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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호법’으로 노동존중사회가 가능한가?
김용택 | 2021-01-11 08:52:5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애초 안보다 처벌 범위를 크게 줄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책임과 처벌 범위를 줄인 전체 사업장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대상에서 배제됐고 막판까지 쟁점이었던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적용이 유예됐다. 처벌 대상 경영책임자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로 수정됐고, 공무원은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산재 사망 때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으로 최종 합의됐다.

<사진 출처 : 노동과 세계>

<중대재해법을 제정한 목적은....?>

국회는 왜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려고 하는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1,571명이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노동계와 시민사회 요구로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연간 2,020명, 하루 평균 5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어갔다. 이런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하는 법이 중대재해법이다. 그런데 국회법사위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을 두고 경영계는 “의무와 처벌이 과하다”며 반발하는가 하면 29일동안 단식농성을 하던 유가족들은 국민을 우롱하는 법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은 노동자보호법이 아니라 기업보호법이라고 개탄하고 민주변호사모임은 중대재해법은 ‘살인 방조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이 존재해야 할 이유>

법(法)이란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인간이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범이다.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정의를 실현함을 직접 목적으로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적 규범이요, 관습이다. 라드브루흐는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의 이념은 시대에 따라 각각 달리 적용된다고 했다. 자연시대에는 정의의 이념이… 경찰국시대에는 합목적성의 이념이… 법실증주의시대에는 법적 안정성의 이념이 강조된다고 했다.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의 세 이념은 상호모순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이 시민단체나 민주변호사모임이 반발하는 이유가 그렇다. 이해관계가 다른 한쪽의 이익이 편중된 정의와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약자를 보호해야 할 법이 강자에 유리하도록 제정됐다면 이는 법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악법이다. 우리는 지난 세월 주권자들이 준 권력을 악용해 수많은 사람이 악법에 시달려야 했다. 유신헌법이 그렇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그렇다. 분단을 고착화하는 국가보안법이 그렇고 차별금지법은 있어도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그대로다. 김용균법이 있어도 노동자들은 아직도 일하다 죽어가고, 사립학교의 특혜는 여전하다.

<사진 출처: 데일리시사닷컴>

<인간의 존엄성은 모든 국민이 누릴 기본권이다>

‘전체 사업장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사람의 목숨보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법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악법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적용이 유예’조항은 3년 이내 일하다 죽는 노동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도 법의 이념도 무시한 악법 중의 악법이다. ‘처벌 대상 경영책임자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 담당 이사로 수정’한 것은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의 범위조차 벗어난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악법이다. 법앞에 평등은 법전에만 있고 노동자는 헌법도 노동법도 외면당하며 살아야 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다.

정의(正義)란 ‘올바름’이다. 사회규범의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自由)와 평등(平等)이다. 법이 국가가 추구하는 모든 인간은 지고의 가치를 가진 존재라는 인간의 존엄성과 목적에 합치하여야 하는 합목적성, 그리고 법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정성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와 합목적성 그리고 법적안정성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이 중 하나에 치우치면 법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너지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중대재해기업보호법으로 만들어 놓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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