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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人物論 군주를 감동하게 한 정직한 신하
이정랑 | 2021-10-01 12:36: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안영 晏嬰】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재상

그는 죽어서 중국의 관료문화에 管仲이 남기지 못한 直言의 숭고한 정신을 남겼다.

안영(晏嬰)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유명한 재상이다. 소박하고 겸손했던 그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첩에게 비단옷을 입히지 않았다. 정치에서는 사려 깊고 과단성이 있었으며, 정책이 분명하여 백성들이 쉽게 따를 수 있었다. 게다가 학문이 깊고 언변도 거침이 없었던 그는 세상의 추이에 밝아 시대 조류에 순응할 줄 알았다.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세 군주를 연이어 보좌하여 제나라의 전성기를 이뤘으니, 그는 실로 진정한 재상의 재목이었다.

나중에 장공은 뻔뻔스럽게도 대신인 최저(崔杼)의 처와 간통을 저지르다가 최저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장공이 최후를 맞은 곳은 바로 최저의 집이었다. 안영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 집을 찾아가 대문 앞에섰다. 이때 그의 하인이 물었다.

“대인께서는 군주를 위해 돌아가시렵니까?”

안영이 대답했다.

“나 혼자만의 군주이더냐? 내가 왜 죽겠느냐?”

“그러면 도망치시렵니까?”

“내 죄가 아닌데 왜 도망치겠느냐?”

“그것도 아니면 댁으로 돌아가시렵니까?”

“군주가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느냐?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백성 위에 군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되니, 국가 대업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군주의 신하 된 자는, 먹고살 것만 챙겨서는 안 되니, 사직을 보필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군주가 사직을 위해 죽었다면 그 신하는 군주를 위해 죽어야 하고, 군주가 사직을 위해 도망쳤다면 그 신하는 군주를 위해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군주가 사사로운 일 때문에 죽었다면 군주의 총신이 아니고서야 누가 그를 위해 죽겠느냐? 하물며 신하가 군주를 증오하여 살해했는데 내가 왜 죽으며, 왜 도망치겠느냐? 또한,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겠느냐?”

그때 장공의 시신은 아직도 최저의 집 안에 있었다. 안영은 시신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곧 대문이 열렸고 안으로 들어온 안영에게 최저가 말했다.

“당신은 왜 죽지 않는 거요?”

“이번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없었소.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소. 그런데 왜 내가 죽어야 한단 말이오? 군주를 따라 죽는 것을 고상하다고 하는 자는 결코 군주를 보전할 수 없으며, 군주와 함께 죽는 것을 덕이라 여기는 자는 결코 공을 이룰 수 없다고 들었소. 설마 내가 군주의 노예도 아닌데, 스스로 목을 매어 군주의 뒤를 따르란 말이오?”

말을 마치고서 안영은 왼쪽 소매를 걷어 올리고 머리에 흰 베를 매었다. 그리고 자리에 주저앉아 다리 위에 장공의 머리를 올리고 곡을 하기 시작했다. 곡을 마친 안영은 몸을 일으켜 세 번 껑충껑충 뛴 다음 최저의 집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최저가 안영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최저는 그가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므로 놓아주어야만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안영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오랫동안 군주를 지낸 제나라 경공은 초기에는 패업을 이루고자 했지만, 뜻이 좌절되자 의기소침하여 생활도 문란해지고 정치도 부패에 빠졌다. 한번은 그가 안영에게 말했다.

“자네는 늘 저잣거리를 다니니 어떤 물건이 귀하고 흔한지 잘 알겠군.”

안영이 대답했다.

“용(踊)이 귀하고 신발이 흔합니다.”

용이란 발을 잘린 사람이 사용하는 의족을 가리킨다. 당시 경공이 마구 형벌을 내리는 바람에 월형(刖刑-발꿈치를 베거나 자르는 형벌)을 시행하는 일이 잦았다. 안영은 이를 빌려 경공을 깨우치려 한 것이다.

