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선정하는 9월의 좋은 신문보도로는 한겨레의 ‘최순실 관련기사들’, 방송보도로는 jtbc의 ‘(검찰의) 백남기 농민 사인, 병사로 몰아가기 의도’였다. 또 SBS <그것이 알고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편에 대해서는 특별상이 시상됐다. 개인적으로는, 한겨레 특별취재팀장을 맡아 박근혜정권의 헌법유린·국정파탄 실상을 앞장 서 파헤치고 있는 김의겸 선임기자를 오랜만에 만나게 돼 특히 기뻤다. 이날 수상자들과 나눈 취재 뒷얘기 중 기억나는 몇 가지 중요한 언급과 그 언급에 대한 내 소감이다.

※jtbc 취재팀
-상을 받은 기사 중에 “주치의가 ‘병사’라고 기록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그것이 검찰이 백 농민의 사인을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 간다는 것 보다 더 중요한 팩트이고, 검찰 의도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더 중요한 기사가 된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jtbc만의 판단 착오가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이 그랬다. 한겨레도 이 중요한 사실을 5면의 한 작은 박스기사에 조그맣게 취급했다)

※SBS 살수차 9호 제작팀
-물대포 실험을 하면서 육두문자가 계속 터져 나왔다. (나도 시청하면서 그랬다)
-내가 프로그램 제작 기획을 올렸더니 CP가 (기다렸다는 듯이) 10초도 안 돼 ‘해 보자’고 했다. 제작과 방영에 대해 상층부에서도 별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그런 SBS수준에 나도 놀랐다)
-진즉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늦은데 대해 죄책감이 있다. 상까지 받으니 더 미안하다. (수오지심을 아는 이런 언론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한겨레 특별취재팀
-처음 취재에 들어가면서 겨우 두 건의 기사만을 확보한 상태였다. 앞날이 캄캄했다.
-막상 기사가 나오자 제보가 막 들어왔다. 특히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홍길동’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물로부터 결정적인 제보를 많이 받았다.('홍길동'은 최순실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인물 아니면 이익다툼에서 밀려난 인물이라는 느낌)
-9월29일 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칼럼은 우리 취재팀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 비해) 너무 역량이 부족하고 외로워서 ‘같이 해 보자’고 호소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나는 김의겸 선임기자가, 취재를 먼저 해 놓고도 못 쓰고 있는 조선일보에 대해 ‘용용 약 오르지?’ 하는 의미인 줄 알았다. 역시 나는 소인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