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국상황에서 책을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기왕에 있는 책들도 쌓아만 놓고 영 읽지 않은 지가 오래 돼 최근에는 책을 한 권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만은 꼭 사 봐야겠다. 세명대 이봉수 교수가 쓴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는 책이다.

“수구 보수가 과점한 한국의 담론시장을 고려할 때 <한겨레>의 역할은 분명 진보언론이다. 그것이야말로 진보진영에서 <한겨레>의 영향력을 재건하고 보수진영에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중립에 기어를 넣고 한국사회가 달릴 수 없다.”

바로 그 <한겨레>에 실린 서평의 일부 구절이다. 저자는 이어 “서구의 유수한 진보 정론지가 진보· 보수 모두 선호하는 최고 영향력의 신문이 돼 있는데 비슷한 성향의 한겨레는 그렇지 못하다”며 그 이유를 정체성 동요와 정파성에서 찾았다고 한다.

그는 주로 정치기사에서 보이는 <한겨레>의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정파성’을 특히 문제 삼았다는 것이 서평자의 평가다.

100% 동의한다. 내가 보기엔 <한겨레> 뿐 아니라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도 똑같은 문제를 앓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중에서도 <한겨레>를 쏙 뽑아 구독한다. (<오마이뉴스>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가끔 보긴 한다)
 
정치기사와 칼럼을 보면서 가끔 울화통이 터져도 꾹 참고 <한겨레>를 본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신이 내가 보기에도 ‘그나마’ <한겨레>가 그중 낫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 신문을 아프게 비평하는 책을 자기 지면에 소개하는(비록 내용에 ‘동의하든 않든’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한겨레의 문제의식이 그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가 조만간 새 사장을 뽑는 모양이다.
‘그나마’라는 단서가 필요없는 훌륭한 진보언론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