또 한번은 경공이 이렇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 걱정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안영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지신묘(地神廟)의 쥐입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지신묘는 토지신을 모시는 곳입니다. 안에 통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바깥은 진흙을 발라 짓는 건물이지요. 그런데 그 안에 사는 쥐를 퇴치하기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닙니다. 연기를 피워 몰아내자니 나무가 탈까 두렵고, 물을 부어 몰아내자니 장식이 훼손될까 두렵지요. 결국, 쥐를 죽이지 못하는 건 그곳이 지신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은 나랏일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임금 곁에 있는 간신이 바로 그런 쥐입니다. 그들은 안에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어지럽혀 군주를 기만하고, 밖에서는 권세를 과시하며 백성들을 억압합니다. 그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분명 나라의 기강이 어지러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을 심복으로 여기는 임금이 극구 제지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그들이야말로 지신묘의 쥐 같은 존재입니다.”

안영이 다시 말했다.

“어떤 술장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특별히 깨끗한 그릇에 술을 담고 술집 앞에 높은 기(旗)를 세워 손님들을 끌었지요. 그런데 술이 다 쉴 때까지 아무도 술을 사러 오지 않았습니다. 술장수는 이게 무슨 까닭인지 이웃에게 물었습니다. 그 이웃은 이렇게 대답했지요. ‘자네 집 개가 너무 사나워서 그렇다네. 손님이 가게에 들어가려고만 하면 그놈의 개가 달려들어 물어대니 누가 무서워서 술을 사러 오겠나?’ 나라에도 이런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 바로 임금 곁에서 정권을 쥐고 있는 소인배들이지요. 이들은 덕과 학문을 갖춘 선비가 임금을 도우려 하면 와락 달려들어 그를 물어버립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얼토당토않은 말을 짖어대지요. 이것이 나라의 사나운 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습니까? 임금 곁의 신하가, 쥐이고 정권을 쥔 소인이 개인데 임금이 어떻게 속지 않을 수 있으며, 나라가 어떻게 걱정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안영은 군주에게 간하는 데 능숙한 인물이었다. 어떨 때는 하루에 세 번이나 경공의 과실을 지적한 적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역사에서 유명한 ‘일일삼과 一日三過’이다.

한번은 경공이 공부(公阜)를 순시하다가 자신의 제나라 땅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아! 옛날 사람들은 영원히 죽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안영이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그 옛날 조물주는 사람의 죽음을 좋은 일로 여겼다고 합니다. 인의의 사람에게 죽음은 영원한 안식이며 불의한 사람에게 죽음은 영원한 형벌이지요. 만약 옛날 사람들이 불사의 몸이었다면 우리 제나라의 정공(丁公), 태공(太公)은 아직도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것이며, 환공과 양공은 그 두 분을 보좌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대왕은 별수 없이 삿갓을 쓰고 밭이나 매고 있겠지요. 대왕은 어째서 한가하게 죽음 따위나 걱정하고 계십니까?‘

이 말을 들은 경공은 단박에 성이 나서 안색이 바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구거(梁丘据)가 말 여섯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바람같이 달려왔다. 경공이 물었다.

“저자는 누구인가?”

“양구거라고 합니다.”

“자네는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는가?”

“이 찌는 듯한 여름에 빨리 마차를 몰면 말이 죽거나 다치게 마련입니다. 양구거가 아니면 누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양구거는 당시 경공이 총애하던 신하였다. 경공은 그가 무슨 짓을 해도 죄를 묻지 않았다. 그래서 안영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양구거는 나와 마음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이네.”

“임금과 신하가 마음이 잘 맞는다는 건 임금이 달다 하면 신하는 시고, 임금이 싱겁다, 하면 신하는 짠 것을 말합니다. 서로 보완하여 완전을 기하는 것이지요. 양구거는 임금이 달다 하면 자기도 달다면서 임금을 떠받들 줄만 아는 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마음이 잘 맞는다고 하십니까?”

경공은 안영이 일부러 자신을 꼬집고 있다는 걸 깨닫고 또, 한번 안색이 변했다.

