없다. 만일 그런 진술이 나왔다면 말레이시아 측은 그 사실을 즉각 공표했을 것이고 각국 언론은 즉각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6. 제임스І 제임스Ⅱ… 뒤죽박죽 엉망진창

이렇게 증거를 조작하다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원래 기소인명부에 올라 있는 ‘제임스’는 리지우이다. 그래야 ‘북한 국적자 8명이 범인’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런데 아이샤를 범행에 끌어들인 ‘제임스’가 리지우가 아닌 오종길이라니! 그렇다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 국적자 8명’은 어떻게 되나? 다시 7명으로 바꿔야 할까? 안 될 것도 없지만, 그런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아이샤의 핸드폰 속에는 리지우가 아니라 오종길의 사진이 들어 있어야 하지 않나? 김정남 사건의 배후를 조작하려 꽤 머리를 굴렸지만, 각본이 너무 어설프다. 뒤죽박죽이다. 저들에게는 그냥 제임스가 둘이었다고 주장하는 편이 더 쉬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이유는 ‘제임스=리지우’의 종적을 소멸시키면서 ‘김정남 공작 시나리오’가 뒤엉켰기 때문이다. 처음 각본을 짤 때 제임스는 끝까지 가는 배역으로 설정됐을 것이다. ‘북한이 배후다!’라는 시나리오의 대미를 장식할 중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제임스=리지우’가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를 중도 하차시키면서 차질이 생겼고, ‘제임스=오종길’ 각본을 급하게 끼어 넣다 보니 시나리오가 엉킨 것이다.

7. 수상한 ‘대북소식통’

김정남 사건의 진짜 배후는 사건의 실마리인 리지우라는 인물의 정보를 흘리면서 말레이시아 경찰로 하여금 북한 국적자들을 용의자로 거명하게 만든 자들이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말레이시아 현지의 ‘대북소식통’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청 최고책임자 두 사람이 2월 19일과 22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북한 배후설’의 원천 정보인 ‘리지우 =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언급하지 않자 등장한 이가 바로 이 ‘대북소식통’이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부청장은 이미 체포한(2.17) 리정철(46)과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 사건 당일 출국한 북한 국적자까지 모두 5명을 용의자로 지목했고,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이들 4명의 출국을 도운 북한 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까지 용의선상에 올렸다. 그렇게 총 8명의 북한 국적자들이 용의선상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경찰청장과 부청장이 리지우에 대해 딱 부러진 언급을 삼가자, 사태를 ‘북한 배후설’로 몰고 가려는 자들은 좀 불만스러웠을 것이고 조금 불안했을 것이다. 현행범인 아이샤의 휴대폰 속 인물 ‘제임스’가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인 리지우’로 명확히 규정돼야, 2월 17일 체포된 리정철과 평양 귀국자 4명,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 나머지 7명의 북한 국적자를 범인으로 몰고 가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저들은 말레이시아에 나와 있는 <연합뉴스> 특파원을 활용해 리지우가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공지하는 방법을 썼다. 이 특파원 곁에는 ‘대북소식통’이 붙어 있었고, 경찰청장의 기자회견 기사를 송고한 지 두 시간 만에 이 ‘대북소식통’을 인용한 기사가 송고됐다. : “경찰이 현광성, 김욱일과 함께 아직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리지우(30)도 [북한] 공무여권을 소유하고 있다.”(「北용의자 1명 외교·7명 공무여권…'김정남 암살' 北배후 뒷받침」<연합뉴스> 2017.2.22) 리지우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것처럼 특파원을 속이면서, 그가 북한 공무여권 소지자임을 널리 선전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에 서 활약하는 ‘대북소식통’이 누구인지 우리는 안다.

8. 변호인들의 한심한 작태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비겁한 변호인들의 책임도 크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변호인들은 자국 여인들의 무죄를 입중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경찰청 특수부 및 일부 검사들의 주장에 그냥 동조해 버렸다. 북한 국적자들을 진범으로 몰고 자국민 피의자들을 무죄로 석방시키려는 작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판에서은 검사와 변호사가 피의자의 유.무죄를 다투는 대신, 둘이 한통속이 돼 북한 국적자들을 ‘궐석 피의자’로 만드는데 공모했다. 두 동남아 여성 피의자가 살인 의도를 갖고 있었네 없었네 하며 다투면서, 뒤로는 북한 국적자들을 진범으로 모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우리 언론이나 소위 전문가 패거리들 또한 이런 엉터리 재판의 허점을 간과한 채 현지 경찰과 검찰 및 변호인들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전달하며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갔다.

<P.S.> 본고의 논거를 부정하고 김정남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취지의 글을 <진실의 길>에 올리는 이에게 1천만 원을 드림. 김정남 사건만 논할 것. 기한은 두 달. TV나 신문, 잡지, 저널 등을 통해 김정남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주장했던 정보전문가와 대북전문가, 얼치기 국회의원, 교수, 각 연구소 연구원, 다양한 직종 패널 및 기레기 모두 환영! 

- <1983 버마> 저자 강진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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