잠시 후,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경공은 서쪽 하늘에 혜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자 이를 불길하게 여겨 대신 백상(伯常)을 불러 제사를 지내게 했다. 혜성의 출현이 불러올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안영이 이를 막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이것은 하늘의 뜻입니다. 해와 달을 둘러싼 구름의 변화, 심상치 않은 비바람, 혜성의 출현 등은 모두 조물주가 불경한 자들을 경고하고 세상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사용하는 흉조입니다. 대왕께서 문치를 장려하고 신하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덕의 정치를 널리 펴신다면 제사를 안 지내도 혜성은 자연히 사라질 겁니다. 그러나 지금 대왕께서는 음주 가무만 즐기시며 조정은 돌보지 않으시고 간신배들을 가까이하고 예의와 법을 멀리하십니다. 게다가 현명한 선비들도 다 배척하고 계십니다. 이런 마당에 혜성을 돌아볼 겨를이 어디 있습니까? 혹시 제사로 혜성을 없애실 수 있다 하더라도 금방 새로운 혜성이 나타날 겁니다.”

경공은 너무 화가 나서 안색이 새파래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안영이 죽었을 때, 그 부음을 들은 경공은 등을 돌린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 예전에 내가 선생과 공부에 갔을 때 선생은 하루에 세 번씩 나의 잘못을 꾸짖었다. 이제는 누가 날 바로잡아줄 것인가?”

경공은 결점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후대의 어떤 왕도 따라가기 힘든 장점을 한 가지 갖고 있었다. 그는 안영이 아무리 자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꾸짖어도 기본적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물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그의 목을 베려는 마음은 결코, 품지 않았다.

한번은 경공이 온종일 술을 마시다가 인사불성이 되어 삼 일,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일이 있었다. 걱정된 안영이 경공을 찾아와 말했다.

“대왕께서는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쓰러지셨지요?”

경공이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렇소.”

“옛날 사람들은 술을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면 바로 잔을 놓았습니다. 남자건 여자건 모여서 즐기느라 일을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됩니다. 옛날에는 남녀가 한자리에 모여 다섯 차례 이상 술잔을 돌릴 경우, 처벌을 받았습니다. 임금이라면 더욱 몸을 질 돌보고 백성들의 모범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래야만 밖으로는 정치에 불만을 품는 자가 적어지고, 안으로는 감히 경거망동하는 자가 적어집니다. 지금 대왕은 하루 술을 드시고 삼, 일간 자리보전을 하셨으니 밖으로는 정치를 원망하는 자가 줄을 이을 것이며 안으로는 가까운 간신들이 멋대로 수작을 부릴 것입니다. 또 대왕의 이런 행동은 법에 따라 자신을 절제하는 이들을 멋대로 행동하게 할 것이며 포상과 칭찬을 받으려고 열심인 자들을 선행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입니다. 대왕께서 계속 이렇게 덕을 저버리신다면 백성들이 모두 상벌을 업신여길 테니 나라의 근본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디 음주를 절제하십시오.”

또 한번은 경공이 노나라의 장인에게 신발을 만들게 한 적이 있었다. 그 신발은 황금으로 만들어졌고 겉에는 은을 박아넣었으며 진주를 꿰어 매달기도 했다. 한 자 크기인 그 신발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음력 10월 어느 날, 경공은 그 신발을 신고 조회에 나섰다. 안영이 나타나자 경공은 몸을 일으켜 그를 맞으려 했다. 그러나 신발이 너무 무거워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가 안영에게 물었다.

“날씨가 꽤 춥지 않소?”

안영의 훈계가 즉시 이어졌다.

“어째서 날씨의 춥고 더움을 물으십니까? 옛 성인들은 옷을 입는 데 있어서 겨울에는 가볍고 따뜻한 것을, 여름에는 가볍고 시원한 것을 따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왕의 신발은 추운 날에 신으면 더 춥고 무게도 보통 무거운 게 아니어서 생활의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노나라의 그 장인은 춥고 더움과 가볍고 무거움도 따지지 않고 그런 신발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죄입니다. 또 대왕을 여러, 신하들 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었으니, 이것이 그의 두 번째 죄입니다. 마지막으로 재물을 허투루 낭비하여 백성들의 원한을 사게 했으니 이것이 그의 세 번째 죄입니다. 청컨대 대왕께서는 그를 잡아들여 벌을 내리십시오.”

경공은 과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장인을 가엽게 여겨 그를 놓아주자고 말했다. 안영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좋은 일을 한 자는 상을 주고, 나쁜 일을 한 자는 벌을 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경공은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여기고 입을 다물었다.

안영은 궁궐을 나와 즉시 그 장인을 잡아 오게 했다. 그리고 그를 국경까지 압송하여 다시는 제나라에 오지 못하게 했다.

그 후 경공은 그 신발을 벗어 던지고 다시는 감히 신지, 못했다.

경공은 환락에 탐닉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시켜 서곡이라는 큰 연못을 파게 했다. 연못은 수심이 꽤 깊었고 연못가에는 높은 누각이 세워졌다. 그 누각은 대단히 화려했다. 대들보에는 용을 새기고 기둥에는 새와 들 짐승을 새겼다. 경공은 알록달록한 비단으로 만든 상의에 꽃을 수놓은 흰색 하의를 입고 그곳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온몸이 휘황찬란했다. 그가 옥이 주렁주렁 달린 허리띠를 차고 머리카락을 푼 채로 남쪽을 향해 서 있으면 얼굴 가득 오만한 표정이 드러나 보였다. 마침 자신을 찾아온 안영에게 그가 물었다.

“선생은 옛날, 관중이 환공을 보좌하여 천하를 제패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아시오?”

안영은 고개를 든 채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경공이 다시 물었다.

“아시오? 모르시오?”

“옛말에 물에 익숙한 사람만이 용과 어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대왕은 대들보에 용을 새기고 기둥에 새와 들짐승을 새기셨지만, 이것은 누각의 장식일 뿐입니다. 패자의 사업을 이루려는 꿈은 전혀 없지 않습니까? 대왕이 오색 옷을 입고 허리에 옥을 두르신 것도 이 누각에나 어울릴 뿐입니다. 대왕은 한 나라의 왕이며 만백성의 군주이신데, 대업은 돌보지 않고 쓸데없는 일에만 매달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무슨 패자의 사업을 입에 담으십니까?”

이 말을 듣고 경공은 부끄러운 나머지 얼른 누각을 나와 안영에게 사과했다.

“양구거와 예관(裔款) 두 사람이 이 누각을 다 지었다고 해서 몰래 이 옷을 한번 입어보았소. 양구거와 장난을 칠 생각이었지요.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당장 가서 옷을 갈아입겠소.”

“양구거와 예관은 대왕을 미혹(迷惑)하여 사악함으로 이끄는 자들입니다. 대왕도 이런 사정을 모르시진 않겠지요. 나무를 벨 때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반드시 새 가지가 자라나기 마련입니다. 대왕은 어째서 그 두 사람을 축출하지 않으십니까? 앞으로도 그들의 미혹에 넘어가시렵니까?”

경공은 그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 후 경공이 아끼던 첩인 영자(嬰子)가 숨을 거뒀다. 경공은 그녀의 시신을 지키며 꼬박 삼 일을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신하들이 만류했지만, 한사코 말을 듣지 않았다.

안영이 이 일을 알자마자 경공에게 달려가 말했다.

“제가 아는 방사(方士-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와 의원이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에 귀가, 번쩍 트인 경공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정말 영자를 살려낼 수 있단 말이오?”

“그들의 의술이 매우 뛰어나니 한번 맡겨보시지요. 대왕께서는 목욕재계를, 하시고 옷을 갈아입으십시오. 그들이 혼을 불러오는 걸 도우셔야 하니까요.”

경공이 자리를 뜨자마자 안영은 즉시 사람을 불러 시체를 염하고 입관하게 했다. 일을 마무리한 뒤 그는 경공을 찾아가 말했다.

“의원도 영자를 살릴 수 없다는군요. 그래서 시신을 입관했습니다.”
곧 경공의 얼굴색이 변하며 말했다.

“선생은 의원의 말을 빌려 내게 자리를 비키게 했소. 그런데 입관을 하면서도 내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다니, 나를 허수아비 임금으로 아는 거요?”

안영이 찬찬히 대답했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이치를 대왕께서는 모르십니까? 임금이 올바르게 처신하면 백성들이 그를 따르고, 임금이 괴팍한 짓을 하면 백성들이 거역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사물의 이치에서 벗어나 해괴한 행동을 하고 계십니다. 또 평소에 대왕은 과실을 지적하는 신하는 멀리하시고 오직 비방과 악행을 일삼는 신하만 가까이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나라는 사악한 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선왕이신 환공은 관중을 중용하신 덕택에 패자가 되셨지만, 그 후 간신 수조(竪刁)를 총애하여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대왕은 현명하고 유능한 인재는 경시하면서 죽은 첩에 대해서는 이토록 애통해하십니다. 옛날의 성왕(聖王)들도 사사로운 감정에 구애되곤 했지만, 늘 적당한 선에서 그쳤지 전체 행동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장사를 치를 때에도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았죠. 지나친 슬픔은 천성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영자는 이미 관에 들어갔으니 산 사람이 더. 이상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디 눈물을 거두시고 건강을 돌보시길 바랍니다. 대왕께서 계속 이러시면 다른 나라의 손님들이 우리나라에 오길 부끄러워할 것이며, 우리 대신들도 이 일을 부끄럽게 여길 겁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백성들이 대왕의 그런 행실을 추종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도 이 나라를 온전히 지킬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사정을 두루 살펴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경공이 뉘우치는 어조로 말했다.

“내가 그런 이치를 몰랐구려. 지금이라도 선생의 말을 따르리다.”
안영이 한 가지 당부를 덧붙였다.

“상을 치르는 것도 이 나라의 높고 낮은 관리들과 제후국 손님들의 눈을 의식하여 검소하게 하십시오.”

안영이 죽은 지 16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신하들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던 경공은 문득 흥이 올라 활을 손에 들었다. 그런데 그가 쏜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레 같은 환호성이 울렸다. 그 환호성은 마치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일사불란했다. 경공은 갑자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활과 화살도 내동댕이쳤다.

이때 현장(弦章)이 다가왔다. 경공이 유감스러운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여보게, 안영이 죽은 뒤로는 아무도 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구려.”

현장이 그를 위로했다.

“대신들은 모두 기를 쓰고 대왕의 비위를 맞추고 있습니다. 대왕이 좋아하는 옷을 따라 입고, 대왕이 즐겨 드시는 음식을 따라 먹습니다. 온몸이 투명한 자벌레가 누런 음식을 먹으면 몸이 누레지고 녹색 음식을 먹으면 몸이 파래지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경공이 감동하여 그에게 말했다.

“자네 말이 맞네, 나는 절대로 아첨꾼의 듣기 좋은 말을 믿지 않겠네.”

그는 현장에게 물고기 50 수레를 상으로 내렸다.

현장이 궁궐을 나오는데 상으로 받은 물고기 50 수레가 길을 꽉 메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수레 모는 사람을 잡고 말했다.

“옛날 안영이 몇 차례나 대왕의 상을 거절한 것은 바로 대왕을 돕기 위해서였네. 그래서 단 한 번도 대왕의 잘못을 눈감아준 적이 없었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대신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부를 일삼고 있네. 내가 만약 이 상을 받으면 안영의 뜻을 저버리고 아첨꾼의 욕심에 영합하는 꼴이 될 걸세.”

현장은 단호하게 경공의 상을 거절했다.

안영의 기풍은 심지어 그의 마부의 아내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다. 안영은 제나라의 재상으로서 늘 여러 나라에 사신으로 다녔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그는 제나라의 위풍을 과시하기 위해 의장(儀仗)을 웅장하게, 하고 많은 시종을 두었으며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높은 덮개를 얹었다.

안영의 마부는 높은 마차 덮개 아래 앉아 득의양양하게 채찍을 휘둘렀다. 그 표정이 꼭 소인배가 뜻을 이룬 듯했다. 그는 바깥에서 뿐 아니라 집에 들어와서도 똑같이 그렇게 우쭐거렸다. 마부의 아내는 남편이 식견도 짧고 장래성도 없음을 알고 그를 정신 차리게 하느라 여러 번 말다툼을 벌였다. 물론 그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예전처럼 멋대로 행동했다. 마부의 아내는 늘 문틈으로 남편이 마차를 몰고 나가는 모습을 훔쳐봤다. 그녀는 전혀 반성하는 빛이 없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어느 날 그녀는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제가 못나서 귀인을 모실 수 없으니 그냥 이 집에서 나가겠어요.”

놀란 마부가 아내에게 물었다.

“나는 재상의 마부로서 무서울 게 없는 몸이오. 대체 내게 무슨 불만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안영은 키가 6척밖에 안 되고 외모도 평범하지만, 제나라의 재상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그는 항상 겸손하고 조용하며 마음속에 큰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키가 8척에 위풍이 당당하지만, 고작 시종의 몸으로 마차나 모는 처지입니다. 그런데도 진취적이기는커녕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매양 목을 뻣뻣이 세우고 다닙니다. 저는 당신이 아무 희망이 없는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그만 당신 곁을 떠나렵니다.”

마부는 그녀의 말을 듣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행실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이후로 마부는 마차를 몰고 나갈 때마다 애써 자신을 자제하고 겸손하게 사람들을 대하여 안영의 덕을 빛냈다. 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안영이 마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마부는 사실대로 고했다. 안영은 그의 아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며 마부 역시 뜻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마부를 제나라의 대부로 추천했다.

경공에 대한 안영의 충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런 데도 늘 경공의 신임을 받았다. 처벌을 받기는커녕 천수를 누렸고 죽어서도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그것은 오늘날의 우리가 보아도 기적 같은 일이다. 말 한마디 실수로 목이 달아나고 멸족의 화를 입었던 많은, 신하들과 비교할 때, 그는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안영이 견지했던 재상의 도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드럽고 온화한 방법으로 경공의 잘못된 행실을 바로잡았을 뿐이다. 더 많은 것을 시도했다면 그는 아마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경공의 음주와 향락은 밤낮이 없었다. 한번은 혼자 술을 마시다가 술자리를 안영의 집으로 옮긴 적이 있었다.

경공의 시종이 안영의 집 대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대왕께서 닙시었소!”

안영이 관복을 차려입고 문가에 서서 물었다.

“제후들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겼습니까? 아니면 나라에 중대한 일이 생겼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대왕께서 무슨 일로 이런 야심한 시각에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경공이 대답했다.

“좋은 술에 좋은 음식이 있어서 선생과 같이 즐기려고 왔다네.”

“자리를 깔고 제수를 차리는 일은 다 그 전담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감히 거들지 못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낀 경공은 곧 부하들에게 명했다.

“사마양저(司馬穰苴) 대장군의 집으로 가자.”

양저의 집에 와서 시종이 다시 대문을 두드렸다.

“대왕께서 납시었소!”

양저가 갑옷과 투구를 갖추고 문가로 나와 물었다.

“제후들이 군사라도 일으켰습니까? 아니면 대신 중에 누가 반란이라도 일으켰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대왕께서 무슨 일로 이런 야심한 시각에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경공이 대답했다.

“좋은 술에 좋은 음악이 있어 장군과 같이 즐기려고 왔지.”

“자리를 깔고 음식을 차리는 일은 전담자가 따로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감히 모시지 못하겠군요.”

이번에도 경공은 일리가 있다고 여기고 다시 부하들에게 명했다.

“짐이 가장 총애하는 양구거의 집으로 가자.”

양구거의 집에 와서 시종이 또 대문을 두드렸다.

“대왕께서 납시었소!”

양구거는 왼손에 거문고를, 오른손에는 피리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노래를 부르며 경공을 맞이했다. 이를 본 경공은 단박에 흥이 나서 말했다.

“좋구나! 좋아 오늘 밤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보세나. 안영, 양저 이 두 대신이 없으면 누가 나를 도와 이 나라를 다스리겠나? 또 양구거 자네가 없으면 누가 나와 함께 맘껏 놀아주겠나?”

신하의 충고를 기꺼이 수용한 군주는 후대에도 많이 있었지만 경공이 안영을 대한 것처럼 그렇게 너그러웠던 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또 자기 잘못을 알고 고칠 수 있었던 군주는 더 보기 어려웠다.

고대 중국의 관직 가운데, 급사중(給事中)은 황제의 명령을 적절함을 심사하는 벼슬이었다. 만약 어떤 명령이 적절치 않으면 그것을 기각시키는 권한도 갖고 있었다. 송나라 고종(高宗) 소흥(紹興) 연간에 이 관직을 담당했던 왕거정(王居正)이라는 강직한 인물이 있었다. 한번은 황제가 태의(太醫)에게 특별한 상을 내린 적이 있었다. 태의 왕계선(王繼先)이 황제의 병을 잘 치료했기 때문이다. 고종은 그의 사위를 절강(浙江)의 세무관으로 선발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고종의 명령은 왕거정에 의해 기각되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고종이 재상들을 불러들여 물었다.

“자네들은 병이 나면 의원을 불러 고치지 않나?”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러면 의원에게 어떻게 사례를 하는가?”

재상들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지만, 아무튼 사실대로 고했다.

“술을 주기도 하고 돈을 주기도 합니다. 비단을 줄 때도 있지요. 병의 정도와 치료의 효과에 따라 상응하는 보수를 줍니다.”

고종이 이 말을 듣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내가 궁중에서 부리는 의원에게 맘대로 사례도 할 수 없단 말인가? 다시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네. 자네들이 왕거정에게 말해 원래 내 명령대로 시행하도록 하게!”

재상들은 우물쭈물 자리를 물러나 왕거정에게 달려가 그를 구슬렸다.

“황제의 뜻이 이러한데 그냥 넘어가 주게나. 무슨 큰일도 아니지 않나. 제발 고집 좀 부리지 말게!”

왕거정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바로 황제를 뵙기를 청했다. 그래서 고종은 그를 불러들였고, 잔뜩 성을 내며 재상들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왕거정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반박했다.

“의원에게 신하가 치르는 보수와 조정이 치르는 보수가 어떻게 같을 수 있습니까? 보통 사람의 집에서는 의원이 세운 공의 크고 작음에 따라 사례를 합니다. 그러나 궁궐에서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왕계선 같은 자들은 자기의 보잘것없는 재주로 황제의 녹을 받고 관리의 명에를 누립니다. 그러나 한번 실수라도 하면 무겁게는 형벌을 받고, 가볍게는 쫓겨나게 됩니다. 혹시 치료를 잘하더라도 자기 자리만 유지할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또 그들에게 상으로 내리는 재물은 지금도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 아무 이유도 없이 관직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부당합니다. 저는 폐하의 가벼운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고종이 크게 깨달으며 말했다.

“과연 자네 말이 맞네!”

그는 곧바로 자신의 명령을 거둬들였다. 옛사람이 말하길 인자한 군주 옆에 정직한 신하가 있다고 했다. 이것은 틀림없는 법칙인듯하다. 그렇다면 인자한 군주란 무엇일까? 사실 다른 사람이 의견을 말하도록 허락하고, 또 어떤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로 처벌과 주살을 일삼지 않는다면 곧 인자한 군주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칼럼리스트)

경인일보/호남매일/한서일보/의정뉴스/메스컴신문/노인신문/시정일보/조선일보/서울일보 기자, 편집국장, 논설실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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